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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의 무소불위 '칼춤'…그들은 '비루한 간신'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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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말려죽이기'…'줄탁동시' 공관위·친박 지도부, '생명연장' 김무성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23일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 공천을 끝까지 거부하며 공식적인 공천 업무를 사실상 모두 종료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해 친박계가 장악한 공관위는 당론으로 정한 상향식 공천 원칙을 무력화 시키고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부합하는 '코드 공천'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상향식 공천의 신봉자였던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김무성계는 무력한 모습을 보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정부의 잘못된 국정운영을 비판해온 이들의 몫이 됐다.

◇ 철저히 유린된 100% 상향식 공천 원칙

새누리당은 올초 의원총회를 열고 '100% 상향식 공천'을 20대 총선 공천 원칙으로 정했다. 김 대표는 전략공천을 실시해야 한다는 친박계의 주장에 "나를 죽이고 하라"며 상향식 공천에 정치생명을 걸었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친박계 이한구 의원을 선임하면서부터 상향식 공천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저성과자', '비인기자', '양반집 도련님' 등을 낙천 대상으로 지목하며 상향식과 배치되는 현역 컷오프(공천배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첫 컷오프 대상자로 김태환 의원이 선정됐지만 김 대표 등 비박계는 침묵했다. 고령인데다 친박계 중진인 김 의원이 '제 식구'가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때부터 이 위원장과 공관위의 칼춤은 거침이 없었고 급기야 유승민계와 이재오·진영 의원 등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인사들이 대거 컷오프 되는 '3.15 공천 학살'이 일어났다. 유 의원의 수족은 모두 잘라냈으면서도 유 의원 본인의 공천 결정을 끝가지 거부하면서 자진탈당을 강요하는 고사(枯死)작전을 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밤 탈당과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대구 동구 화랑로 자신의 의원 사무실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화들짝 놀란 김 대표가 뒤늦게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기차는 이미 떠나 뒤였다. 최고위에서 다수를 차지한 친박계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공관위의 활동을 옹호했다.

결국 전체 253개 지역구 가운데 141곳만 상향식 공천 원칙에 따라 경선이 실시됐고 나머지 96곳은 단수추천지역, 12곳은 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되며 사실상의 전략공천이 108곳에서 실시됐다.

지난 19대 총선 공천에서 44곳에서만 경선이 실시됐다는 점에서 상향식 공천 실시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100% 상향식 공천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여기다 단수·우선추천이 유승민계 등 현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은 인사들을 컷오프 시키는 도구로 사용됐다는 점에서 18대 총선 공천 당시 친박계를 향한 공천학살과 비견되는 최악의 보복 공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경선이 실시된 지역에서 안홍준, 정문헌, 강석훈 의원 등 현역 지역구 의원이 패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현역 의원의 승률이 70%에 이르며 상향식 공천이 '현역 기득권 챙기기'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 상향식인데 '사천(私薦) 난무한 공천'

상향식 공천 원칙이 휴지조각처럼 버려진 현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김 대표 등 비박계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며 상향식 공천을 내세웠지만 정작 이들의 안중에는 국민 보다는 기득권이 우선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을 추진하며 현역 지역구 의원은 선거 6개월 전에 당협위원장직에서 사퇴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당협위원장이 지역구 조직을 장악하고 있어 정치신인 등과의 경쟁이 불공정게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위원장은 상향식 공천은 현역기득권 지키기라며 사실상의 전략공천인 단수·우선추천을 대거 실시했고 이미 실기(失期)를 한 김 대표는 이에 맞대응할 논리를 찾을 수 없었다.

여기다 김무성계는 겉으로는 상향식 공천을 정치개혁을 위한 '지상과제'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상향식 공천 원칙이 철저히 유린되는 것을 목격하면서도 자신을 겨누고 있는 칼춤 앞에 침묵했다.

이렇게 소신을 버린 결과 김 대표를 포함한 김무성계는 거의 대부분 공천장을 거머쥐며 정치생명 연장을 꿈을 이뤘다.

'40명 살생부' 파문 당시 김 대표와 각을 세웠던 정두언 의원은 "개인적으로 이런 일련의 사태에 역할을 제대로 못한 데 대해 심히 부끄럽게 생각하며, 국민과 당원 앞에서 석고대죄 한다"고 밝혔다.

또 "'공천학살'에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의 지도부와 공관위의 인사들은 총선에 패배한다면 1차적 책임을 짐과 동시에 역사에는 '비루한 간신들'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아울러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공관위가 선출된 권력인 국회의원들이 마련한 공천 원칙을 무참히 짓밟고 권력의 입맛에 따라 공천권을 휘두르는 것 자체가 후진적인 공천 방식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지금까지 수많은 선거를 보면서 가장 사천(私薦)이 난무한 공천"이라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 권력들을 전부 다 앞에 앉혀 놓고 심사를 했는데 그런 권한은 과연 누가 준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유승민 의원의 수족을 다 잘라내고서 자진탈당을 강요하며 공천 결정을 끝까지 미룬 데 대해서는 "인간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임태희 전 의원), "치졸하기 이를 데 없다"(한 70대 새누리당 지지자), "비겁한 꼼수"(한 40대 중도 성향 서울시민) 등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친박계가 다수를 점한 당 지도부 역시 핑퐁게임으로 공관위와 완벽하게 호응했다.

새누리당 당규 9조 10항은 공천후보자 부적격 기준으로 '유권자의 신망이 현저히 부족한 자'를 적시하고 있다.

지지층의 신망을 잃게한 측이 컷오프된 유승민 의원과 측근들인지, 공관위와 친박계 그리고 김무성 대표인지 20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답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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