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오, 진영, 이종훈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이종훈 의원 블로그 캡처)
새누리당 친박계가 주도하고 있는 20대 총선 공천에서 이재오·진영·유승민계 등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한 전력이 있는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에따라 향후 새누리당은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가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못된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무조건 찬성표만 던지는 거수기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대통령 국정운영 적극 뒷받침 '하지 않은' 불경죄한 공천관리위원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종훈 의원의 공천 탈락과 관련해 이 의원이 유 의원의 측근이라는 것은 물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야당 의원 쪽에 많이서는 특이 행동으로 굉장히 찍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학자인 이 의원의 전공분야가 노동경제학이라며 친절하게 이 위원이 '특이 행동'을 한 이유까지 설명했다.
이와함께 역시 유승민계인 조해진 의원과 관련해서는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운영위원회 간사로서 "국회법 수정안을 앞장서서 제출한 죄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두 사람이 공천에 탈락한 이유는 유승민계라는 공통점과 함께 의정활동 내용이 현 정부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아 당 정체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올초 공천룰을 확정하는 의원총회에서 공천 부적합 기준으로 '당론 위배 행위'를 추가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당론 위배 행위인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친박계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를 당 정체성 위배 행위로 확대해석했고 더 나아가 당헌·당규 위배 행위도 공천 부적격 기준이 됐다.
친박계인 박종희 공관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누리당 당헌 8조는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며 구체적인 항목까지 설명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이재오 의원은 개헌을 주장하며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유지했고, 국정교과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또, 진영 의원은 기초연금 축소 방침에 반발해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결국 원내대표 시절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사사건건 비판한 유승민 의원을 따른 유승민계와 함께 이들 의원들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 '하지 않은' 불경죄를 물어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 잘못된 국정운영 비판은 곧 '공천탈락'그런데 당헌·당규 위배를 공천 부적격 기준으로 삼을 경우 새누리당내에 공천에서 탈락할 이들은 부지기수다.
당장, 18대 국회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결국 부결시킨 박근혜 대통령부터 공천 부적격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행위'로 규정되는 탈당 뒤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고도 버젓히 이번에 공천을 받은 의원들이 수두록하다.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 '친박무소속연대' 등으로 당선된 친박계가 대표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공천 부적격 기준이 선례로 남으면서 앞으로 여당 내에서는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을 바로잡기 위한 '쓴소리'나 '조언'조차 하기 힘들어졌다는데 있다.
향후 여당 의원은 국정감사나 대정부질문,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잘못된 국정운영과 정부정책, 그리고 부적절한 인사 등을 비판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조해진 의원은 "국민을 대변하고 봉사해야 할 공당을 개인에게 열중하고, 맹목적으로 충성 바치는 1인 정당, 패거리 정당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면서 "피땀 흘려 쌓아온 정당 민주주의, 의회 민주주의를 30년 뒤로 후퇴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고위 당직자도 "정당 민주주의가 내부비판을 통해 스스로를 개혁하고 국민들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이런 식으로라면 앞으로 내부 비판은 허용되지 않고 무조건 대통령의 결정에 찬성하는 거수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