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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테러방지법안' 독소조항, 제20대 국회서 재협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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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테러방지법안' 저지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중단과 ‘테러방지법안’ 통과로 정치권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더민주는 4월 13일 치러지는 총선거 선거구획정 기한에 부딪혀 부득이하게 ‘필리버스터’를 중단했지만, 그와 동시에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 상정된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더민주 내부는 물론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실망과 함께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민주는 그동안 ‘테러방지법안’이 국가정보원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게 된다며 ‘필리버스터’를 통해 수정할 것을 요구해왔다.

‘테러방지법안’ 제9조에 따르면 국정원장이 테러 위험인물의 통신정보·민감정보를 포함해 개인정보·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거래상 지급정지 조치와 추적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또한 ‘테러 의심자’로 규정되면 모든 분야의 개인정보를 국정원이 수집할 수 있는데, 여기서 규정하고 있는 ‘테러 의심자’의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밖에도 ‘테러 위험인물’을 “테러단체의 조직원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기부, 기타 테러 예비음모·선동을 했거나 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라는 부분 역시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정원장이 모호한 기준을 악용해 누군가를 ‘테러위험인물’로 지목하기만 하면 개인 정보를 속속들이 수집할 수 있는데, 더민주는 이 같은 것들이 ‘독소조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 같은 ‘테러방지법안’의 독소조항을 수정하고 국정원의 비대해진 권한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협상안을 내놓았지만 여당은 신속하고 체계적인 테러방지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항들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총선을 코 앞두고 선거구획정안으로 인해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를 끝내야 했고, ‘테러방지법안’은 여러 가지 독소조항을 그대로 둔 채 통과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안’의 독소조항에 대한 재개정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일 ‘테러방지법안’의 독소조항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4.13 총선에서 압승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야권통합’이 절실하다는 제안을 전격적으로 내놓은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야권통합은 총선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하고, 총선에 승리해야만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테러방지법안’을 수정·재협상 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사생활 침해 소지가 큰 법안을 여야 합의 없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테러방지법안’이 원안 그대로 시행돼 많은 국민들이 사생활과 인권침해를 입게 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정부 여당에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바로 제20대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안’의 독소조항을 재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새롭게 출범하게 될 제20대 국회는 국민의 사생활 침해 소지가 많고, 국정원의 권한이 확대 되는 ‘테러방지법안’의 독소조항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독소조항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도 좁혀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통과된 ‘테러방지법안’이 여야 합의가 아니라, 선거구획정 시한에 쫓긴 나머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어부지리 격으로 통과된 것임을 국민들이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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