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오리지널 뮤지컬 ‘아마데우스’. 제목만 듣고 클래식처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이야기인 만큼, 그의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여기에 강렬한 록 사운드가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내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아마데우스 중. 'Penser L'impossible'(불가능한 것을 생각해).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렌치 오리지널 뮤지컬 ‘아마데우스’의 원제는 ‘모차르트 오페라 록’이다.
모차르트를 ‘시대를 거스른 최초의 록 스타’ 라는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 이 공연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록이 가미됐기에,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프렌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레미제라블’ ‘로미오와 줄리엣’ 등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아마데우스’ 넘버는 세 뮤지컬에 비하면 대중적이면서 현대적인 느낌이다. 여기에 음악성까지 겸비했다. 프렌치 뮤지컬이 고루하다는 편견이 여기서 깨진다.
뮤지컬 아마데우스 중. - Le Bien Qui Fait Mal (사랑은 아픈 거라네).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랑스어로 공연이 진행되지만 생각보다 낯설지는 않다. 오히려 한국어로 번역하면 낯설어질 것 같다.
자막을 통해 보게 된 넘버의 번역된 가사들은 마치 고전을 읽는 느낌마저 든다.
"나는 반은 허상이고 반은 사람인 여인. 글자 맞추기, 틀린 글자 맞추기처럼 그려지고 만들어졌다네." - 뮤지컬 아마데우스 넘버 '빔 밤 붐'(BIM BAM BOOM) 중.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불협화음을 견뎌 이 지루한 화음을 내게 경고하네" - 뮤지컬 아마데우스 넘버 '악의 교향곡'(L' ASSASYMPHONIE) 중.
실제로 한국어 버전이 진행된다면 각색이 이루어지겠지만, 이대로 부른다 생각하면 듣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극은 ‘모차르트’와 그의 천재성을 시기했지만 음악은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살리에리’와의 대립구도를 중심으로 ‘알로이지아’ ‘콘스탄체’와의 사랑, 아버지 레오폴드와의 갈등, 대주교 콜로레도의 억압을 통해 ‘인간 모차르트’의 고뇌, 사랑, 절망, 성공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무대 위에 그렸다.
모두가 알고 있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이나 과장된 몸짓은 거의 드러나지 않으며, ‘살리에리’ 역시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해 현실감을 높다.
뮤지컬 아마데우스 중. - Vivre a En Crever (자신을 불태우며 살아야 해).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연 중 명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는 장면이다.
속으로는 모차르트의 음악에 반했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는 살리에리를 표현하기 위해, 그를 조종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를 통해 모차르트를 존경하면서도 증오하는 살리에리의 마음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해냈다.
18세기 유럽 로코코 양식의 화려함을 그대로 재현해낸 듯한 무대와 조명, 의상은 또다른 볼거리다. 실제로 의상에만 13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했고 400여 벌이 무대에 등장한다고 한다.
뮤지컬 아마데우스 중. - Bim Bam Boom (빔밤붐).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쉬운 점은 댄서들의 군무가 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종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에서 이런 모습들이 보이는데, 한국 뮤지컬들의 일사불란한 군무에 익숙해져서인지 몰라도, 댄서들끼리 박자가 안 맞는 게 보이면 거슬린다.
또한 극장의 방침인지, 제작사의 방침인지 알 수 없지만, 공연을 시작한 지 30분이 지났는데도 관객이 입장할 수 있었다.
최대한 몸을 숙인 채 움직이긴 하지만 계단을 비추기 위한 손전등과 이미 앉아 있는 관객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이들 때문에 1부는 집중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1부에서 느낀 불쾌감이 2부에서 싹 가셨다. 또한 커튼콜에서 한국어로 인사하고, 무릎까지 꿇고 절을 하는 프랑스 배우들의 모습은 관객에게 준 최고의 팬서비스였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발언 "칭챙총"으로 건배사를 해 논란에 휩싸였던 배우 로랑 방(살리에리 역)은, 논란 이후 부담감은 느끼지 않는 듯 보였다. 매우 안정적이면서도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을 선보였다.
특히 커튼콜에서는 객석으로까지 나와 관객 한명 한명과 시선을 마주하며 앵콜곡을 부르는 열의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