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사진=자료사진)
새해들어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대해 가맹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내리겠다고 공언한지 두 달도 안돼 전체 가맹점의 10% 정도에 이르는 25만개에서 30만개에 이르는 가맹점이 신용카드사로부터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초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안에 따르면 법에 의해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중소가맹점에 대해서는 수수료율을 0.7% 포인트 낮추고, 연매출 1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은 평균 0.3% 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돼있다.
또 신용카드 수수료율의 상한도 2.7%에서 2.5%로 0.2% 포인트 낮추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지난해말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은 25만에서 30만에 이르는 가맹점들은 대부분 연매출 3억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들로, 약국과 중대형 슈퍼마켓, 편의점, 주유소 등이 주된 대상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을 상대로 무작위로 조사해 보니까 카드사로부터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은 약국이 전체 약국(2만개)의 17%에 이르고 이들 중 92%는 수수료율 상한선인 2.5%로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용카드사들이 영세,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입은 수익감소를 약국과 같은 일반가맹점들에 대한 수수료 인상을 통해 돌려막기식으로 만회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정부가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공언해 수수료율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인상을 통보받아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약사회 등 가맹점 단체들은 연대해서 정치권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약사회와 외식업중앙회 등 57개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단체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을 규탄하며 불복운동을 벌려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지난 15일에는 대한약사회와, 소상공인연합회, 외식업중앙회, 서울남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 대표들이 새누리당 간담회에 참석해 불합리한 카드수수료 인상을 바로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신용카드사나 감독당국측은 가맹점들의 반발에 대해 정부 발표를 오해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평균의 함정에서 비롯됐다”며 “가맹점들이 억울해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엄밀하게 말해 평균 0.3% 포인트 내린다고 하는 것은 오르는 곳도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약관에 따라 수수료율을 인상할 때는 한달 전에 통보하도록 돼 있고 인하할 때는 사후에 통보해도 되기 때문에 현재 수수료율 인상만 통보돼 있어 가맹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수료율 인하가 이달 중 통보될 수 있도록 서두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가 통보되면 가맹점 전체적으로 수수료율 인하가 이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