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릴레이⑤] 마이노스, 무한대의 가능성 지닌 '랩인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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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래퍼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악마의 편집'이 판을 치는 프로그램에서만 이들을 보기에는 뭔가 아쉽다. 그래서 준비했다. 래퍼들과 직접 만나 근황과 생각을 들어보는 '힙합 릴레이' 인터뷰. 다섯 번째 주인공은 일리닛이 지목한 마이노스다. [편집자 주]

마이노스(사진=브랜뉴뮤직 제공)

 

'랩인간형'이라는 수식어가 참 잘어울린다. 래퍼 마이노스(minos, 본명 최민호) 말이다.

지난 1999년 처음 언더그라운드 무대에 오른 마이노스는 2003년 '바이러스'란 팀으로 첫 앨범을 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 쉼 없이 랩을 내뱉었다. 무브먼트, 마스터플랜 등과 더불어 국내 대표 힙합 크루로 꼽히던 소울컴퍼니 일원으로, 또 소울맨, 아티산 비츠, 뉴올 등과 함께한 프로젝트 그룹으로 꾸준히 작업물을 내놓았다.

마이노스에 대한 힙합 팬들의 신뢰는 두텁다. 가수들도 함께 작업하고 싶은 래퍼 중 하나로 그를 꼽는다. 마이노스가 꾸준하면서도 항상 신선하고 맛깔나는 음악을 선보여왔다는 증거다.

그는 마초적인 냄새를 풍기며 강한 랩을 내뿜기도 하고, 달달한 랩으로 듣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가슴 시린 이야기로 눈물을 쏙 빼기도 하는 참 다재다능한 래퍼다.

마이노스는 최근 주로 키비와 함께 결성한 힙합듀오 이루펀트로 활동 중이다. "혼자 인터뷰를 하는 건 꽤 오랜만"이라는 그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반갑다. 근황부터 전해달라.
주로 음악 작업하면서 지낸다. 그 외 시간에는 영화를 보거나 콘솔 게임을 한다.

Q. 일리닛이 당신을 지목했는데.
친한 형이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카페에서 만나 함께 가사를 쓰기도 하면서 생각을 공유하는 편이다. 스나이퍼사운드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되어 알게 됐고, 서로 마음이 잘 맞아 친해졌다.

최근엔 일리닛 정규앨범 'Made In `98' 수록곡 'Half-duplex'에도 참여했다. 난 내가 녹음을 잘 못 했다고 생각했는데, 커뮤니티에서 "마이노스의 인생 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니 신기하다.

Q. 마이노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브랜뉴뮤직 소속으로 활동 중이고, 불한당, 스피킨 트럼펫 등 힙합 크루의 일원이다. 주로 이루펀트라는 팀으로 많은 작업을 하고 있다. 라임어택과 함께 노이즈맙이란 팀으로도 활동 중이다.

Q. 마이노스 랩의 특징은.
이야기를 맛깔나게 잘하는 친구랄까. 뜬금없는 비유를 해도 그걸 재밌게 살려내는 친구가 있지 않나. 중간에 연기도 섞어가면서 말이다. 내 랩이 그렇다. 맛깔나게 이야기하는 듯한 랩을 선호한다.

Q. '이야기꾼'으로 불리는데.
어릴 때부터 수필 작가 같은 작사가를 꿈꿨다. 그런데, 어느날 피천득 작가의 수필집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난 나부랭이구나 싶어서 부끄럽더라. 그 이후로 난 그냥 '이야기꾼'일 뿐이란 생각을 했고, 랩으로 이야기를 잘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Q. 랩 가사에 녹인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뭔가.
'설흔'이라는 곡이다. 소리헤다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지금은 음원사이트에서 못 듣는다. 고 김광석의 곡 '서른 즈음에'에서 영감을 받고 쓴 이야기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곡인데, 내가 서른 즈음이 되었을 때 '어릴 땐 그 곡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며 담담하게 가사를 적었다.

마이노스 인 뉴올 앨범에 수록된 '반달'이라는 곡도 떠오른다. 달, 지구, 태양이라는 소재를 가사에 녹여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Q. '랩인간형'이라는 수식어도 재밌다.
버벌진트는 '킹 오브 플로우', 스윙스는 '펀치라인킹'. 래퍼들이 자신의 랩 실력을 강조하는 타이틀을 가사에 사용하더라. 난 그럼 뭘 가장 잘하고 좋아할까 고민했는데, 정말 랩을 좋아하고, 여기에 빠져 미쳐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랩인간형'이라는 타이틀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곡명으로 사용했는데, 점차 팬들도 날 그렇게 불러줬고 하나의 아이덴티티가 됐더라.

Q. 마이노스의 랩 스킬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적어졌다.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옛날에는 마이노스가 랩으로 짱 먹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엔 언급이 잘 안된다고. 하하.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데, 한 번 제대로 보여줘야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주변 시선 너무 신경쓰면 피곤하다.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지.

Q.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줄 아는 래퍼로도 불린다.
하나의 이미지 안에 갇혀있고 싶지 않다. 주변에서는 걱정도 많이 했다. 마이노스라는 캐릭터가 확실히 잡히는 게 먼저 아니냐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그냥 그때그때 가장 재밌다고 느껴지는 걸 하자는 생각이다. 한 앨범을 끝내고 나면, 그 앨범에서 한 이야기가 지겨워진다. 다음엔 또 어떤 이야기를 할까가 아니라 뭐가 재밌을까 생각하면서 음악 작업을 한다.

Q. 이루펀트는 아는데, 마이노스는 잘 모르는 이들도 꽤 있다. 아쉽지 않나.
괜찮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이었다면, 솔로 앨범을 빨리 만들었을 거다. 이루펀트로 음악 작업하는게 굉장히 재밌다. 또 마이노스의 음악도 계속할 거니까 섭섭하지 않다.

Q. 이루펀트는 '감성 힙합'으로 유명하다. '이루펀트 감성'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지.
난 원래 그 단어를 굉장히 싫어했다. 힙합을 떠나 모든 음악에는 원래 다 감성이 있는 거 아닌가. (웃음). 사실 이루펀트 음악을 '감성 힙합'이라고 평가하는게 신기하기도 하면서, 왜 그렇게 생각할까 고민도 했었다. 지금은 크게 고민하진 않고, 내 자신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일명 '발라드 랩'이 비난받는 것에 대한 생각은.
상업적인 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발라드곡에 랩을 얹은 것인지, 처음부터 힙합 음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랩을 한 것인지는 스스로가 안다. 누군가 비난을 했을 때 부끄럽지 않고 반박할 수 있다면 문제될 게 없겠지.

Q. 김필, 윤하, 나비, 애즈원, 정인, 소유 등 참 많은 가수와 콜라보레이션곡을 발표했다. 비결이 뭔가.
인맥의 힘이 크다. 이루펀트가 선구안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친하고 음악을 같이 해왔던 친구들이 빵 터져서 잘 되더라. 최근엔 김필, 주영이 대표적이다. 러브콜을 보내오는 경우도 많다. 곡을 들어보고 '좋다' 싶으면 만난다. 곡이 구리거나 사람이 구리면 같이 안 한다. 하하.

Q. 힙합그루 소울컴퍼니 출신으로 유명하다. 소울컴퍼니 출신 중 더콰이엇, 매드클라운 등 요새 핫 한 래퍼들이 많은데.
역시 대단한 곳이었구나 싶다. (웃음). 잘 되고 있는 래퍼들을 보면 좋더라. 몇몇 래퍼들과는 요새도 자주 교류한다. 함께 공연도 하고 술 한잔 하기도 하고.

Q. 최근 브랜뉴뮤직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라이머 형과는 드문드문 보는 사이였다. 앨범 마무리할 때 쯤 조언을 듣는 편이었지. 어느날 앨범을 다 만들고 곡을 들려줬는데, '같이 해볼래?'라고 하시더라. 평소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음악을 해왔는지 아는 사람과 일 해보고 싶단 생각이 있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브랜뉴 뮤직에 좋아하던 아티스트도 많았고. 단점은 전혀 없다. 대만족.

Q. 방송 활동을 자주 하진 않더라.
인지도에 대한 욕심은 없다. 그냥 '재밌는 걸 하자'는 게 목표다.

Q. '쇼미더머니'에 대한 생각은.
목마름이 있던 래퍼들에겐 좋은 기회다. 다만, '쇼미더머니'가 힙합의 전부처럼 비치는 건 슬프다.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은 래퍼의 공연이 잘 안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거기 나온사람만 '최고'가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Q. 만약 '쇼미더머니5'에서 프로듀서 제안을 해온다면.
생각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가리온 형들이 시즌 1에 나왔을 때 키득키득하면서 봤는데, 재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Q. 최근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맞다. 작업 중이기는 한데, 발매 시기는 구체화하지 않았다. 솔로곡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쌓였을 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작업하는 편이다. 20대 초반에 생각해놓았던 주제도 있고, 지금의 감성과 이야기를 곡에 녹여내려고 한다.

Q. 마이노스를 대표할만 한 곡을 추천해달라.
이루펀트 'Man On The Moon' 수록곡 '꽃', 앞서 언급한 일리닛 앨범 수록곡 'Half-duplex'과 소리헤다 앨범 수록곡 '설흔'을 추천한다.

'꽃'은 이루펀트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 팀인가를 잘 드러내 주는 곡이다. 'Half-duplex'는 최근 내 생각과 태도가 담긴 곡이고, '설흔'은 솔로 마이노스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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