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20대 총선 대구 동구을 공천 면접을 기다리며 유승민 의원(왼쪽)이 일바 진박 후보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과 나란히 앉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윤창원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에게 가혹한 시련이 들이닥쳤다.
공천관리위원회는 15일 유 의원의 측근 의원들 거의 모두를 낙천했다. 유 의원이 공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수족(手足)이 날아갔기 때문에 치명상을 입은 격이다.
공관위가 16일 유 의원의 ‘공천’ 여부에 대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수렴을 거친 뒤 다시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고통스런 시간은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 유승민계 ‘학살’…진박(眞朴), 김무성계 ‘전략공천’
7차 공천 결과는 유승민계에 대한 ‘표적 낙천’ 전망의 현실화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친박계 및 김무성 대표의 측근 의원들과 비교하면 공천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날 공천배제(컷오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7명의 의원 증 김희국, 류성걸, 이종훈, 조해진 의원 등 4명이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앞서 권은희, 이이재 의원 등도 낙천됐다.
지금까진 김세연 의원이 유일하게 공천됐다. 김 의원의 경우 탄탄한 지역 기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민현주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 등은 경선을 거쳐야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도 유 의원과의 친분 외에 종교계와의 인연 등 별도의 원인이 작용해 그나마 경선 기회를 갖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 대표의 측근 의원은 거의 전원 살아남았다. 이날 발표로 김성태, 김학용 의원이 단수추천을 받았다. 심윤조, 김종훈 의원은 경선을 거쳐야 하나 생존 확률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친박계의 경우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배제되긴 했으나, 지역에서 열세라고 알려졌던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등 진박 후보들은 사실상 전략공천을 받았다.
◇ 유승민에게 가해진 ‘올가미’…“측근 죽도록 내버려 둔 이기주의자”유승민계 의원들은 “김무성 대표가 공언했던 ‘상향식’ 공천 절차의 원칙이 무시됐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겨눴던 칼끝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는 반응 속에서도 일단 대부분 전화를 꺼놓는 등 공개적인 반응을 삼가고 있다. 16일 예정된 유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 결정이 나올 때까지 침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신들에 대한 ‘표적 낙천’ 발표와 유 의원에 대한 최종 판단 사이에 시간 차이를 둔 의도에 대해 경계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유 의원에 대해 악(惡)감정을 갖고 있는 친박계가 의도적으로 공천 발표를 미뤄 ‘자기 계파가 죽는데도 태연하게 버티는 수장’ 구도를 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도에는 수치심을 주는 등 유 의원의 감정을 자극해 돌발행동이 나오게끔 유도하는 계산이 깔려 있다.
때문에 유 의원이 공천이 결정되기도 전에 ‘불출마’ 혹은 ‘탈당’ 등의 행동을 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측근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의원이라도 살아남아 상처받은 자존심과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면 대결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다른 의원은 “유 의원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저들(친박계)이 의도하는 덫이라고 하더라도, 그 길이 명분이 있는 길이면 걸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