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엄청난 후폭풍을 낳고 있습니다. CBS노컷뉴스가 남북 문제를 다룬 책을 낸 전문가·작가, 관련 콘텐츠를 선보인 문화예술인과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균형 잡힌 관점을 제공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① 군사전문가 김종대 "벼랑 끝 개성공단…원칙 없는 안보정책이 부른 자충수" (계속) |
군사·안보 전문가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데 대해 북한이 맞불을 놓으면서 남북 관계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지난 11일 개성공단의 남측 인원을 모두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했다. 이 지역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는 한편 군통신 등 남북을 잇는 모든 소통 창구도 끊었다.
군사·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에 "이번 사태는 북한에 대한 가장 비관적이고 극단적인 사고가 우리네 정치권력 안에서 주류를 차지한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책 '서해전쟁'(펴낸곳 메디치미디어) 등을 통해 '서해는 남북이 서로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국가 의지의 시험대가 됐다'고 명쾌한 진단을 내렸던 김 단장이다. 그는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북한의 의중을 헤아릴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버린 셈"이라며 "이번 사태로 오히려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북한에 넘겨줄 위험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북한을 고립시켜 생명줄을 조금만 압박하면 그 체제를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관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북측의 의미 있는 굴복이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결국 북한체제가 붕괴 직전에 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산소호흡기를 제거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조치를 내렸다고 본다. 북한에 대한 가장 비관적이고 극단적인 사고가 우리네 정치권력 안에서 주류를 차지한 결과물이다.
▶ 이번 조치에 앞서 정부가 전문가, 입주기업 등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데. = 전문가는커녕 정부 내부의 여론 수렴도 안 됐다. 통일부는 가동 중단에 반대했다고 하지 않나. 지난 20년 넘는 동안 지켜봐 온 대북정책 가운데, 아무런 대안·출구 전략 없이 압박 자체가 목적이 된 국면을 이번에 처음 겪었다. 현 정권의 이러한 대북 기조가 개성공단 사태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 남북관계에 있어서 개성공단이 지닌 의미를 설명하면.=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를 위한 마지막 남은 '지렛대'다. 북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개성공단인 것이다. 낮은 단계에서 협력의 끈이요, 남북이 서로의 의중을 헤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게 되면 마지막 남은 카드가 사라지는 셈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개성공단 운영 중단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 이번 조치에 대해 정부·여당은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 오히려 북한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달리기로 치면 북핵 문제는 장거리 마라톤이다. 그런데 이번처럼 100미터 경주하듯이 폭주하면 나중에는 체력을 안배하지 않은 탓에 속도 조절이 안 된다. 우리는 이번 조치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숨가쁘게 달리게 됐다. 이번 압박으로 북측의 지휘부를 전면 교체하도록 만드는 식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장기적인 외교전에 강한 북한은 이런 면에서 시간을 벌었다. 북한에 주도권을 넘겨줄 위험이 매우 큰 전략을 쓴 것이다.
▶ 개성공단 사태로 인해 남북분쟁이 끊이지 않는 서해에서의 교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북한은 비대칭적인 전술을 선호한다. 남측이 예측하고 대비하는 곳을 찌르는, 승산 없는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다. 1차적으로 남측에 경고는 할 테지만, 우리가 대비하지 않는 곳,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충격을 주려 할 것이다. 대북확성기 등에 대한 불시타격, 제3국을 통한 공작, 사이버공격 등으로 범위를 좁힐 수 있겠다. 이런 부분들을 치밀하게 감안해야 한다.
▶ 다음달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북한을 자극할 요소들이 많은데, 향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적대적인 남북 분위기를 냉각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악재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전망은 비관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소통 창구가 모두 막혔으니 말이다. 위기관리가 잘 될지 걱정이다.
▶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지금은 남과 북이 서로 상대를 결박하고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형국이다. 안보에서는 이러한 벼랑 끝 전술이 아니라, 옆에 있는 완만한 언덕으로 상대를 안내할 수 있는 전술이 더욱 값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6자회담 무용론' 등을 펴면서 대화의 길을 모두 막아 둔 채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북측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양상이 무력도발 등을 부를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 11일 저녁 개성공단에 남았던 남측 인원들을 태운 차량이 남북출입국사무소를 지나 통일대교를 건너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 개성공단 중단을 옹호하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견제 움직임이 커지는데 정작 우리가 손 놓고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는 목소리는 어떻게 다가오나.
=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로 나뉜다. 국제적인 관점과 민족 내부의 특수성을 고려한 관점이 그것이다. 국제관계를 염두에 둔 공조 원칙이 한 축이라면, 국제적인 흐름과 무관하게 남과 북이 대화든 압박이든 자율적으로 만들어 가야 할 또 다른 축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정부 안에서 외교부와 통일부의 업무도 나뉜다.
그런데 지금은 대북 관계에 있어서 국제적인 관점 외에는 없다. 이번 개성공단 제재 발표도 미국과 일본의 속도에 맞춘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때릴 때 우리가 발길질 한 번 더 하자는 의미인데, 결국 그 국제 흐름이라는 것도 한국과 미국, 일본만의 이야기가 된다. 대북정책에 대한 자율성 없이 강대국 정치에 편승하려는 지금의 흐름은 그래서 위험하다.
▶ 개성공단 사태, 해법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당장이라도 폐쇄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어차피 안 될 것이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대한 빨리 풀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남북 관계가 풀려 화해의 전기가 마련될 때까지 개성공단이 지금 상태로 잘 관리 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안보는 결국 위기관리다.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는 능력 말이다. 이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한반도 정세를 선제적으로 주도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 직결된다. 6자회담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통해 남북대화를 주도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하는 이유다. 전쟁 억제 등의 목표 없이 제재만 남발하는 대북정책은 이 정도에서 정리돼야 한다. 냉철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직시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성숙된 자세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