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30주년 토마스의 집 "설 연휴에도 사랑의 점심 제공합니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 2016-02-07 14:23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염수정 추기경 1986년 영등포에 설립…올 설엔 떡국과 선물 제공

'토마스의 집' 식사 준비

 

영등포역을 나와 문래창작촌 방향으로 100m 남짓 걷다 보면 대로변 건물 1층에 '토마스의 집'이라고 적힌 파란색 간판이 보인다.

토마스의 집(원장 김종국 신부)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이 영등포성당 주임신부 시절인 1986년 8월 노숙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세운 무료급식소로, 주변에는 여전히 쪽방촌이 있다.

설을 앞둔 5일 오전, 점심을 먹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었지만 많은 사람이 토마스의 집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지난 5년간 설 연휴에 점심식사를 만들지 않았던 토마스의 집은 올해는 7∼10일에 정상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만난 박경옥(56) 토마스의 집 총무는 "평소에는 400∼450명 정도 식사를 하는데 설에는 600명은 찾아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설 당일인 8일 메뉴는 떡국이고 치약과 칫솔, 음료수, 과자, 초콜릿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절에 봉사자가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가족이 와서 도와줘요. 설이나 추석, 성탄절에는 선물을 나눠주는데 아침부터 물건을 하나하나 봉투에 넣으려면 일손이 적잖이 필요하거든요."

 

토마스의 집은 목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점심을 제공하지만, 음식 준비는 오전 9시부터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조리부터 설거지까지 모든 일을 책임지고, 임대료와 재료비 등은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식사는 밥과 국, 반찬 세 가지로 구성되며 고기는 반드시 들어간다. 토마스의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고기이기 때문이다.

주방과 붙어 있는 식당은 좌석이 26개밖에 없어 1시간씩 줄을 서야 식사를 할 수 있다. 날이 따뜻할 때는 야외에 간이 탁자와 의자를 설치하기도 한다. 밥이 떨어지면 국수를 끓여서라도 끼니를 대접한다.

사실 토마스의 집은 완전한 무료급식소는 아니다. 지난 2013년부터 '자존심 유지비'를 명목으로 한 끼에 200원씩 받고 있다.

10여년간 토마스의 집 살림을 맡아온 박 총무는 "1년치 월세를 모두 내주거나 금요일마다 소고기 40㎏을 보내주는 후원가들 덕분에 맛있는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급식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40∼50대로 예전보다 낮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건네는 '잘 먹었다'는 말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배고픈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없잖아요. 돈과 명예와 권력보다는 사랑과 나눔, 베풂이 힘이 되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박 총무는 토마스의 집이 겪고 있는 고충으로 협소한 공간과 오래되고 작은 차량을 꼽았다.

그는 "장소가 넓으면 더 많은 사람이 줄을 서지 않고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고, 자동차가 크면 짐이 많아도 한 번에 운반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면서 "냉난방 시설이 부족해 한겨울과 한여름에는 봉사자들이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2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토마스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정만교(62) 씨는 "몸은 고되지만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갈 때는 '오늘 하루 제대로 일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고 말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