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구단의 하늘색 셔측 오른쪽 손목에 LG전자의 스마트폰 'G5' 로고가 새겨져 있다. (사진=구글제공)
세기의 대결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의 숨가쁜 대국이 펼쳐진 5일간 대한민국과 세계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들썩거렸다.
구글은 대국 다섯 판으로 시가총액이 58조원 이상 불어나는 등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고, 한국 바둑계도 바둑입문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뉴스들이 쏟다지면서 사회·경제·과학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전세계의 이목이 쏟아진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전세계 신문·방송·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는 조금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보통 이런 세계적인 빅 매치에는 스폰서 광고가 뒤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국 현장에는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 이세돌, 유니언잭, 태극기 말고는 눈에 띄는 스폰서는 보이지 않았다. 구글 측이 어떠한 광고나 스폰서도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알파고의 노출이 극대화되어야 하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뒤늦게 스폰서 광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이세돌 9단의 옷에 숨겨진(?) LG전자의 후원사 로고다.
이 9단은 지난 9일부터 다섯차례의 대국에서 노타이 정장에 하늘색 와이셔츠를 입고 출전했다. 보통 바둑기사들이 예의를 갖추기 위해 정장을 선호하는데 이 9단도 이같은 패션을 즐기는 편이다.
이 9단이 바둑판에서 알파고와 일진일퇴의 숨가쁜 전투를 벌일때마다 그의 오른손이 바빠졌다. 고민이 많아질때면 돌통의 돌을 쥐고, 돌통을 두드리거나 얼굴로 손이 갔다. 이 9단을 후원한 LG전자의 로고는 어디에 있었던걸까?
LG전자는 이 9단의 와이셔츠 오른쪽 손목에 LG전자의 새 전략스마트폰 'G5'의 자수 로고를 새겨넣었다. 이 9단이 돌을 놓을때마다 '살짝살짝' 비춰지는 것이 목표. 그러나 이를 눈치챈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다만 그가 왼쪽 손목에 찬 시계는 어느정도 관심을 끌었다. 단순한 시계라고 생각했지만 이것도 LG전자의 스마트워치다.
LG전자는 한국 바둑계의 대표적인 후원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1996년부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인 'LG배 세계기왕전'을 후원해오고 있고, 이세돌 9단도 'LG전자 바둑꿈나무' 출신이다.
한편, 이를두고 네티즌들은 "LG는 홍보만 잘하면 좋은데, 괜찮은 제품 만들고도 홍보를 못한다"며 LG전자의 부족한(?) 홍보전략을 꼬집었다. 온라인에서는 실제 LG전자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놓고도 홍보·마케팅에서 제대로 못한다며 소비자들이 직접 LG전자 제품을 홍보해주는 해프닝 일어나기도 한다. 스마트폰 'G2', 'V10'이나 LG노트북 '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LG전자 측은 "홍보도 중요하지만 이세돌 9단이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이 됐기 때문에 G5 로고의 크기나 색상에 무리를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구글 측이 스폰서 노출이나 광고를 하지 않는 원칙을 제시한 것도 한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