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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천사일까? 괴물일까?…인간이 창조한 'AI(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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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지난 주말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인공지능학자이자 스탠퍼드대학 교수인 제리 카플란(Jerry Kapian)박사가 쓴 <인간은 필요 없다>(한스미디어)가 손에 들어왔다. 갓 출간된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인간에 의해 창조된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미래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영국의 천재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1950년 발표한 논문 <계산 기계와 지성>의 머리글을 상기시킨다. “‘기계도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는 말로 시작되는 튜링의 논문에 이어 그가 만든 ‘튜링 테스트’로 불리는 ‘모방게임’에 대해 소개한다. 컴퓨터가 인간처럼 보여서 실험자를 속이는 게임이다. 실험자는 인간과 뒤섞여 있는 컴퓨터를 골라내는 테스트를 하는데, 이 게임이 시작된 뒤 50년이 흐른 2008년 인공지능을 사람으로 믿는 비율이 25%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이 창조한 AI로봇이 인간과 섞여 있을 때 구분할 수 없게 될 확률이 50%, 70%, 90%로 높아질 것이 명확하다. 지금의 AI 기술 발전 속도는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 과학계 정설이니까.

그렇다면 50년 후, 혹은 100년 후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카플란 교수의 예측에 따르면 인간은 유익하리라는 믿음에서 끊임없이 AI를 발전시키면서 통제권을 넘겨주고, AI는 사람들이 편리함에 도취해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서서히 그리고 은밀하게 ‘인간들의 경제를’ 차지한다. ‘연애상대를 찾아주고, 환경을 감시하고, 작물을 생산하고, 먹거리를 제공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노인들을 돌보는 일’까지… AI가 인간과 흡사한 능력을 갖추게 되면 법적으로 ‘인조인간’으로 불릴 공산이 커진다. 그렇게 인간보다 능력이 월등한 인조인간의 세상이 도래하는 것을 막을 인간이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정신 나간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믿고 안 믿고는 각자의 판단에 달렸다.

그런데 AI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공상영화 같은 대결이 지금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인간과 AI 중 어느 쪽이 더 뛰어난지를 두고 대결을 벌인다. 인공지능의 대표주자는 구글의 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AiphaGo)'. 인간 대표주자는 바둑기사 이세돌(33)이다. 이미 유럽 바둑챔피언과 겨뤄 5전 전승을 거둔 알파고와 대결을 벌일 이세돌은 바둑계에서 명실부한 세계 최고 기사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는 “알파고는 '심층 신경망'과 '강화 학습'을 거쳐 스스로 연결고리를 조정하고 새로운 전략을 발견하는 법을 깨닫는다”고 밝혔다. ‘자가학습’이 가능한 AI라는 것이다. 지금은 AI로 불리지만 이들이 진화를 거듭하면 ‘인조인간’이 될 확률이 높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창조한 AI에 대한 평가는 인간들 사이에서조차 극명하게 갈린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인공지능이 세상에 가져다줄 놀랄 만큼 많은 이점을 기대해야 한다”며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완전한 AI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에는 AI가 인간을 위협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인 테슬라 모터스의 일런 머스크 회장은 "어쩌면 우리는 AI라는 악마를 불러들이고 있는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간은 자신들의 지혜를 한껏 과시하고 있다. 자신을 빼닮은 AI를 창조해 노동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려 하고 있다. 땀 흘려 일하지 않아도 되었던 태초의 세상, 쫓겨나야만 했던 에덴동산을 실현시키고자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줄 것으로 믿고 창조한 AI가 인간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종말의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외면한다. 편리한 미래에 대해서만 이야기 한다. 사람들은 나날이 발전하는 AI에 환호한다. 인류의 미래가 그들 AI에 의해 장밋빛처럼 멋지게 변화될 것이라 믿는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까지도 AI사업에 혈안이다.

인간의 편리와 행복을 위해서인가.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인가. 창조론을 믿든 진화론을 믿든 인간은 만족할 줄도, 멈출 줄도 모르는 ‘욕망 덩어리’인 것만은 분명하다. 오는 3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펼쳐질 인간 대표 ‘이세돌’과 AI 대표 ‘알파고’의 바둑대결이 호기심과 재미로만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12억 원의 상금부터가 께름칙하다. 지나친 두려움 내지는 예민함 때문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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