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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포기 우크라이나, 서방에도 '버림받던' 순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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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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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2014년 2월28일 국가안보회의록 포함 문서 공개
"서방이 러시아 침공받은 크림 포기하라고 우크라에 말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에 열강으로부터 안보를 보장받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는 물론 서방으로부터도 버림받던 순간을 여실히 보여주는 문서가 공개됐다.

 

유럽전문매체 유랙티브는 우크라이나 의회 산하 조사위원회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문서를 소개하면서 이는 당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열강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러시아의 크림자치공화국 침공에 저항하지 말라고 촉구한 사실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 시절부터 보유해온 핵무기의 포기 대가로 미국· 영국·러시아가 영토보전과 안보를 보장한다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1994년 체결했으며 프랑스·중국도 별도로 유사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의 소극적 대응으로 이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다.

이에 따라 '비핵화의 모범 사례'였던 우크라이나는 스스로 힘이 없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않고 우방도 배신하는 냉혹한 국제질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으며 북한의 핵무기 집착 계기 중 하나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랙티브에 따르면, 이 문서들에는 '크림 위기'가 한창 고조되던 2014년 2월 28일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방위위원회(NSDC)의 공식 회의록이 포함돼 있다.

이날 회의는 러시아 특수군이 우크라이나 내 크림공화국 정부 청사들을 점령한 다음날이자 친러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친서방 야권에 의해 실각한 지 1주일 뒤 열린 것이다.

회의록을 보면 당시 의회 의장으로서 그 전날 대통령 권한대행을 겸하게 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는 당초 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러시아군에 반격하려 했다.

그러나 각료들을 비롯해 다른 참석자들이 우크라이나 단독으로는 맞서 싸울 수 없고 서방도 도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류했다.

이호르 테뉴크 국방장관은 "전면전 준비가 안 돼 있다. 솔직히 말해 야누코비치와 그 수하들이 군을 조직적으로 파괴, 군대가 없다. 시간과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테뉴크 장관은 가동 가능 병력이 최대 5천명인 반면 러시아는 장갑차와 공·해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병력 3만8천명이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 군사훈련을 실시 중이라고 보고했다.

따라서 단순한 힘 과시 보다는 러시아의 본격 침공에 실질적 대비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른 각료들은 크림공화국 주민의 '지배적 정서'가 러시아편으로 기울어져 있어 대중적 저항을 기대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역시 하루 전 총리 서리직을 맡은 아르세니 야체뉴크는 "야누코비치가 나라 재산을 모두 도둑질해 전쟁을 수행할 재정이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군의 신형 지대공 미사일

 

야누코비치의 정적으로 투옥돼 있다 막 석방돼 비공식적으로 이 회의에 참석한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는 만약 우크라이나 군 병력을 크림 쪽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하면 시민들이 공포로 공황상태에 빠지고 대거 외국으로 탈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야체뉵 총리 서리는 "미국 6함대가 흑해에 정박해 있던 전함 2척을 철수시켰다"며 이는 유감이지만 서방의 의도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투르치노프 대통령 대행이 "그럼 (서방 군동맹체인)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일을 두려워 하는 것이냐"고 묻자 야체뉵 총리 서리는 "오늘 상황에선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서명국을 포함한 어떤 나라도 우크라이나를 도우려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우크라이나가 비상사태나 전시상태를 선포하면 러시아가 이를 '러시아에 대한 전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가 이미 만들어둔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크림 사태는 2008년 조지아(그루지야) 사태의 복사판이라고 말했다.

2008년 당시 조지아 내 남오세티야에서 러시아의 배후조종을 받는 분리독립 무장세력이 조지아군과 작은 전투를 벌이자 미하일 샤카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반격을 지시했으며 바로 러시아가 개입했으나 샤카슈빌리의 기대와 달리 미국이나 나토를 비롯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티모셴코는 "푸틴은 우리가 구실을 제공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샤카슈빌리가 어떻게 푸틴의 미끼를 삼키고 패했는지를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정보기관 책임자인 발렌틴 날리바이첸코는 "미국인과 독일인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어떤 행동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들의 정보에 따르면 푸틴이 이를 대규모 지상 침공을 시작하는데 이용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보고했다.

그날 회의는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 촉구, 서방에 재정 지원 요청, 재외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도록 호소 등의 아이디어들만 주고받는데 그쳤다.

한편 러시아는 크림합병 이후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침공했으며,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나서며 무력분쟁이 벌어져 그간 9만여 명이 죽고 1백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아직 러시아와 전쟁을 선포하지는 않았으며 서방 열강은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IS) 문제와 관련해 양측이 손을 잡은 가운데 오는 7월이 되면 이 제재는 그냥 종료될 수도 있다.

EU와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1990년 소련 붕괴 당시처럼 러시아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크림 반환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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