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제공
#1. 서울에 거주하는 정정형(45)·박은선(41) 부부는 요즘 '응팔앓이' 중이다. 은선 씨는 아들 시윤(10) 군과 함께 '응팔'을 매회 본방 사수하고, 정형 씨 역시 뒤늦게 발동이 걸려 재방송을 꼬박꼬박 챙겨본다. 은선 씨는 '츤데레' 매력을 발산하는 정환(류준열 분)에 푹 빠져 있다. 정형 씨는 덕선(혜리 분)과 성균(김성균)만 나오면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극중 염소소리 효과음를 재밌어 하는 시윤 군은 '응팔'의 배경음악을 유투브에서 찾아서 듣고 따라 부른다. 특히 '걱정말아요 그대'를 좋아한다.
#2.서울 모 고등학교 2학년 보충수업 시간. 예비 고3 사이에서도 '응팔'은 단연 화제다. 대입을 앞둔 수험생이라는 신분은 잠시 내려놓았다. 이 학급 학생 대부분이 '응팔'을 본다. '고3인데 드라마 봐도 되나' 죄책감이 엄습하지만, 보다 보면 재밌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자신도 모르게 TV 앞에 앉게 된다. 다른 드라마와 달리 부모와 함께 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 '응팔'의 최고 미덕이다.
10대들이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 응답했다. 전 연령대에서 골고루 사랑받고 있는 '응팔'이지만, 특히 40대와 10대의 호응이 좋다. '응팔'의 최근 5회(14~18회) 연령별 시청률에 따르면, 40대 여성에 이어 10대 여성 시청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남성으로만 제한할 경우, 40와 10대 시청률이 다른 연령대를 압도한다.
CJ E&M 홍보팀 관계자는 "통계에서 보듯 '응팔'은 엄마와 딸이 함께 보는 콘텐츠다. 나아가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며 어린 세대와 나이든 세대가 함께 보는 '세대 공감형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88년 당시 학창시절을 보낸 40대는 '응팔'을 보면서 옛 추억과 낭만을 되새긴다. 그렇다면 1980년대가 생경할 법한 10대는 왜 '응팔'을 재밌어 하는 걸까.
10대들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간접 경험할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 김은진(18) 양은 "부모님의 학창시절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고 했고, 최세진(18) 양은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와 다른 세대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이신우(18) 군은 "유행이 돌고 도는 것처럼 '응팔'에 나온 패션에 관심이 생겼다. 스키니 말고 그때 유행했던 바지가 입고 싶어졌다"고 했다. 김지운(18) 군은 "당시 사회·생활·문화상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다. '응팔'을 볼 때의 부모님 반응도 재밌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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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한 10대들답게 '응팔' 속 청춘들의 러브라인에도 마음이 설렌다. 김동빈(18) 군은 쌍문동 소꿉친구인 덕선과 택(박보검 분), 정환이가 엮어내는 로맨스가 재밌다"고 했다. 송유진(16) 양과 김동현(18) 군은 "전작 '응칠'과 '응사'처럼 여주인공의 남편찾기가 흥미진진하다"고 웃었다.
자신과 당시 고등학생의 학교생활을 비교하면서 신기해 하기도 한다. 김지운(18) 군은 "한 학급의 학생수가 저희 때보다 훨씬 많더라. 우리보다 힘들었을 것 같다"고 했고, 이신우(18) 군은 "학원 대신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색달랐다"고 웃었다. 백선훈(18) 군은 "공부 잘하는 선우(고경표 분)와 정환이를 보면 부럽지만, 동룡(이동휘 분)이나 덕선이를 보면 나와 비슷해 암울해진다"고 했다.
80년대 후반의 아날로그 정서가 정겹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다. 이금채(11) 양은 "한 동네 이웃끼리 친하게 교류하고, 동네 친구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이 부럽다"고 했고, 김동현(18) 군은 "핸드폰 없이 집전화나 공중전화만 있어도 재밌게 생활하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