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축구를 표방하는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의 전술은 공격이 중심이다. 지난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도 4-4-2를 주로 활용하지만 4-1-4-1 또는 4-2-3-1, 3-4-3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쓰는 만큼 수비가 다소 헐겁다는 평가를 받았던 ‘신태용호’는 일본과 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도 2-3으로 앞서다 2-3으로 역전패한 아쉬운 결과도 결국 수비 불안 때문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림픽 본선에 나서는 ‘신태용호’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더욱 중요한 포지션으로 평가된다. 불안한 포백 수비의 앞에서 상대 공격을 1차 저지하거나 직접 수비에 가담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용 가능성이 더욱 무게를 얻었다.
지난 AFC U-23 챔피언십에 신태용 감독은 그동안 주전으로 썼던 이찬동(광주)을 부상으로 데려가지 못했다. 그의 빈자리는 박용우(서울)가 대신했고, 비교적 성공적인 활약으로 포지션 경쟁자로 떠올랐다.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이찬동은 '투지'로 대표되는 선수다. 소속팀에서 확고한 주전 입지를 굳힌 것도 장점이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난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아” 이찬동의 자신감신태용 감독은 ‘아프리카의 강호’ 알제리와 평가전에 이찬동을 다시 불렀다. 이찬동은 발등 뼛조각 제거 수술로 AFC U-23 챔피언십에 함께하지 못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선수 생활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없앤 수술이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소집훈련을 하는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이찬동은 “카타르 대회를 중계로 보니 수비가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내 장점은 중앙 수비 앞에서 상대 공격수와 신경전을 벌이며 예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것도 나의 확실한 장점”이라고 활짝 웃었다.
이찬동은 인터뷰하는 내내 ‘헌신’과 ‘희생’을 강조했다. 그리고 ‘몸을 날리고 던진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만큼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자신이 있다는 자기표현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그토록 강조하는 소속팀에서의 주전 입지도 확실하게 다졌다는 점 역시 이찬동이 우선순위를 점할 수 있는 확실한 장점이다.
“(박)용우가 카타르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경쟁의식은 없다”는 이찬동은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할 일만 묵묵히 하는 것이 이찬동의 스타일이다. 나는 내 할 일만 하겠다. 판단은 감독님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박용우는 제한된 인원으로 단시간에 여러 경기를 치러야 하는 토너먼트 대회에서 더욱 활용도가 높은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이 돋보인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난 어느 포지션도 자신 있다” 박용우의 자신감
사실 박용우는 ‘신태용호’가 건진 의외의 소득이다. 건국대 3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입성 데뷔 첫해부터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으며 자신의 기량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볼키핑과 제공권 싸움이 장점인 데다 정확한 패스까지 갖춘 박용우를 서울에서는 ‘제2의 기성용’이 될 것이라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올림픽대표팀 합류는 최근이지만 실전에서 보여준 인상은 강렬하다.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 이어 AFC U-23 챔피언십에서 ‘굴러온 돌’ 박용우는 ‘신태용호’의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자연스럽게 ‘박힌 돌’ 이찬동과 경쟁에 불이 붙었다.
박용우는 “내가 당장 세계적인 선수처럼 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까지 해왔던 경기력이라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선수마다 장단점이 있는 만큼 나는 내 장점인 패스와 킥, 수비할 때 위치 선정을 앞세워 대표팀에서 (이찬동과) 공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