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일본총리실)
일본 측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있었지만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논리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물타기에 나섰다.
31일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다음달 중순 열리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를 앞두고 제출한 답변서에서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자체 문서는 물론 미국 측 서류나 한국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수집한 증언 등 어디에서도 군과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forceful taking away)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군과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2007년 각의 결정했다"면서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난 18일 발언과 일치한다.
우리 정부는 당시 미온적이었지만 이번엔 대응 강도를 높였다.
외교부는 이날 '일본 정부의 답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자료'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동원·모집·이송의 강제성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서 유엔인권위 특별보고관 보고서, 미국 등 다수 국가의 의회 결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가 이미 명확히 판정을 내린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또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양국 정부 차원에서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 것은 합의 내용과 기본 정신이 성실히 이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합의 정신과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더 강력히 대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연말 위안부 합의의 내용에 강제연행까지 명시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한일간 합의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군의 관여'와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이란 표현이 있긴 하지만 위안부 동원·모집 과정에서의 명확한 주체(주어)가 없고 강제성의 구체적 방식도 명시되지 않아 고노 담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탓에 일본 측이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계속 고집하더라도, 합의정신에 부합하지는 않을지언정 합의 자체를 깼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일본 측은 바로 이런 맹점을 최대한 활용해 위안부 문제의 족쇄를 푸는 '탈출 외교'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7월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등재 협상에서도 일본 측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던 전례를 상기시킨다.
일본은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과 관련해 '강제노역'(forced to work)이란 문구에 합의해놓고도 강제성이 없다는 '물타기' 해석으로 합의를 사실상 번복했다.
한일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인 위안부 문제의 타결 이후에도 양국 갈등은 오히려 더 첨예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