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LPGA 투어 홈페이지 영상 캡처)
'한국 여자 골프 선구자' 박세리(39, 하나금융그룹)가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박세리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1라운드를 마친 뒤 골프채널과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2016년이 내가 풀타임으로 활동하는 마지막 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에도 2016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이번에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골프채널은 "박세리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담담하게 질문에 답했다. 마이크를 놓고 내려간 뒤에는 LPGA 커미셔너인 마이크 완과 포옹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방으로 들어간 뒤 살짝 눈물을 흘려 닦는 모습도 보였다"고 기자회견 상황을 전했다.
박세리는 한국 여자 골프의 선구자였다.
한국 여자 골퍼 최초로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정상에 섰고, 총 25승(메이저 5승)을 거뒀다. LPGA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다. 특히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양말을 벗고 호수에 들어간 장면은 IMF로 실의에 빠져있던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 현재 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 대부분이 박세리를 보고 골프 선수의 꿈을 키웠다.
박세리가 처음 은퇴를 고민한 것은 3년 전이었다. 서른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남은 인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박세리는 "골프는 단순한 골프가 아니라 내 인생이었다"면서 "프로로서, 또 골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뤘다. 그런데 골프만 생각했지 내 자신을 챙기지 못했다. 골퍼로서는 좋았지만, 사람으로서 좋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기고, 지고, 대회에 참가하고, 다시 이기고, 지고 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터뷰는 LPGA 투어 홈페이지에도 영상으로 실렸다. 그만큼 한국을 넘어 LPGA 투어에서도 박세리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박세리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여자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박세리는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반대로 내 기술과 희망을 공유하려 노력해왔다. 다음 단계에서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올해를 마지막으로 결정했다"면서 "한국의 유망주들이 섹에서 활약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그들이 꿈을 이루도록 끌어주려는 것이 내 계획"이라고 말했다.
후배들도 박세리의 은퇴가 아쉽기만 하다. '세리 키즈'로 불리며 2012년 US여자오픈 챔피언에 오른 최나연(28, SK텔레콤)은 "세리 언니는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면서 "호텔과 골프장만 오갔다. 즐기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래서 항상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보고, 또 친구들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자기 자신을 돌보라고 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