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고메즈 (자료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이제 실전 모드입니다"
2016년 KBO리그 시범경기가 막을 올렸다. 오는 27일까지 팀당 18경기를 치르는 시범경기는 뜨거운 야구 열기와 맞물려 정규리그 못지 않은 관심을 반영한다.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 팀마다 점검해야 할 전력 요소가 많다. 긴장감도 끌어올려야 한다.
롯데의 새로운 사령탑 조원우 감독의 말처럼 실전 모드다. 시즌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8일 우천으로 취소된 광주를 제외하고 전국 4개 구장에서 열린 시범경기를 보기 위해 겨우내 움츠렸던 야구 팬의 발걸음도 분주했다. 롯데와 SK의 경기가 열린 울산 문수야구장에는 약 천명의 관중이 입장해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범경기 첫 날부터 의미있는 장면들이 쏟아져나왔다. 4년 총액 96억원의 FA 계약을 맺고 NC에 새 둥지를 튼 박석민은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이적 후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케이티의 베테랑 김상현은 연타석 아치를 그렸다.
울산에서도 인상깊은 한방이 터졌다.
SK가 큰 기대를 품고 영입한 내야수 헥터 고메즈는 팀이 1-2로 뒤진 5회초 역전 3점홈런을 터뜨렸다. 2사 1,2루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배장호가 던진 시속 116km 커브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고메즈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다. 메이저리그 최고 좌완으로 손꼽히는 클레이튼 커쇼에게 홈런을 빼앗은 장면으로 유명하다.
김용희 SK 감독은 이날 베스트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고메즈를 2번타자 유격수로 배치했다. '강한 2번타자'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는 고메즈에 대해 "타구가 빠르고 멀리 날린다"며 타격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타격 자세가 다소 높아보인다는 말에는 "문제는 없다. 자세가 높다고 낮은 공을 못 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고메즈는 배장호의 낮은 커브를 퍼올리는 스윙으로 담장을 넘겼다.
공수주를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고메즈가 2번 타순에서 제 몫을 해준다면 SK 타선에 무게감을 더해줄 수 있다.
롯데에서는 좌완 선발 레일리와 주축 타자 손아섭이 눈길을 끌었다.
레일리는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총 37개의 공을 던졌다. 최고구속은 144km. 투심패스트볼과 커터의 위력이 좋아보였다.
조원우 감독은 "레일리가 전지훈련장에서 등판한 적이 없어 첫 경기 선발로 내세웠다"며 "시범경기에서 4차례 정도 던지게 해 차츰차츰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옆구리 부상에서 회복 중인 손아섭은 7회 대타로 나와 우전안타를 때려 건재함을 과시했다. 조원우 감독은 "현재 몸 상태는 80~90% 정도다. 연습은 풀로 소화하고 있다. 일단 대타로 시작해 타석을 차츰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아섭은 "오랜만에 실전 경기라 우선 재밌었다. 안타를 치긴 했지만 스윙 스피드 등은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시범경기 동안 페이스 조절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와 SK는 6-6으로 비겼다. 3점 차로 뒤진 9회말 3점을 뽑아 패배 위기에서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