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가?' 올해 전훈에 주전들을 대거 뺀 명단이 공교롭게 비슷한 왕년 쌍방울 사제 김성근 한화(왼쪽), 김기태 KIA 감독.(자료사진)
프로야구 스프링캠프는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중대사다. 팀의 스프링캠프 분위기가 어땠느냐에 따라 그해 성적이 결정된다는 게 야구계의 통설이다. 그런 만큼 각 팀들은 부푼 기대를 안고 15일부터 전지훈련지로 떠난다.
이런 가운데 한화와 KIA의 스프링캠프 명단이 눈길을 끈다. 주축 선수들이 적잖게 빠진 가운데 전훈을 시작한다. 한 시즌의 성패를 가를 스프링캠프의 색다른 모습이다.
15일 일본 고치로 1차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한화 선수는 32명이다. 10개 구단 중 최소다. 지난해 58명에 비하면 확 줄었다. 부상 재활 선수 7명이 빠졌던 점을 감안해도 올해 32명보다는 19명이 많았다.
올해는 김태균, 정우람, 이용규, 김경언, 조인성, 배영수, 송은범 등 베테랑들이 빠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몸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 겨울 동안 자기 관리에 소홀했다는 질책이 섞여 있다. 이들은 일단 충남 서산에서 몸을 만든다.
KIA도 16일 미국 애리조나 1차 캠프에 38명 선수가 나선다. 주축 투수 윤석민, 양현종, 최영필, 김병현, 김광수를 비롯해 포수 이성우, 내야수 김민우, 외야수 김주찬, 김원섭 등이 빠졌다.
이들도 광주와 함평에서 훈련을 소화한다. KIA는 새해 시무식 대신 체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전훈에 갈 몸 상태가 됐는지를 점검한 것이다. 지난해는 김진우가 여기에서 떨어졌다.
▲"베테랑 예우 차원" 고참 중용 성향
선수들의 전훈 불참에 질책의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배려의 뜻이 더 강하다. 주축들이라 실전을 많이 치렀던 만큼 일단 치유에 힘쓰라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해 김성근 감독 부임 후 혹독한 강훈련을 소화했다. 마무리와 전지 훈련에서의 지옥 훈련은 연일 화제가 됐다. 그러나 부작용도 따랐다. 시즌 중 부상자가 적잖게 나왔고, 결국 아쉽게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한 원인이 됐다.
지난해 경험이 있는 만큼 올해는 조금 달라진 양상이다. 주축들의 몸이 덜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회복도 덜 된 만큼 완전히 몸을 만든 뒤 합류하라는 김 감독의 의중이다. 국내 훈련조는 컨디션을 끌어올린 뒤 전훈에 가세할 전망이다.
KIA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는 재활조를 괌에서 따로 운영했지만 올해는 국내에서 훈련하며 본진이 미국에서 이동해오는 2월 먼저 일본 오키나와로 갈 예정이다. KIA 관계자는 "김기태 감독님의 베테랑들에 대한 예우 차원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화와 KIA는 어느 팀보다 베테랑들의 역할이 중요한 팀이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한화는 포수 조인성을 비롯해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김경언 등이 주축으로 활약했고, 정우람과 심수창까지 가세하면서 일단 유망주 양성보다는 우승에 승부를 걸었다.
KIA 역시 마찬가지다. 세대 교체 중이지만 고참들을 예우하는 김기태 감독의 철학이 강하다. 이범호가 2년 연속 주장을 맡은 이유다.
김성근과 김기태. 왕년 쌍방울 시절 사제시간이었던 두 사령탑. 공교롭게도 주전들을 대거 뺀 올해 전훈 명단이 닮았다. 과연 2016시즌 두 팀의 전훈 성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