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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이한구式 역습…친박 목 겨눈 '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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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기…버티기 주목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드디어 칼을 뽑았다. 그것도 친박계의 허를 '깊숙하게' 찌른 치명적인 비수였다.

김 대표가 꺼내든 한칼은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최고위 의결을 보류했던 5개 지역구에 대한 무(無)공천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막무가내 '칼질'을 앞세워 유승민계와 비박계의 눈엣가시들을 성공적으로 숙청하며 승리에 도취돼있던 친박계는 김 대표의 이 한 수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무공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후퇴의 연속, 공허한 '옥새' 경고

사실 무공천 카드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김 대표는 이한구 위원장의 칼날이 번뜩일 때마다 무공천 또는 대표 직인 날인 거부로 친박계의 학살 시도에 제동을 걸고자 했다.

이 위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전략 공천과 현역 컷오프 방침을 노골화하자 김 대표는 "용납않겠다"며 공천장 날인 거부를 시사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당 대표 컷오프' 위협과 지도부 내 친박계의 협공에 기세가 꺾였다. 사면박가(四面朴歌)의 처지 속에 고작해야 침묵 시위가 전부였다.

살생부 논란에 사과를 하기도 했고 자신과 측근들의 공천 앞에 이 위원장의 이죽거림과 비아냥도 속으로 삭여야 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위원장과 친박의 폭주에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김 대표에 대한 불만과 실망의 목소리가 커져 갔다. 저항을 해도 30시간을 못넘긴다는 ‘30시간의 법칙’까지 나돌며 김 대표는 희화화됐다.

3.15 비박 학살의 광풍 속에서도 김 대표의 측근들이 모두 살아남자 친박과의 거래 의혹마저 제기됐다.

이 위원장의 고사(枯死)작전에 유승민 의원이 자진탈당한 23일에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유 의원 지역구의 무공천 방침을 공식 언급했지만 '알리바이성 회견', '면피성 저항'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유 의원이 탈당하고 24일 이 위원장이 대구 동을에 진박(眞朴) 후보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공천하자 무공천 발표를 결행했다.

◇ 명분, 행동, 타이밍

김 대표는 이날 역습을 위해 명분을 차곡차곡 축적했다.

친박의 '막장 공천'에다 이 위원장이 유 의원에게 "당을 모욕하고 침 뱉으며 자기 정치를 위해 떠난 것"이라고 비난하자 "잘못된 공천을 최소한이나마 바로잡아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하겠다"며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대표는 유 의원이 탈당하며 남긴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등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고 아파했다.

행동도 전광석화였다. 대표 직인을 모처로 옮긴 뒤 부산 지역구로 내려갔다. 1991년 민정당계의 축출 시도에 당무 거부와 마산 칩거로 대응한 '정치적 아버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을 닮았다. 부산에 도착해서는 “오직 국민만 두려워해야 한다”는 유 의원의 탈당의 변을 다시 인용했다.

타이밍도 절묘했다. 김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등록이 시작돼 당적 이탈이나 변경이 불가능한 24일을 기다렸다. 25일까지 공천장에 직인을 찍어주지 않으면 진박 후보들은 새누리당 후보 자격을 얻지 못함과 동시에 무소속 출마의 길도 막혀 총선 출마가 원천 봉쇄된다.

선거법을 활용해 후보자 등록 전날인 23일까지 9일간의 시간끌기로 유승민을 자진탈당하게 만든 이한구 위원장처럼 현재 선거법과 시간은 김 대표의 편이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24일 오후 김무성 대표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직후 국회에서 소집된 긴급 최고위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치밀한 사전 준비…친박 허 찌른 '외통수'

김 대표는 당헌·당규를 검토하며 친박의 대응 방식 등 여러 경우의 수를 꼼꼼히 따져본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들에게도 거사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한 측근은 "선거운동 중에 한 가게의 TV뉴스에서 접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기습에 당황한 친박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전쟁 선포"라고 규정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지도부 일괄사퇴와 비대위 구성 등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은 당헌 제30조와 당규 4, 7조에 의거해 최고위를 열 수 있고 권한대행의 공천 의결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옥새에서 막힌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 정도다. 우선 당 대표가 아닌 권한대행의 도장을 찍어 제출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총선 후보자 등록 요건을 갖추려면 공천장에 찍힌 당인과 직인이 선관위에 신고된 당인, 직인과 일치해야 한다. 즉 권한대행의 도장으로는 후보자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대표 직인 대신 권한대행 도장으로 인감변경을 한 뒤 공천장에 직인을 찍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선관위에서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대표가 버젓이 있는 마당에 변경이 허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선관위 내부의 시각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에서 조순형 대표와 공천 갈등을 겪던 추미애 선대위원장이 대표 직인을 빼돌리는 사태가 있었다. 추 위원장은 이 직인을 찍은 공천장을 선관위에 제출했지만 선관위는 조 대표가 새 인감으로 변경해 날인한 공천장을 접수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비대위 구성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구이원들이 집단 사퇴하더라도 당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를 출범시킬 수 없다.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대표에게 있기 때문이다. 친박은 한마디로 '외통수'에 걸렸다.

◇ 朴대통령에 반기…또 타협할까

김 대표가 무공천을 선언한 5곳은 대구 동구을(유승민)과 동구갑(류성걸), 서울 은평을(이재오)과 송파을, 대구 달성으로 이번 공천 물갈이의 핵심지역이다.

이곳에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유재길 은평미래연대 대표,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등 진박 후보들을 내보낼 수 없는 사태를 가져왔다는 것은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총선을 20일 앞두고 승부수를 던진 만큼 김 대표가 25일 오후 6시(후보자등록 마감시한)까지 직인을 숨겨두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반면 그간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보여줬듯이 다시 타협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다만 협상의 칼자루는 김 대표가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친박계가 "무책임의 극치"라고 맹비난하면서도 원 원대대표를 곧바로 부산으로 급파해 김 대표 설득에 나섰다.

김 대표는 원 원내대표와 자갈치시장 회동 끝에 당무 복귀로 의견을 모으고 25일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고위가 소집될 것이란 원 원내대표의 기대와는 달리 "소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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