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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강하늘이 윤동주의 '청춘'을 그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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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인간 윤동주 좋아하게 돼…기회가 있을 때 과거를 보자"

영화 '동주' 스틸컷 속의 배우 강하늘. (사진=자료사진)

 

스스로를 지우고 나서야 비로소 '그'가 될 수 있었다. 죽을만큼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인 윤동주를 연기한 배우 강하늘의 이야기다.

어떤 작품보다 강하늘의 색은 옅었다. 그럼에도 그는 '동주'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색을 증명해 보였다. 윤동주 시인이 삶을 마감한 나이 언저리, 20대 청년 강하늘은 온전히 자신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죄송스럽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영화를 하면서 스스로 윤동주 시인을 '어떤 시인'이라고 재단했던 과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청년' 윤동주를 똑바로 바라본 순간, 강하늘은 '윤동주'가 되었다.

시인의 뒷모습에 청춘이 있었던 것처럼 '미담 폭격기'라고 불리우는 배우 강하늘 역시 그렇다. 어른스럽고 배려심 깊은 모습 뒤에는 게임을 좋아하고, 함께 연기 공부한 친구들을 생각하는 27세의 청년이 숨쉬고 있다.

다음은 청년 강하늘과의 일문일답.

▶ 우연히도 '동주'와 '좋아해줘'가 같은 날에 개봉하게 됐다.

- 제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할지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결론을 내렸다. 둘 다 제가 사랑한 작품인데 각 영화에 충실한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 한 번에 두 작품이 개봉해 떨리는 마음도 남달랐을 것 같다.

- 촬영 끝나고 나서는 후련했는데 개봉이 다가오면 마음이 그렇다. 개봉을 하게 되면 비판을 받아야 되기 때문이다. 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 그런데 '동주' 같은 경우, '그게 윤동주 시인이라고 연기한거야'라는 이야기가 들리면 너무 힘들 것 같다.

▶ 영화를 찍기 전부터 윤동주 시인의 시와 그 생애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제가 원래 윤동주 시인의 팬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을 출판사별로 다르게 갖고 있다. 시를 보다 보니까 무의식적으로 윤동주 시인에 대한 이미지가 생겼다. 하얗고, 천사 같고 뭔가 거창하면서 대단한 이미지. 대본을 읽다가 윤동주 시인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이지,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누군가를 질투하고, 사랑하기도 했는데 그런 감정을 묵살해 버린 거다. 그것에 충격 받았고 반성했다.

▶ 영화를 찍기 전과 후, 윤동주 시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지점이 있을 것 같다.

- 이전에는 윤동주 시인을 좋아했다면 이제는 인간 윤동주를 좋아하게 됐다. 원래 '서시',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등을 좋아했는데 '자화상'도 좋아졌다. '자화상'을 시집으로 읽을 때는 시 속의 사나이가 당연히 윤동주 시인인 줄 알았는데 송몽규라는 인물도 대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동주' 스틸컷 속의 배우 강하늘. (사진=자료사진)

 

▶ '동주'는 유독 배우 강하늘의 색이 짙지 않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일부러 배우만의 개성이나 색을 빼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나?

- 동주는 작품 자체가 도전이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어떤 단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이 너무 죄송스러워서 색을 빼기 위해 노력했다. 시를 사랑하는 청년으로, 그 삶을 살다 가셨는데 그걸 바라본 우리들이 '저항시인'이다 '어떤 시인'이다 이렇게 이름을 붙여준 것이 아닐까. 이준익 감독님이 술을 마시다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작품에 어떤 의도를 부여하면 다른 의미의 폭력이라고. 그 이야기가 깊게 와닿아 그런 식으로 연기했다.

▶ 그렇게 신경썼던 만큼 본인은 연기에 좀 더 아쉬운 부분이 많겠다. 결과물이 나온 지금은 어떤 생각이 드나?

- 조금 더 고민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당시에는 죽을만큼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죽을 정도는 아니었고 더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윤동주 시인님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었을까. 괜찮다, 괜찮다 해도 괜찮지 않다.

▶ 윤동주의 친척이자 가장 절친한 친구인 송몽규 독립운동가도 인상 깊었다. 사실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축을 이루며 영화를 지탱한 캐릭터다. 배우 박정민이 또 다른 느낌으로 연기를 했는데 그게 본인 연기와 좋은 앙상블을 이뤘다.

- (박)정민이 형과 6년 전에 알게 됐는데 전부터 굉장히 친했다. 신기했던 것은 영화 촬영하면서 서로 연기에 대한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냥 믿었다. 툭하면 툭, 척하면 척이었다. 얼마나 좋았냐면 정민이 형과 연기하는 건 '동주'가 끝이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랬다. 다른 정민이 형을 생각하기가 힘들다. 이미 정민이 형은 내 안에서 송몽규 독립운동가가 됐고, 저는 그 느낌을 흑백 영화처럼 남겨두고 싶다.

▶ 박정민이 촬영 전에 윤동주와 송몽규가 자라난 북간도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동료 배우로서, 그 같은 연기 열정에 대해서 어떻게 지켜봤나.

- 정말 치열하게 연기한다. 저도 배웠으니까 제 주변에 연기하는 친구들을 전부 데려와서 정민이 형에게 배우게 하고 싶다. 형은 말 그대로 몸 사리지 않고 연기한다. 촬영하다가 안압이 올라서 핏줄이 터지기도 했다. 그 정도로 연기를 절실하게 하고, 그게 너무 고마웠다.

영화 '동주' 스틸컷 속의 배우 강하늘. (사진=자료사진)

 

▶ 실제로 그 시대에 청년 시절을 보냈다면, 과연 강하늘은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하다. 이 영화를 통해 오늘날의 청춘들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도 함께 전해달라.

- 너무 무거운 시대라 어떻게 했겠다는 감이 오지 않는다. 다만 송몽규 열사님처럼은 용감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도 제가 맡은 자리에서 노력은 하지 않았을까. 사람은 익숙함의 동물이다. 오늘에 익숙해지고 내일을 바라본다. 저부터도 그렇지만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하는 시간이 적다. 기회가 있을 때, 과거를 돌이켜 보는 것이 현재를 위한 일이 아닌가 싶다.

▶ 함께 연기를 공부한 절친한 친구가 이번에 '동주'에 함께 캐스팅됐다고 들었다. 본인이 주연인 작품에서 그런 친구와 함께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이 아닌데 어땠나?

- 너무 행복했다. 제 체증이 다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어떤 분들은 제가 도와줬다고 오해하는데 그게 아니다. 그 친구가 오디션을 봤는데 붙어서 같은 작품을 하게 된 거다. 사실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모습을 볼 때 마다 마음이 아팠다. 연예인 중에 친한 분은 많이 없다. 만나게 되는 일도 많이 없고. F4라는 친구 모임이 있는데 그 친구들하고만 놀고 연락한다. 'F4'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 'F4'가 아니고 'FAIL4'의 줄임말이다. 실패한 4인방이라고. (웃음)

▶ 나영석 PD의 '꽃보다 청춘'에서도 '포(4)스톤즈'라고 불리며 활약했다. 형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 가는 길이 너무 어렵고 힘들지만 정말 예쁘다. 아이슬란드에 다녀와서 형들과 만약에 다음 시즌에 다같이 가면 이번에는 아예 더운 곳으로 가자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우리 다음 팀이 아프리카에 가더라. '우리는 졌다'고 그랬다. (웃음) 우리가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능과 느낌이 달랐다. 카메라가 숨어 있어서 굉장히 편하게 찍었다. 카메라가 돌고 있는 걸 잊어 버려서 씻고 나왔을 때 알몸으로 나온 적도 있었다. 그걸 분명 편집하는 분들은 다 보실텐데 참 민망했다.

▶ 대부분의 배우들이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영감을 얻던데, 강하늘이 특별히 영감을 얻는 원천이 있다면?

- 비디오 게임이다. 스토리가 강한 게임을 주로 하는데 게임에서 연기를 많이 배운다. 실제로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데 진짜 잘한다. 엘렌 페이지가 연기한 '비욘드 투 소울즈'라는 게임이 있는데 정말 장난 아니다. 해보라는 얘기는 못하겠지만 한 번 보면 그래픽이 어마어마하다. 연출과 시나리오도 영화팀들에서 제작을 하니까 대박이다. 게임을 넘어서 영화를 플레이하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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