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나가던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가칭)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과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논란이 겹치면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율마저 역전됐다.
안철수 (가칭 국민의당) 의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 (사진=자료사진)
변화는 여론조사 수치에서부터 확연히 나타났다.
18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문재인 대표가 18.9%로 전주 3위에서 1위로 올라섰고, 안철수 의원은 17.8%로 2위를 유지했다. (11~15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천532명, 전화면접(CATI)과 ARS 방식, 신뢰도 95%에 표본오차 ±2.0% 포인트)
특히 안철수 돌풍의 근원지인 호남지역에서마저 문-안 지지율이 역전되자 안 의원 측은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야권내 지각 변동을 가져온 가장 큰 요인으로는 더민주당의 김종인 선대위원장 영입을 꼽을 수 있다
문 대표가 당내 갈등의 원인인 선거 관련 권한을 김 선대위원장에게 일임하면서 ‘친노 패권주의’ 비난으로부터 비켜날 수 있었고 비주류의 반발도 수그러들었다.
계속될 듯 했던 호남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탈당행렬도 김 선대위원장의 영입이 발표되던 날인 14일 신학용, 김승남 의원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안철수 의원과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우측)이 지난 8일 오후 마포 당사에서 신당의 당명을 공개하기 앞서 비리혐의 연루된 국민의당 영입 인사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기자)
탈당설이 끊이지 않던 박영선 의원은 장고 끝에 잔류쪽으로 무게가 실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이용섭 전 의원은 오히려 복당하며 더민주당의 안정세에 힘을 보탰다.
반면 더민주당이 안정감을 찾을수록 국민의당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안철수 의원을 포함, 15명의 현역의원을 확보해 원내교섭단체 요건 충족을 눈앞에 뒀지만 더민주당 의원들의 탈당행렬이 끊기면서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때마침 터져나온 한상진 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은 전통적인 진보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지지율 상승의 발목을 잡게 됐다.
18일 국민의당 마포 당사에는 4.19민주혁명회 관계자들이 방문해 한 위원장의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를 말리던 당직자들이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민주혁명회의 한 관계자는 "내가 총을 맞아 외팔이가 됐다"며 "한 위원장이 어떻게 이승만을 국부라고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광주지법 송기석 전 부장판사를 영입하는등 인재영입에도 공을 쏟고 있지만 더민주당의 영입인사들과 비교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은 여전하다.
위기감을 반영하듯 국민의당의 첫번째 확대 기획조정회의에서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보다 더민주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한상진 위원장은 “김종인 위원장이 '이승만 국부론'을 비판하셨으니 전두환 정권의 국보위에 참여한 분으로서 다른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며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안철수 의원도 “국민들이 야당 의석을 140석 만들어줬지만 삶이 좋아졌나, 정치가 바뀌었나"라고 반문하며 더민주당과 연대는 절대 없을 것임을 단언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이같은 위기가 ‘언젠가는 닥칠 상황'이라며 더민주당과 우열이 판가름날 3월까지 좌고우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의당 문병호 부위원장은 “60년 제1야당을 하루 아침에 쉽게 깰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느냐”며 “더민주와 (지지율) 대치가 상당기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