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자료사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연초부터 배추와 양파 등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서민들의 가계부담이 커졌다는 우려 섞인 물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물가관리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 대해 장바구니 물가를 잡으라며 연일 대책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농축산물 가격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실제 가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정부가 도시지역 소비자들을 의식해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1인당 한 달 평균 배추 구입비용이 3,800원으로 커피전문점의 커피 한잔 값에 불과한데도 정부가 배추가격이 오르면 난리를 피우면서 커피 값 인상에 대해선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물가관리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시각이다.
양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소비자물가지수 1.3% 상승…배추, 양파 가격 인상이 주 원인?3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2010년 소비자물가=100 기준)는 110.76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특히 채소와 과일, 어패류 등 가격 변동이 큰 51개 품목을 묶은 신선식품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9.7% 올랐다. 이는 지난 2013년 1월 10.5% 상승한 이후 3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양파 값은 지난해 2월에 비해 118.6%나 급등했고 대파는 83.8%, 배추는 65.5% 올랐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양파는 지난해 2월 1kg에 700원 대에서 올해는 1,500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배추는 3포기 10kg 기준 6천 원 선에서 지금은 1만 원 대에 판매된다.
기획재정부 물가정책 관계자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라 소비자물가지수가 소폭 상승했다"며 지난달 물가상승 요인으로 농축산물 가격 상승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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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다른 시각…배추 값 오르면 난리, 커피 값 오르면 눈감아정부는 매달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월평균 소비지출 비중이 0.01% 이상 되는 480여개 품목의 가격 변동을 조사해 통계를 낸다. 다만, 품목 수는 5년마다 변한다.
이러한 품목들은 소비자의 지출 비중을 감안해 가중치를 두게 되는데 가중치 1,000을 기준으로 할 때, 교통이 111.4, 의류와 신발이 66.4, 통신이 59.1 등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육류가 24.2, 빵과 곡물 23.3, 과일 16.3, 채소 17.9 등으로 농축산물 품목도 비교적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채소와 과일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커피와 차는 가중치가 3.4, 생수와 청량음료는 5.6으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정부가 이들 품목은 월 평균 소비지출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가격이 올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판단이 오히려 물가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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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한잔 값이면 한 달 동안 배추 소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배추 소비량은 한 달 평균 4.3kg(1.3포기)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평균 배추가격이 1포기에 2,929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인당 배추 구입비로 한 달 평균 3,800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4인 가족 기준 1만5,200원이다.
문제는 배추 소비량이 해마다 계속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1년 1인당 연간 63kg에서 지난해는 52kg으로 17.5%나 감소했다. 일반 가정에서 배추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김치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집에서 직접 담그는 가정김치 시장 규모는 지난 2011년 74만4천 톤에서 지난 2014년에는 68만5천 톤으로 7.9%나 감소했다.
이에 반해, 커피 시장 규모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스타벅스와 엔젤리너스, 카페베네 등 국내 상위 6대 커피브랜드의 매출액은 지난 2013년 1조493억 원에서 2014년에는 1조2,041억 원으로 14.8%나 급성장했다.
이 같은 매출액은 우리나라 인구수(5천만 명 기준)를 감안할 경우 1명이 이들 6대 커피전문점에서만 연간 2만4,000원을 지출했다는 얘기다. 한 달 평균 2,000원이다
따라서 단순 비교지만, 온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배추를 구입하는데 4인 가구 기준 한 달 평균 1만5,200원을 소비하는데 반해, 주로 2-40대가 소비하는 커피 비용으로 그것도 6대 전문점에서만 8,000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가정경제에서 배추와 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지수의 가중치는 배추를 포함한 채소가 커피 보다 5배 이상 높게 책정돼 단순 통계치만 놓고 보면 농축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는 클 수밖에 없다.
◇ 농민단체 "정부 물가대책 믿을 수 없다" 반발이와 관련해, 주거비와 식비 등은 가중치 비중을 더 높이고, 서민들이 자주 구입하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덜한 신선식품의 경우 가중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농축산물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 안팎에 불과하고 가정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되레 소비심리만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채소관측실장은 "축산물을 제외하고 채소와 과일만 놓고 보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채 2%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실제 가정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석유류제품과 서비스, 공공요금 부분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마치 농산물 가격이 올라서 가정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산물의 경우는 가격이 올랐다가도 내려가고 등락이 있지만 커피 값이 한번 오르면 내려오는 것을 봤냐"며 "농산물이 물가상승의 주범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농산물가격 안정을 위해선 수급조절을 해야 하는데 결국 중국산 양파와 고추, 마늘을 수입하겠다는 얘기밖에 더 되냐"며 "정부의 잘못된 물가정책 때문에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면서 소비를 줄이고 결국 농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