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모형 등장에 깜짝 놀란 여자 아이돌들.(사진=해당방송화면 캡처)
수신료 꼬박꼬박 받는 공영방송에서 하는 방송이 고작 여자 아이돌 품평회인가요? (KBS 시청자 게시판 '하**')
이런 프로그램 만들 거면 수신료 반환하세요. (KBS 시청자 게시판 '심**')
보다가 불편한 감정을 감출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돌 하기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 아이디 'anna****')
10일 밤 방송된 KBS 2TV 설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본분 금메달(연출 최승희)'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여자 아이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뒤 굴욕적인 캡처 사진을 공개하는가 하면, 사전 동의 없이 몸무게를 공개하는 등 무리한 설정과 진행으로 비난을 받은 것이다.
'본분 금메달'은 상식테스트, 섹시테스트, 개인기 테스트, 집중력 테스트 등 베일에 싸인 미션을 수행하는 여자 아이돌을 통해 반전 속내를 들여다본다는 취지의 파일럿 예능이다.
당초 KBS는 '본분 올림픽'으로 프로그램명을 정하고 홍보에 나섰으나 평창 동계 올림픽 대회 조직위원회의 권고로 '본분 금메달'으로 제목을 변경했다.
'본분 금메달'에는 EXID 하니, 솔지, 트와이스 정연, 나연, 다현, AOA 지민, 오렌지캬라멜 리지, 나인뮤지스 경리 등이 출연했다. 국내 대표 걸그룹 멤버들이 총출동한 만큼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높았다.
또한 앞서 제작진은 "스튜디오 녹화현장은 웃음바다였다. 여자 아이돌들은 녹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자신을 내려놓으며 촬영장을 웃음꽃으로 물들였다"며 "끝을 알 수 없는 여자 아이돌들의 반전매력을 기대해달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을 속이고 몸무게를 공개했다.(사진=해당방송 캡처)
하지만, 베일은 벗은 '본분 금메달'은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1라운드인 '상식테스트'를 가장한 '이미지 관리 테스트'부터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제작진은 상식 문제를 풀던 이들 앞에 바퀴벌레 모형을 꺼냈고, 갑작스런 상황에 깜짝 놀란 아이돌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게 이 미션을 부여한 이유였다. 제작진은 깜짝 놀라는 아이돌들의 영상을 슬로우 비디오로 반복 재생했고, 이를 캡처한 사진을 스튜디오에까지 등장시켰다.
2라운드인 '섹시댄스 테스트'를 가장한 '정직도 테스트' 역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한 겨울 영하의 날씨, 제작진은 아이돌들을 건물 옥상으로 불러 섹시댄스를 선보일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간이 무대 밑에는 체중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이돌의 실제 체중을 확인하기 위한 속임수였던 것.
제작진은 '아이돌은 무엇보다 정직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고, 사전 프로필 작성 때의 체중과 실제 체중이 가장 일치한 아이돌에게 금메달을 수여했다.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지켜보던 아이돌들은 자신의 몸무게가 공개되자 충격에 빠졌고, "이건 사기"라며 격한 반응을 보인 이도 있었다.
한편 방송을 본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포털사이트 및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본분 금메달'에 대한 비난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