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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고 볼거리도 많았던 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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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오리온의 우승으로 막 내린 2015-2016시즌 KBL 결산

29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KCC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6차전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에서 오리온 조잭슨이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015-2016 KCC 프로농구가 고양 오리온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찾아온 불법 스포츠 도박 파문부터 사상 첫 9월 개막, 단신 외국인선수의 등장 등 여러가지 이슈로 인해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그 안에는 즐거움도 있었다. 지난 한 시즌을 돌아봤다.

◇실패 인정한 9월 개막

2015-2016시즌은 KBL 출범 이래 처음으로 9월에 개막전을 치렀다. 플레이오프가 프로야구 개막과 겹치는 것을 피하고 더 많은 TV 생중계 편성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부작용이 더 많았다. 농구 팬에게 9월 개막은 익숙하지 않았다. 불법 스포츠도박 파문을 일으킨 선수들의 결장이 더해져 초반 흥행은 참패 수준이었다.

신인드래프트는 10월27일에 열렸다. 따라서 신인 선수들은 시즌 중반에야 팀에 합류했다. 시즌 개막의 기대치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신인에 대한 설렘이다. 이번 시즌에는 그 설렘이 없었다. 신인 열풍도 없었고 흥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KBL의 제안으로 이뤄진 9월 개막, KBL은 곧바로 실패를 인정했다. 2016-2017시즌은 올해 10월22일에 개막한다. 이종현, 강상재(이상 고려대), 최준용(연세대) 등이 나오는 신인드래프트는 개막 전에 열린다.

#평가 :신인 없는 시즌 개막이 말이 되나? KBL은 작년 신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래도 실패를 빠르게 인정했다는 점만큼은 괜찮아보인다.

◇조 잭슨과 에밋, 흥행 주도한 단신 외국인선수들

평균 득점을 올리고 경기를 보다 재밌게 만들겠다는 김영기 KBL 총재의 강한 의지는 단신 외국인선수 제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국내선수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걱정 속에서 도입된 제도는 일단 흥행 면에서 합격점을 받을만 하다.

많은 팀들이 키는 작지만 골밑에서 활동하는 '언더사이즈 빅맨'을 뽑았다. 결과적으로 고양 오리온의 조 잭슨, 전주 KCC의 안드레 에밋 등 테크니션들이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시즌 중반 이후 프로농구 흥행에 불을 지폈다.

29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KCC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6차전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에서 KCC 김태술이 오리온 이승현을 앞에 두고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번 시즌 총 관중은 지난 시즌에 비해 약 10% 정도 줄었다. 그래도 시즌 중반 이후 퍼센티지를 상당히 만회했고 잭슨과 에밋이 코트를 누빈 오리온과 KCC의 챔피언결정전은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흥행을 자랑했다.

#평가 : 외국인선수들의 득세에 서운한 감정을 느낀 국내선수들이 적잖았다. 더 많은 테크니션이 등장하지 않을까? 당장 이같은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터. 국내 가드들은 더 노력해야.

◇논란을 일으킨 시즌 중 제도 변경

국내선수 보호 차원에서 외국인선수 2-3쿼터 동시 출전은 정규리그 4라운드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KBL은 시즌 개막 후 이사회를 열고 2라운드부터 3쿼터에 한해 동시 출전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초반 흥행이 저조하자 꺼내든 승부수였다. 그러나 시즌 도중 순위 경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제도 변경을 단행하는 것은 종목을 막론하고 전세계 프로스포츠에서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팬들은 득점력 상승을 좋아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즌 중 제도 변경은 구단 이기주의에 따라 향후 악용될 여지가 있다. 좋지 않은 사례를 남겼다는 점은 2015-2016시즌 최악의 오점 중 하나다.

#평가 : 전자랜드의 안드레 스미스는 부상 여파로 철저한 시간 관리가 필요했다. 갑작스런 제도 변경 탓에 출전 시간이 늘어났고 몸에 무리가 와 결국 오래 버티지 못했다. KBL 역대 최악의 행정 중 하나.

◇경기는 더 빨라졌다

2014-2015시즌의 리그 평균 페이스(pace)는 68.6이었다. 2015-2016시즌은 70.1을 기록했다. 페이스는 한 팀이 한 경기에 시도하는 공격 횟수로 이해하면 된다. 팀당 공격권이 경기당 1.5회씩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템포가 빨라졌다.

정규리그 평균 득점은 78.8점으로 2014-2015시즌 74.6점보다 4.2점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평균 80점대를 기록한 2008-2009시즌(82.4점)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공격적인 농구가 펼쳐지도록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는 김영기 총재의 의도대로 리그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시즌에는 불법 스포츠 도박 파문 탓에 김선형, 오세근 등 각 팀의 주축 선수가 뛰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그들이 정상적으로 한 시즌을 소화하고 대어급 신인들이 가세하는만큼 차기 시즌 경기 템포는 더 빨라지고 득점력은 더 상승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가 : 화려한 플레이도 많이 나왔다. 볼거리를 늘리겠다는 KBL의 시도는 다음 시즌 보다 더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도중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고 있는 심판진 (사진 제공/KBL)

 



◇끊이지 않았던 판정 논란

국제농구연맹(FIBA) 룰을 도입해 주장이 아니면 판정에 항의를 할 수 없도록 제도가 완성됐다. 코트 위에서 얼굴을 찌푸리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심판에 대한 불신은 더 커졌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번 시즌 심판의 기량 자체가 너무 떨어진다"고 시즌 내내 입을 모았다. 그러나 코트 위에서 항의를 하면 테크니컬 파울을 주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불만을 얘기하면 벌금을 부과하니 속으로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항의를 못하게 하고 인터뷰도 못하게 하니 겉으로 보면 이렇다 할 판정 논란없이 한 시즌이 지나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실상은 아니다. 무조건 항의를 묵살하는 심판의 권위적인 모습에 팬들은 더 큰 불신을 갖게 됐다. 팬들은 다 안다.

그리고 U-파울(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이 적용되는 정확한 기준은 이번 시즌에서도 완전히 파악할 수 없었다.

#평가 : 선수가 판정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은 해주자. 심판이 어떤 판정 기준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동료들과 공유함으로써 그날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를 막을 수 있다. NBA가 그렇게 한다. 가만 보면 KBL은 FIBA 규정을 앞세워 너무 많은 부분을 피해간다. 경기 후 20분 안에 제소 여부를 결정하라? 프로리그가 국제대회인가?

#평가2 : 그래도 비디오 판독의 적극적인 시행은 박수를 받을만 하다. 10개 구단 장내 아나운서들에게 제안을 하고 싶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판정이 번복될 때 가끔씩 "오심이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디오 판독에 들어가는 순간 앞선 판정은 무효다. 정확한 판정이 나오면 그 자체가 좋지 아니한가. 이럴 때는 심판 기를 살려주자.

◇새로운 챔피언, 새로운 스타

오리온은 정통 외국인센터를 지명하지 않는 승부수를 던졌다. 포워드 농구를 정착시킨 추일승 감독은 현대 농구의 트렌드인 '스몰볼'을 앞세워 오리온을 14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었다.

"수비 조직력만 갖춰진다면 공격은 선수들이 마음대로 해도 좋다", 추일승 감독의 말이다. 오리온 전력의 밑바탕에는 수비가 있었지만 코트 위에서는 공격적인 농구로 겉모습이 포장됐다. 어쨌든 한 시즌 내내 오리온의 농구를 본 팬들은 즐겁기만 했다.

29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KCC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6차전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에서 120-86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오리온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KCC는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정규리그를 제패했고 '초보 사령탑' 추승균 감독의 지도력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쉬워도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울산 모비스는 대망의 4연패 달성은 놓쳤지만 시즌 막판까지 1위 경쟁을 하면서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뽐냈다.

온갖 악재를 이겨내고 4강 진출에 성공한 안양 KGC인삼공사의 선전도 2015-2016시즌 프로농구가 남긴 인상깊은 스토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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