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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누리당 표적낙천의 '보이지 않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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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지역구 공천(公薦)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유승민 의원만 미정(未定)으로 남겨뒀다. 그런데 뒷말이 너무 많아 뒷탈이 우려될 정도다.

동전의 양면이지만 공천보다 낙천(落薦)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과연 낙천의 칼자루는 누구의 손(手)에 쥐어졌을까? 칼자루를 쥔 손은 보이는가? 보이지 않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누리당에서는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보이는 손'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고, '보이지 않는 손'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즉 박심(朴心)이라고 한다면 순진한 해석이다.

국민의 눈에 비친 새누리당의 공천 결과는 '비박(非朴)학살', '친이(親李)학살'이다. 이는 공천과 낙천의 기준이 박심(朴心)에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박심은 '배신의 정치', '진실한 사람' 등의 수식어구를 동반했다. 이한구 위원장이 언급했던 '양반집 도련님', '편한지역 다선의원', '정체성' 등은 옹색한 허울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시쳇말로 박 대통령에게 찍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당내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적잖은 쓴소리를 해왔다. 2004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진영 의원은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파기에 반발해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퇴했다.

또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원조 친박'으로 불린 유승민 의원도 자신의 측근 의원들이 무더기 낙천되면서 고립무원의 처지가 됐다.

대신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에서는 이른바 진박(眞朴) 후보들이 단수추천되거나 경선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낙천된 현역 의원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욕설 녹취록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의 공천배제 결정도 사석에서 대통령을 '누님'으로 부른다는 윤 의원인만큼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유승민 의원의 경우는 새누리당 당명 개정에 반대한 점, '청와대 얼라'라는 표현, "박 대통령의 공약인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언급한 사실 등이 줄줄이 엮어져 최종 심판대에 올려져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눈에 유승민 의원은 배신(背信)의 정치인으로 비쳐질 수 있겠지만 국민의 눈에는 소신(所信)있는 정치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쯤되면 새누리당의 공천은 공천이 아니다. 사천(私薦)이며 특혜다. 표적낙천이다.공천(公薦)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공인된 정당에서 여러 사람이 합의해서 공정하고 정당하게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6 대구 국제섬유박람회에서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지난 주 선거중립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행보'라며 TK지역을 방문해 대구 동구갑에 출마한 정종섭 전 장관과 공개리에 악수를 하는 등 진박 후보들을 챙겼고, 16일에는 부산을 찾았다.

"김무성 죽여버려"를 말한 윤상현 의원의 통화 상대자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이한구 공관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밀회동설도 유야무야됐다. 새누리당 공천에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공천이든 낙천이든 투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다.

사실 새누리당의 공천학살은 4년마다 모습을 달리해 등장해왔다. 2008년 18대 총선 때는 친이계의 '친박학살',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친박계의 '친이학살', 그리고 2016년 20대 공천의 '비박학살'까지.

자기 사람 챙기기와 상대 계파 죽이기로 점철된 새누리당의 공천과정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 낮은 우리 정치의 현주소이다.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킬 지경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2년 뒤 퇴임한다 해도 65세로 젊은 나이인 만큼 향후 정치행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도 필요하겠지만 아무리 TK지역이 자신의 정치기반이라 하더라도 마치 개인의 '영지(領地)'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또한 '박심'만을 등에 엎고 국회의원에 당선된들 과연 민생을 위한 정치에 발 벗고 나설 것인지도 의문이다.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받았는데, 집권당의 표적낙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도 암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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