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 변호사(사진=JTBC 제공)
최근 몇 년 새 지상파 TV 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종종 봐 온 전원책 변호사에 대한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가 정부·여당을 무턱대고 두둔하는 편에 서서 경청보다는 호통을, 논리의 정연보다는 비약을 선호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까닭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본 전 변호사의 면모는 다소 달라 보였다. 양 편으로 무리를 지어 치열하게 다투는 건조한 토론 환경을 벗어난 덕일까, 그가 지닌 정치·경제적 공감대는 보편적인 상식의 틀을 벗어나 있지 않았다. 이날 다뤄진 사안들에 대해서도 입씨름 상대인 유시민 작가와 실현 방법상 차이를 보였을 뿐, 문제의식 자체는 서로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전 변호사를 보면서 '염세 철학자'로 널리 알려진 쇼펜하우어(독일·1788~1860)가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당대 유럽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던 헤겔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려 온 그다. 콜레라를 피해 베를린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옮긴 쇼펜하우어는 그곳에서 고독한 30년을 보냈다. 쇼펜하우어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족도, 친구도 없이 지냈다. 모임도 나가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쇼펜하우어가 무거운 고독 속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하루 일과 만큼은 엄격하게 지켰다는 것이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몇 시간 동안 글을 쓰고 플루트를 연주했다. 이후 정장을 잘 차려입고 고급 레스토랑에 가 점심을 먹은 뒤 애견과 산책을 했다. 나름의 소신과 철학이 없었다면 작심삼일로 끝나고 말았을 일이다.
하지만 오랜 은둔 탓에 그의 신경은 갈수록 예민해졌다.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런 그가 말년에 '낙천주의자'로 변하는 아이러니한 광경이 펼쳐진다.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시작된 유럽 혁명의 시대는 1848년 혁명의 실패로 막을 내리고, 유럽인들은 당대의 절망을 대변했던 쇼펜하우어의 철학책에 열광하며 치유책을 찾으려 애썼다. 그렇게 그의 명성은 날로 높아만 갔다. 1858년 70세 생일에는 전 세계인의 축하를 받기에 이른다.
이날 썰전에서 전 변호사의 발언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한 예로 '선거구 실종 사태'를 논할 때는 기존 선거구를 위헌으로 본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인용하며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보나, 공직선거법을 보나 국회의원은 사라지고 국회의원도 없다. 지금 국회의원들은 가짜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다음 발언이었다. 그는 "국회의원 자격을 명확히 하거나 대통령이 새로운 입법의회를 구성하던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입법부를 구성하는 것은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닌가.
(사진=JTBC 제공)
전 변호사와 유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에는 뜻을 같이 했다. 최근 종편에서 대만의 차이잉원 신임 총통을 '대만판 박근혜'로 표현한 것을 두고 유 작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공통점은 여성, 독신이라는 것 두 가지뿐"이라고, 전 변호사는 "차이잉원은 어떤 배경도 없이 자기 힘으로 총리가 됐다는 점에서 '대만의 메르켈(독일 총리)'이 맞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으로 정치적 스타가 된 경우"라고 꼬집었다.
최근 연출 논란이 인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관련해서도 유 작가는 "질문 요지도 미리 받고 했는데, 각본이 없는 것처럼 연출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 변호사는 "선진적 민주주의에서는 그렇게 못한다. 백악관 출입기자 헬런 토머스의 '질문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왕이 된다'는 말에 투명한 권력을 만드는 핵심이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와 유 작가는 앞서 지난 14일 썰전에 처음으로 합류했다. 사회를 맡은 김구라는 두 번째 방송인 이날 오프닝에서 두 사람의 첫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의 평을 전했다. 전 변호사에 대한 평은 '거침없는 단어 선택이 돋보였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