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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2억 넘는 다이아몬드, 몇 천원 큐빅으로 바뀐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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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2억 원을 호가하는 8캐럿 다이아몬드로 둔갑한 몇 천 원짜리 모조품 큐빅. (사진=전주덕진경찰서)

 

8캐럿 다이아몬드. 크기는 새끼손톱 절반만하고 무게는 1.6g에 불과하지만 시가는 2억6천만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무척 드문 이 작은 보석을 두고 만우절을 능가하는 울고 웃는 사기행각이 벌어졌다.

귀금속 도매업을 하는 A(39) 씨는 지난해 6월 24일 서울에 사는 전당포 업주 B(54) 씨에게 8캐럿 다이아몬드를 저당하고 1억6천만 원을 차용했다. 감정서가 있는 진품이었다.

다음달 6일 A씨는 B씨를 찾아가 '다이아몬드를 팔아 빌린 돈을 갚겠다'며 진품 다이아몬드를 되받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래가 무산됐다며 다이아몬드를 B 씨에게 돌려줬다.

이후에도 A씨는 다른 보석 3점을 B 씨에게 맡기고 1억 원을 빌렸다. 그런데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B 씨는 연락도 되지 않고 A 씨가 이자도 지급하지 않자 지난해 11월 다이아몬드를 팔려고 했다. 그리고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었다. 큐빅 모조품이라는 것이었다.

고소가 진행되고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처음에 A씨는 경찰 조사에 순순히 응했다. B씨와의 대질 조사에서도 '진품 다이아몬드가 왜 큐빅으로 바뀌었는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거래장소에 CCTV도 없고 다이아몬드 매매 추적이 어려워 자신의 사기행각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녹록치 않았다. A씨가 홍콩에서 8캐럿 진품 다이아몬드를 구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국제공조수사를 통해 홍콩의 보석업체로부터 재미난 얘기를 들었다.

A씨는 당초 이 다이아몬드를 구입했던 2억2천만 원을 받고 업체에 되팔아 보다 작은 다이아몬드 몇 개를 구입했다는 것이다. 8캐럿 다이아몬드를 A 씨에게 산 홍콩 보석업체는 이후 한 일본인에게 이를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결국 A 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평소 A씨는 가방에 시가 20억 원 상당의 보석을 넣고 다니며 팔아 매매차익을 챙기는 보석상이었다. 하지만 2억 원이 웃도는 다이아몬드는 쉽게 팔리는 물건이 아니었다.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자 A씨는 사기행각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서울의 한 모조품 매장에서 몇 천원을 주고 8캐럿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큐빅을 샀다. B 씨에게 다이아몬드를 매매하겠다며 진품을 받은 뒤 거래가 무산됐다며 이 모조품 큐빅을 건넨 것이다.

A 씨는 사기행각으로 챙긴 돈을 다른 보석상들에게 밀린 자금을 갚는데 썼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1일 사기 혐의로 A 씨를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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