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결혼 예능 프로그램의 도 넘은 발언들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가상이긴 하지만 부부 생활을 소재로 하는 만큼 스킨십 등이 언급 안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자빠뜨려", "덮쳐버려" 같은 폭력에 가까운 발언이, 청소년도 시청 가능한 예능에서 여과 없이 방송을 타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서는 박수홍은 윤정수를 향해 "(김숙을) 덮쳐버려"라고 발언했다.
JTBC '님과함께 시즌2 - 최고의 사랑' 방송 화면.
이 이야기가 나온 상황은 이렇다. 이날 방송에 소개팅을 위해 출연한 박수홍은 윤정수-김숙 가상 부부를 향해 "(윤정수가) 캠핑 때 새해 소망으로 임신을 썼더라. 얘는 거짓말이 아니다. 내가 '남남북녀' 할 때 '가상 결혼 프로 하면 진짜 임신시켜서 결혼할 것'이라고 했다"는 말을 했다.
이에 김숙이 "처음 가상 부부 계약서 쓸 때 임신시키면 1억 주기로 정했다"고 말하자, 박수홍은 윤정수에게 "난 돈거래 절대 안 하는데 1억 1천 주겠다. 덮쳐버려"라고 권한다.
또 박수홍은 "거짓말이 아니다. 김숙이 잉태 시 초음파 확인하는 순간 바로 1억 1천이 계좌 입금 될 거다"고 재차 강조한다.
예능 프로에서 웃자고 한 얘기인데, 진지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15세 이상 관람가로 청소년도 볼 수 있는 예능에서 나오기엔 도 넘은 성적 발언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강간을 조장하는 막말"이라며 "도가 지나쳤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 프로에 같이 등장하는 허경환-오나미 가상 부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비슷한 발언이 나온다.
JTBC '님과함께 시즌2 - 최고의 사랑' 방송 화면.
오나미는 허경환에 "사람들이 나와의 결혼 생활에 뭐라고 하냐"고 물었고, 허경환은 "왜 그랬냐고 그랬다"고 말한다.
그러자 오나미는 "내 지인은 자빠뜨리라더라. 또 거품 목욕을 하면 친근감이 빨리 생긴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호감가는 이성이 있다면 상대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덮치고, 자빠뜨려서라도 '쟁취'하면 된다"는 식의 조언이 연애의 해법인양 방송을 타고 있는 것이다.
성 의식을 형성해가는 과정에 있는 청소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도 우려된다.
성교육 단체 (사)푸른아우성(대표 구성애) 이충민 교육팀장은 "좋아하는 상대를 차지하기 위한 방법이 '자빠뜨려, 덮쳐, 임신 해버려' 등 강간에 가까운 방법은 아닐 것"이라면서 "상대방의 의사와 동의 없이 쟁취만을 위한 성관계는 범죄이지, 온전한 사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식의 발언이) 청소년들에게 주는 악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느끼고 알아야 할 성은 동의가 있고, 아름다운 과정이 들어 있는 성이다. 쟁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서로가 교류하며 쌓아가는 과정, 그것이 부부의 성이고, (프로그램 이름에 걸맞게) 님과 함께하는 '최고의 사랑'일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