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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장삿속? …문제 많은 외신 인용보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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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외신인용 보도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

세기의 대결로 불렸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2번째 대국에서 이세돌이 패한 지난 10일. 국내에서는 이 9단의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 프로기사 커제 9단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국내 매체들은 "커제 9단이 중국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패배는 처참했고 따분했다. 그를 응원했는데 이제는 야유한다. 인류 바둑기사의 대표 자격이 없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이 인터뷰를 본 국내 네티즌들은 커제 9단을 맹비난했다. "천하의 커제가 말이 왜 이렇게 길어" "너도 나서면 질 거다" "중국인 인성 봐라"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는 왜곡된 보도였다. <헤럴드경제>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이세돌의 경기진행을 지적한 부분은 있지만, 어디에도 이세돌의 경기에 대해 역겨움을 표현하거나, 나아가 이세돌이 인류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한 부분은 없었다.

이어 매체는 독자들을 위해 중국 매체의 원문을 직접 번역 보도하며 이같이 덧붙였다.

"왜 한국 언론들이 커제의 인터뷰를 ‘왜곡’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세돌 9단에 대해 국민적인 관심과 응원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라이벌이었던 커제의 입을 빌려, 자극적인 내용을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볼 수도 있습니다."

◇ "국내 외신 인용보도…정치적·장삿속·순진"

2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외신 인용 보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8일 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외신인용 보도 문제점과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김성해 대구대 교수는 국내 매체의 커제 발언 보도를 예로 들며 "이런 류의 보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외신 인용보도의 문제점으로 "국가 이익에 대한 환경 감시 기능은 소멸했고, 미국과 서방 언론을 맹신하며, 선정적·흥미 위주에 대한 '관음증'이 난무하고, '대한민국 프레임'에 갇혀 국제사회를 이해하고 있다"며 "슬픈 자화상"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국내 매체가 외신 인용 보도를 할 때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한일 관계가 좋을 때는 일본에 대한 보도가 '한일 월드컵' 재일 한국인 참정권' 등 공동의 이해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관계가 나쁠 때는 '재특회' '반한·혐한' 등의 보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북한 이슈를 다룰 때 한 보수 매체는 미국 해군사관학교 출신 교수를 인터뷰했고, 한 진보 매체는 한미경제 관련 전문가의 기고를 실었다. 왜 이 인물이 해당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는지는 설명되지 않고 매체 정치적 성향에 따라 취사 선택된다는 것이다.

국내 언론사 내 국제부의 비전문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는 구조적 한계와 관련 있다. 보통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 위주로 구성돼, 주로 영미권 서방 매체를 참고해 보도한다. 제3세계 뉴스가 서방 언론의 시각, 특정 '프레임'에 휘말린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IS의 경우도 갑자기 떨어진 게 아닌데, 미국 매체가 뿌리는 프로파간다에 휘말리는 것이다. 모든 뉴스에는 특정 프레임이 있는데 이를 알고 보도하지 않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국가 이익 관점의 '비판적' 서방 언론 읽기가 부재한 문제"가 발생한다.

더불어 언론사 내에서 국제부가 '쉬어가는 부서'가 되거나, 특파원은 전문성 제고와는 거리가 있는 채 '언어 능력과 회사 기여도가 우선된 채 선정'되는 점도 한계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특파원을 두는 것이 비용적으로 부담되기에, 국제 보도가 '영어' 뉴스 인터넷 번역 기사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국제 정세 대한 이해 부족을 문제제기했다. 김 교수는 이를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아는 만큼 받아들인다"며 "순진하거나 혹은 무식하거나"라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 시절 G20이 한국에서 개최됐는데, 사실 이게 복잡한 사안이다. 왜 미국은 한국을 의장국가로 선정했나, 왜 G7을 G20으로 확대했나, 캐나다는 들어갔는데 브라질은 왜 빠졌나, 미국이 주도하는 G20이 있고 중국이나 브라질이 주도하는 것도 있는데 등을 국제 질서 안에서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 대안 없나? "정보 주권 확립 필요", "뉴스 외교라 생각해야"

이러한 국내 매체의 외신 인용보도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김 교수는 언론사의 국제 뉴스 수신 및 송신 역량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미숙 <문화일보> 국제부장은 "다매체 상황에서 언론사들의 경영난 등 때문에 국제 뉴스 보도에 제약이 있다"며 "언론재단에서 국제 관련 뉴스를 심층 보도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결국 국제뉴스가 많이 방송되면 시민들의 자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이 발언에 공감하면서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연합뉴스>와 수신료를 받는 'KBS'에게는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두 매체 만큼은 자본 논리에 휩싸이지 않고, 수용자들에게 양질의 외신을 보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국내 언론에 "정보주권의 관점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 주권이란 "정보의 생성, 저장 유통 및 활용에 대한 주권 국가의 배타적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국가 이익의 차원에서 정보의 흐름과 공개·비공개 여부, 사용 등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이다.

김 교수는 "독일이 과거 2차례 세계전쟁을 일으키고도, 유럽 사회로부터 통일해도 괜찮다는 동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외신보도를 통해) 독일의 통일이 국제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한 것"이라며 "뉴스 외교의 관점에서 정보 주권 및 대응 전략에 대한 정부와 국내 매체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은령 서울대 박사(전 <동아일보> 기자)는 "국익을 누가 결정하는가. 정부가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뉴스를 통제하면 언론에게는 족쇄가 될 수도 있고, 언론의 자유와 국익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에 김 교수는 "정보주권은 내가 정의한 개념은 아니고, 이렇게 쓰인다고 말한 것이다"면서 "뉴스 외교에 관심을 갖자는 의미로 한 말이다. 외신을 정권 홍보나 프로파간다 차원이 아니라, 대중적이고 정교한 담론을 가지고 한국의 관점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기여할 방법을 고민하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역시 "정보주권이나 뉴스 외교 차원에서 국제무대를 대상으로 한 한국의 뉴스 발신에 좀 더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합뉴스>가 우리의 목소리를 외부에 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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