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춤추게 한 시] 산 속에 있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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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있는 달
-헤르만 헤세(1877-1962)

노래하라, 가슴이여, 오늘은 너의 시간
내일이면 너는 죽어 있으리니,
반짝이는 별도 볼 수 없고
지저귀는 새소리도 들을 수 없다.
노래하라, 가슴이여. 너의 시간이 불타는 동안.

별을 흩뿌린 듯, 반짝이는 눈 위에서 해는 웃고
구름은 그윽한 골짜기 위에 꽃과 같이 쉬고 있다.
모든 것이 신선하고, 열정이요 빛이다.
목 조이는 그림자 괴롭히는 근심도 없다.
호흡이 상쾌하다.
호흡은 축복이며 기도이고 노래이다.
호흡하라, 영혼이여!
해를 향해 가슴을 펴라, 너의 짧은 시간 동안.
인생은 즐거운 것, 기쁨과 슬픔까지도.
바람에 날리는 눈가루는 저마다 복되도다.
나도 행복한 우주 창조의 핵심,
지구와 태양의 가장 사랑받는 아들이다.
한 시간 동안,
웃고 있는 한 시간 동안은.

바람에 눈가루가 흘어질 때까지는
노래하라, 가슴이여!
오늘은 너의 시간!
내일이면 너는 죽어 있으리니.
반짝이는 별도 너는 볼 수 없고
지저귀는 새소리도 들을 수 없네 -
노래하라, 가슴이여.
너의 시간이 타오르는 동안.

경쾌하다. 직장 일에 활기가 떨어진 요즘 이 시 덕분에 활력이 솟는다. '노래하라, 가슴이여. 오늘은 너의 시간!' 시의 활발함에 전염되어 간밤의 숙취는 간 데 없고 마음이 상쾌하다. 시들어가는 난 화분에 물을 흠뻑 적셔주니 난 이파리들도 생기를 띠며 윤기가 돈다. 난에게 마음을 주는 동안 '온전히 나의 시간'임을 느낀다.

시인은 '바람에 날리는 눈가루는 저마다 복되도다'고 했다. 눈가루는 해가 비치면 금방 녹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빛나는 순간만큼은 영광되고 복된 시간인 것이다. 시인은 '오늘은 너의 시간!/내일이면 너는 죽어 있으리니./반짝이는 별도 너는 볼 수 없고/ 지저귀는 새소리도 들을 수 없네-'라고 했다. 여기서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생을 마감하는 죽음을 의미하기보다는 자연의 아름다움, 삶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감성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수많은 정보와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진정 자신의 내면을 만나고 영혼을 춤추게 하는 순간을 얼마나 누리고 있는가. 영혼을 기쁘게 하는 것들을 찾아내고 느끼는 눈이 없으면 죽음과 다를 게 뭔가. 나는 바란다. 오늘도 힘차게 떠오르는 아침 해와 평온하게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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