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강준(왼쪽부터), 김고은, 박해진(사진= 황진환 기자 / 노컷뉴스)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을 향한 시청자 불만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 초반 칭찬일색이던 시청자 게시판은 현재 제작진을 향해 내부감사를 진행하라는 요청 글까지 올라와 있다.
치인트는 위험한 본성을 숨긴 완벽 스펙남 유정(박해진 분)과 그의 본모습을 꿰뚫어본 비범한 여대생 홍설(김고은 분)의 로맨스릴러 드라마로,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드라마 제작단계부터 캐스팅 단계까지 뜨거운 관심 속에 시작한 작품이 어째서 종영 2회를 앞두고 '욕드'(욕먹는 드라마)가 됐을까.
◇ "주인공 바뀌었나요?" 남주 실종 드라마
출발은 좋았다. 지난 1, 2회 방영 당시만해도 등장인물의 높은 싱크로율과 로맨스릴러라는 원작만의 독특한 느낌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원작과 다르게 펼쳐지는 스토리 전개에 시청자는 불만을 터뜨렸고, 극 초반과 달리 확연하게 줄어든 남자 주인공의 출연 분량에 시청자 불만이 폭주하게 된 것이다.
지난 22일 방송된 13화에서는 백인호(서강준 분)의 마음을 알게 된 홍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백인호는 홍설을 향한 마음을 보여주는 비련의 짝사랑 남자 주인공으로 분해 방송 분량을 꽉 채웠다.
이튿날 방송된 14화에서도 남자주인공 실종사건은 계속됐다. 이날 방송은 백인호의 마음을 알게 된 홍설의 모습이 그려졌고, 그동안 홍설을 바라보기만 했던 백인호가 고백과 함께 마무리 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여기에 은택(남주혁 분), 보라(박민지 분)가 드디어 연인이 돼 가는 과정이 함께 그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유정과 홍설의 분량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캐스팅 하나에도 관심을 두며 제작과정을 함께하던 팬들, 일명 '치어머니'(치인트+시어머니 합친 신조어)들 마저도 제작진의 기획의도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반발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게 무슨 백인하의 성장드라마냐, 백인하 인생스토리 보는 줄 알았다. 오늘도 인호인더트랩이었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판에는 '백인호(서강준 분) 손이 주인공이다' , '서강준 원맨쇼 드라마냐, 박해진을 왜 캐스팅 했냐, 백인호는 감정 신 하나하나 다 보여주고, 유정이는 미친놈 만들어놓고 이건 완전히 주인공 실종 드라마'라는 등의 항의성 글도 있었다.
심지어 또 다른 시청자는 "tvN은 내부감사를 진행하라. 서브 남주 분량이 절반 이상이고, 신인급 연기자가 대본을 직접 수정하며 연기하는데도 오냐오냐 받아주며 작품하고, 시청자 반응이 이렇게 안 좋은데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건 뭔가 이상하지 않냐" 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원작이냐 각색이냐 딜레마 빠진 치인트
(사진= tvN 제공)
원작과 각색작의 딜레마는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면 어느 작품이나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와 같다. 특히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에선 캐스팅부터 에피소드 전개, 표현방식까지 모든 면이 원작과 비교되면서 혹독한 평가를 견뎌야 한다. 원작 그대로 해도 문제, 다르게 해도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치인트 역시 원작의 검증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각 배우들이 개성 있게 표현한 특징이 캐릭터를 200% 살린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제작진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미 16부 대본 완료 상태임을 밝혔다. 연출을 맡은 이유정 PD는 드라마 결말에 대해 "원작 웹툰을 그린 순끼 작가와 만나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우려하는 부분을 미리 들었다. 순끼 작가의 결말 포인트와 너무 똑같이 가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래서 원작과 비슷한 흐름은 가져가겠지만 다른 에피소드로 결말을 맺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치인트는 이제 종영까지 2회 차가 남은 상황이다. 과연 이유정 PD가 의도한 결말이 어떻게 그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