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첫 번째 대국에서 첫 수를 두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인간에게 턱없이 불리한 게임…그야말로 구글이 추진한 '희대의 사기극'이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 충격의 2연패를 당한 가운데 일부 IT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세돌 9단의 필패론을 예견, 불공정 게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있기 한달 전인 지난 2월 9일, 법무법인 한얼의 전석진 변호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구글이 추진한 이번 대국이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세돌 필패론'을 제기했다.
전 변호사에 따르면 알파고가 사실상 무제한의 훈수꾼을 두고 바둑을 두기 때문에 게임조건이 애당초 인간에게 턱없이 불리하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광케이블로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자원을 알파고는 실시간으로 새로운 학습과 새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며 "이는 이미 훈련시킨 수십 수백 대의 알파고를 이세돌 9단이 둔 수를 기초로 실시간 다시 학습시키면서 동원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알파고는 학습에 의해 상대방의 수를 예측하면서 두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이미 둔 수를 보고 나서 실시간으로 다시 학습해 그 다음수를 계산하므로 이는 진정한 인공지능이 아니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전 변호사는 또 시간제한도 '일 대 다수'의 싸움으로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케이블로 인터넷에 연결해 바둑을 두는 알파고는 무한정 동시에 수천대의 알파고를 돌릴 수 있기 때문에 시간패를 당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시간이 부족하면 전 세계에 있는 다른 컴퓨터들을 얼마든지 동원 가능하다"면서 "반면 이세돌은 혼자 두기 때문에 시간제한을 받고, 시간패를 당할 수 있다"며 시간제한 규정이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바둑 실력이 '강일급'이며, 소프트웨어 회사도 창립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전 변호사는 구글이 이세돌 9단에게 제시한 상금액에 대해서도 "구글이 이세돌에게 10억을 걸었지만 구글이 이기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앞서는 회사가 되어 시가총액이 수조 원 상승한다. 이번 대결이 그만큼의 가치를 걸고 하는 게임이다. 아무 승산 없이 수조 원을 걸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의 필패를 예견한 전문가는 또 있다. 그 역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연결된 컴퓨터 클라우드를 간과한 사실을 지적했다.
법원 내 대표적 IT 전문가로 한국정보법학회장을 지낸 강민구 부산지법원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이 9단이 패배한 것은 전자계산기가 처음 나왔을 때 암산왕이 패한 것과 비슷하다"며 "고난도 바둑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헷갈렸을 뿐"이라며 "저는 이 게임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 9단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에 한 표를 걸었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한 언론 매체를 통해 "이 9단 측이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연결된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거 같다"며 지금까지 체스 게임 등을 하던 컴퓨터 클라우드 시스템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