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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에 생계수단 '소형 트럭'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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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생계수단·명퇴자 창업수단 '트럭'

위부터 라보, 봉고, 포터. (사진=각 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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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 세 곳을 운영하다 망하고 인생의 막다른 골목까지 갔습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가족들을 위해 다시 시작한 것이 생선 장사입니다. 생선을 떼다 팔아야 하니 소형 트럭이 필요했고, 그래서 구입한 것이 바로 1톤 화물트럭 '포터'입니다. 작은 트럭으로 온 가족이 웃을 수 있게 된 것이죠."

인천시 부계동 한 마트에서 2평짜리 생선 매장을 운영하는 임영신(43) 씨는 1톤 화물 트럭에 이처럼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경기가 나빠도 0.5톤 또는 1톤 소형 트럭 판매만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소나타도 아반떼도 아닌 현대차의 1톤 트럭 '포터'였다. 8,632대가 팔렸다. 지난해는 9만 9,743대로 10만대에 육박했다. 포터만이 아니라 기아차의 1톤 트럭 '봉고'도 잘 나간다. 지난달 4,847대로 판매순위 9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6만 1,863대로 역대 최대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한국GM의 0.5톤 트럭 '라보'도 지속적인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720대로 전년의 3,406대에 비해 40%가량 증가했다.

올 1월의 경우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돼 승용차가 상대적으로 적게 팔린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소형 트럭의 판매세는 놀라운 수준이다. '소형트럭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소형트럭이 이처럼 잘 나가는 것은 한마디로 불경기 때문이다. 우선 소형트럭은 시장상인, 세탁소, 인쇄소, 택배운송 등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생계 수단이다.

공식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기본적인 트럭 수요가 있는 셈이다. 게다가 생계 수단으로서의 소형트럭은 승용차와 달리 매일 하루 종일 운행하니 교체 주기가 빠를 수밖에 없다.

얼마 전부터는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한 뒤 소규모 창업에 나서거나 귀농하는 사람들도 소형 트럭의 주요 구매자가 됐다. 취업난에 지친 청년들 중에서도 트럭을 개조해 커피 장사에 나선 이들도 있다. 마침 정부와 일선 지자체는 트럭을 개조한 '푸드트럭'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기아차 여의도지점 지용태 차장은 "은행 등 다니던 직장에서 명퇴를 하거나 귀농에 나선 사람들,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소형 트럭에 대한 문의가 자주 들어오고 판매가 이뤄졌다"며 "특히 올 1~2월은 해가 바뀌면서 일을 다시 시작하려는 명퇴자들의 창업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한국GM 서울 종로영업소 송병기 이사는 "치킨집 등 각종 프랜차이즈 창업은 수억 원의 비용이 들지만, 물류배송 등 트럭을 활용해 몸으로 뛰는 생계형 창업은 트럭 구입(0.5톤 트럭 1,000만 원, 1톤 트럭 1,500만 원)을 포함해 아무래도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위험 부담도 적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소형 화물트럭이 각광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소형 화물 트럭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만해도 차종에 따라서는 소형 트럭 주문 뒤 4~5개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현대차 강동지점 강혁수 차장은 "올해는 회사 측의 노력으로 주문 뒤 한두 달 정도 기다리는 것으로 기간이 짧아졌지만, 여전히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빨리 트럭을 주문 고객들에게게 빼주느냐가 영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자동차 영업 현장에서는 소형트럭 판매가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이다. 단지 생계형 자영업자만이 아니라 명퇴자 등 직장을 그만둬야만 하는 사람들에다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층 등 창업을 위한 트럭 수요가 증가하면 증가했지 감소할 리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대차 1톤 트럭 포터만 해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만대 돌파는 무난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른바 '트럭 전성시대'는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 청년층의 취업난,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단한 일상 등 우리 시대 경기 불황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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