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벌칙으로 성추행 빈번
-분위기상 문제제기하기 힘들어
-성행위 몸짓으로 맞추는 게임도
-주기적인 성교육 및 조사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000 (건국대 학생)
‘처음 보는 남학생의 무릎에 앉아서 껴안고 술 마시고. 원래 대학생들은 이렇게 노는 건가요? 제가 너무 보수적인 건가요?’ 건국대학교 신입생이 학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지금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새내기들이 부푼 꿈을 안고 참석한 오리엔테이션에서 성추문 사건이 벌어진 건데요.
여느 OT처럼 게임을 진행했는데 그게 거의 성추문, 성추행 수준이었다는 겁니다. 이런 사실을 신입생 한 명이 학교 페이스북에 이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가 된 건데 저희가 취재를 해 보니까 이게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만나보죠. 바로 지난해 오리엔테이션에서 유사한 경험을 했던 여학생의 증언입니다. 신원보호를 위해서 익명과 음성변조로 진행한다는 점 미리 말씀을 드리죠. 여학생, 나와 계세요?
◆ 재학생>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러니까 어느 학교, 어느 학과나 가는 평범한 1박 2일, 2박 3일 이런 OT를 가신 거죠?
◆ 재학생> 그렇습니다.
◇ 김현정> 올해 문제제기를 한 신입생 글도 읽어보셨을 텐데. 작년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인가요?
◆ 재학생> 이번만큼 그렇게 화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작년에도 이런 식으로 게임을 했었고 또 그렇게 불쾌하다고 느끼는 학생들도 있을 겁니다. 저처럼 말이죠.
◇ 김현정> 그런데 그런 OT를 가면 학과별로 친목 다지는 술자리가 벌어지기 마련이고 대부분 보면 안주나 술을 가운데 놓고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 나누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 재학생> 보통 그렇기는 한데 술게임 같은 걸 하면 술을 어느 정도 마시다 보면 게임을 하는데요. 술게임을 하다 보면 벌칙 같은 게 있어요. 벌칙이 보통 1단계, 2단계, 3단계, 4단계 이렇게 되는데 벌칙이 3단계, 4단계로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기는 하거든요.
◇ 김현정> 자, 그럼 보죠. 술을 마시는 것까지는 여느 술자리와 다를 게 없는데, 여느 친목 모임과 다를 게 없는데요. 이제 벌칙이 주어지면 그 벌칙이 이상하다는 건데요... 우선 그 게임은 어떤 게임입니까? 그 게임은 문제가 없었습니까?
◆ 재학생> 게임은 러브샷 같은 걸 해요.
◇ 김현정> 러브샷? 그러니까 남학생하고 여학생하고 팔을 엇갈려 끼우고 마시는 거예요.
◆ 재학생> 네, 보통 단계가 올라갈수록 수위가 좀 높아지거든요.
◇ 김현정> 어떤 식으로요?
◆ 재학생> 보통 3단계 같은 경우는 여자가 남자 위에 무릎에 앉아서 뒷목으로 넘어가면서 소주를 마시는 거고요.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남학우의 무릎 위에 앉으라고 해요?
◆ 재학생> 네, 벌칙을 주변에 앉은 사람들이 이렇게 찍어주는 경우가 많아요. 누구랑 마시라고, 약간 노래를 부르면서요.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이랑 마시는 것도 민망한데 이걸 주변에 앉은 사람들 가운데 중간에서 (러브샷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 김현정> 그러면 4단계도 있어요?
◆ 재학생> 4단계는 한 사람의 입에서 한 사람의 입으로 술을 건네주는 듯한 그런 것도 있는데...
◇ 김현정> 아니, 잠깐만요. 제가 지금 이해도 안 되고 상상도 안 되는데. 술을 한 사람이 마시고 그걸 입에서 입으로 건네는 벌칙이라고요?
◆ 재학생> 네. 그런 게 있는데. 그래서 한 사람이 술을 입에 머금고 있으면 다른 사람 얼굴에 술을 흘린다든지 그런 벌칙이 있죠.
◇ 김현정> 세상에. 아니, 이게 그냥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진짜 술자리에서 이런 벌칙을 받는다고요?
◆ 재학생> 네, 그런데 분위기가 그렇게 벌칙까지 할 정도면 분위기가 되게 무르익고 그래가지고 신입생들 입장에서는 아마 그 분위기를 깨기도 싫기도 할 거고요. 그다음에 선배들이 사이사이에 있는데 누가 감히 거기서 ‘나 싫다’라고 말할 수 있는 후배가 몇이나 있겠나 싶기도 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싫다고 말을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 싫다고 말을 절대 못하는 분위기가 된다는 말씀이에요?
◆ 재학생>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 다음에 또 다들 즐기는 분위기니까 그냥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많죠.
◇ 김현정> 그런 벌칙이 있고. 또 있습니까?
◆ 재학생> 또 스피드게임인데 그건 성행위 같은 단어들을 선배나 조장 선배가 그걸 몸으로 표현을 해 주면 그걸 1학년들이나 나머지 조원들이 말로 맞히는 게임이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스피드게임이라면 제시어로 나오는 것들이 선풍기, 냉장고, 동물 이런 게 아니라 성행위를 상징하는 그런 단어를 제시어로 내요?
◆ 재학생> 그렇죠. 거기 있는 1학년들이 얼마나 많이 알겠습니까? 그래서 그렇게 성행위 같은 이상한 단어들을 그냥 막 말해요. 그러면 옆에 있는 선배들이나 아니면 주변에 지켜보는 사람들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보면서 그냥 웃기도 하고, 유쾌한 분위기죠.
◇ 김현정> 그러면 특히 새내기 여학생들은 상당히 수치스럽기도 하고 이 단어가 뭐가 뭔지도 모르는 부끄러움도 느끼고, 뭔가 어리둥절하고 이럴 텐데요. 서로들 그런 얘기 안 해요?
◆ 재학생> 그런데 사실 OT를 짰을 때부터 나온 게임이었으니까. 사실 게임에 대해서 저희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그 일부로 받아들였어요.
◇ 김현정> 참 이게... 새내기들, 그러니까 이제 막 열아홉, 스물이 된 새내기들이 이런 게임을 했다는 게 참.. 아니, 뭐 새내기 아니라 남녀 학생들이 섞인 사이에서 이런 게임을 했다고 해도 이해가 안 될 텐데요. 엄연한 성추행이고요. 그러면 이게 학기 중 행사에서도 이런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곤 했습니까?
◆ 재학생> 이게 술 게임 같은 경우에는 아마 모든 학생들이 단과대에서 할 거예요. 그리고 ‘몸으로 말해요’ 이런 게임 같은 경우에는 OT뿐만 아니라 MT에서도 했었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특정 단과대뿐 아니라 여러 대학의 여러 학과에서 일반적인 게임이란 말씀이에요?
◆ 재학생> 네, 이런 술게임 같은 경우는 아마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남학생, 여학생이 앉아가지고 스킨십을 하는 벌칙들은 다 있을 거예요.
◇ 김현정> 그래요. 그렇군요. 이게 왜 OT 문화가 이렇게 됐을까 참 이해가 안 가는데요.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들 중에도 ‘야, 이런 게임은 좀 너무하다’ 이런 얘기 안 했어요? 수근수근대면서.
◆ 재학생> 그런데 신나면 신났지, 수근수근대거나 이런 것은 거의 없었어요.
◇ 김현정> 그래요? 그 분위기에 휩쓸릴 때는 몰랐다가 나중에 생각하면 ‘이상하다, 이거 참 뭐지? 내가 장난감인가?’ 이런 생각도 할 것 같아요.
◆ 재학생> 그렇죠. 처음에는 그 게임을 할 당시에는 ‘이게 무슨 게임인가?’ 하고, ‘대학교에 와서 뭐 이런 게임을 해?’라고 생각도 했었는데. 나중에 되면 ‘원래 대학교가 이런 곳인가?’ ‘
원래 다른 데도 이런 건가?‘ 이렇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원래 어른들은, 대학생은 이렇게 노는구나? 그러면 좀 이상하지만 나도 받아들여야지’ 이렇게 된다고요?
◆ 재학생> 네. 물론 처음에는 다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되게 당연시하듯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서 이게 더 심각한 문제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재학생 입장에서 보셨을 때 이런 성추행 문화, 삐뚤어진 성추행 문화를 바로잡으려면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 재학생> 보통 OT 가기 전이나 이럴 때 학생회 차원이나 아니면 학생들한테도 성교육을 하기는 해요. 이런 일회용적인 교육이 아니라 좀 더 주기적으로 해야 될 필요성도 있는 것 같고요. 주기적으로 조사를 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좀 더 확실하게 징계를 해야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OT 비용 문제가 한번 크게 일었었는데 비용 문제에 이어서 이번에는 성추행에 가까운 게임 논란까지... 우리 대학생들의 OT 문화, MT 문화가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참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학생, 어려운 증언인데 이렇게 용기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재학생>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이번에 문제가 된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지난해의 증언 직접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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