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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끈 '감청' 헌법소원, 당사자 숨지자 석연찮게 종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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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패킷 감청 허용' 위헌 여부 판단없이 심판 마감

헌법재판소 (사진=자료사진)

 

헌법재판소가 국정원 등의 인터넷 패킷 감청을 허용하는 현행법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 판단 없이 심판을 종료했다.

5년 가까이 심리를 끌어오던 사이 청구인이 사망하자 내린 결론이다.

헌재는 25일 전직 교사 고 김형근씨가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 요건과 절차 등을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조항 등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에 대해 심판종료를 선언했다.

헌재는 "청구인이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통신의 비밀과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승계되거나 상속될 수 없고, 청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확정된 유죄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신전속적'권리는 권리의 주체만이 행사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이어받거나 상속받을 수 없는데, 이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청구인이 이미 숨졌기 때문에 심판을 종료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씨의 사건 대리인을 맡은 이광철 변호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 헌재가 만 5년 동안 사건을 끌어온 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또 "패킷 감청에 관한 추가 헌법소원을 곧 청구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사건을 심리해온 헌재가 이번엔 조속한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심판 대상이 됐던 패킷 감청은 인터넷 회선의 전자신호인 패킷을 가로채 사실상 사용자의 컴퓨터 화면을 고스란히 실시간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감청 방식이다.

현행법상 감청은 내란죄나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 등에 한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앞서 김씨는 패킷 감청을 허용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이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고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2011년 3월 헌법소원을 냈다.

국정원은 김씨를 상대로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전기통신 감청, 우편물 검열, 대화녹음 및 청취를 내용으로 하는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했다.

그가 2009~2011년 사이 이적표현물을 갖고 있거나 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사건과 관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청 자료가 실제 재판의 증거로 제출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김씨는 대학생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려다 수배돼 체포됐으며, 사면 복권돼 도덕 교사가 된 뒤 전교조 등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빨치산 추모제에 학생들을 인솔해 참가하고, 이적 표현물을 인터넷 카페 등에 올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의 일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 뒤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몇 차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으며, 지난해 9월에 암으로 숨졌다. 향년 55세였다.

이번 심판종료로 패킷 감청이 위헌인지 여부는 여태껏 헌재의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이 됐다.

헌재는 이미 이번 헌법소원사건과 관련해 여러 차례 심리 지연에 대한 지적을 받았었다.

지난 2014년 국정감사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해철 의원(현 더불어민주당)은 "패킷 감청은 국민의 사생활 및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 위해 조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사생활 비밀을 침해당할 우려가 매우 큰 패킷 감청에 대한 결정이 지체돼 사이버 검열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며 "패킷 감청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헌재가 분명히 판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석 의원도 "패킷 감청은 마치 피의자 집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집 전체를 수색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헌법재판소법은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가 여태껏 통신보호비밀법 조항과 관련해 합헌 이외에 결정을 내린 사건은 2010년 통신제한조치기간의 연장을 허가할 때 기간과 횟수의 제한을 두지 않은 조항을 " 남용을 막을 최소한의 한계가 설정되지 않았다"고 보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정도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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