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태양의 후예' 신드롬의 빛과 그늘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신드롬이 거세다. 지난 30일 방송된 11회는 시청률 31.9%(닐슨코리아·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또 다시 경신했다.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시청률 30%를 넘어선 것은 4년 만이라고 한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이다.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사건들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 신드롬이 피와 땀으로 얼룩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의 근현대사와 맞물리면서다.

◇ 빛

태양의 후예는 제작비 130억 원을 들여 100% 사전 제작으로 만들어진 대작답게 완성도와 흥행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국내 드라마 가운데 중국에 최고가인 회당 25만 달러(약 3억 원)에 판매됐다.

첫 방송 전에 이미 선 판매와 PPL 등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점도 놀랍다. 특히 일본은 물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모두 30여 곳에 판권이 팔리면서 한류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올랐다.

태양의 후예로 거둬들일 경제효과만 3조 원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점치는 목소리도 들린다. 화제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경제효과가 3조 원 정도였는데, 태양의 후예는 그 이상일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를 둔 전망이다.

실제로 극중 PPL(간접광고)로 등장한 패션·화장품·식품 브랜드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송혜교 등이 사용했던 화장품, 송중기가 입은 의류 등은 최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극중 송중기가 먹은 한 홍삼 브랜드는 매출이 전년대비 171%나 뛰었다.

드라마 세트장이 있던 강원 태백·정선, 경기 등지도 관광 상품으로 개발 중이다.

◇ 그늘

태양의 후예가 안겨 준 '돈방석'의 이면에서 들려오는, 식민지 수탈과 전쟁의 상흔이 여전한 아시아 지역의 사회·문화적인 특수성에 뿌리를 둔 비판의 목소리 또한 크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태양의 후예가 젊은이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고 국가관을 확립하는 데에도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 것을 두고 온라인이 들끓었다. 박 대통령의 '아전인수' 식 해석이라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태양의 후예 드라마를 봤다. 매우 완성도가 높고, 영상미도 대단한 드라마지만 스토리에서 뜬금없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면 갑자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도록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유도하는 장면. 무언가 박근혜 정부의 행보와 일치한다.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태양의 후예 속 장면 장면이 전 세계를 수렁에 빠뜨렸던 군국주의·전체주의 흐름을 품고 있다는 지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태양의 후예 방영을 앞둔 베트남에서 불거진 논란은 한국 사회의 맨얼굴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베트남 일간지 '뚜오이째'의 쩐꽝티 기자는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태양의 후예 방영 소식을 언급하며 "누가 한국이나 중국의 방송에서 일본군을 찬양하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을 생각이나 하겠는가"라고 썼다. 이 글이 현지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과거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만행에 치를 떨듯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군이 현지 양민들을 잔혹하게 학살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반응이다.

해당 기자는 "설령 한국군이 베트남에 동맹국의 자격으로 왔더라도 민간인 학살은 부끄러운 일이며 전 세계 어떤 군대의 경우라도 그것은 죄악"이라며 "언젠가 베트남 방송에 한국군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드라마가 방영된다면 '오욕'이라는 글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양의 후예를 방영하는 KBS가 지난 30일 간판 뉴스 프로그램 '뉴스9'에 배우 송중기를 출연시킨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 유시진 역을 맡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송중기 덕에 이날 뉴스9 시청률은 전날보다 3.6%포인트 상승한 23.3%를 기록하며 '송중기 효과'를 톡톡히 봤다.

송중기의 뉴스9 출연에 대해 누리꾼들은 "신선하다" "9시 뉴스보고 설레긴 처음"이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수신료 받아서 뉴스시간에 드라마 홍보한다" "뉴스가 그렇게 없나"며 KBS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역사 강사인 심용환 깊은계단&5분인문학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송중기가 KBS 9시 뉴스에 나왔다. 거두절미하고 따져묻고 싶다. 아무리 태양의 후예가 뜨고 송중기가 좋다 한들 그게 9시 뉴스와 무슨 상관인가. 그리고 뭘 그렇게 예고를 하고 난리인가"라며 "이보다 지독한 우민화 정책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참으로, 참으로 끔찍한 세상에 살고 있다. 도대체, 도대체 어찌해야 하단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