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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를 무시하는 정책이 행정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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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다가올 민주주의-왜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일까?>

사진 제공 = 오래된 생각

 

『다가올 민주주의』는 현재의 민주주의를 돌아보고 이후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행동하는 철학자 고쿠분 고이치로의 실천적 구상이다.

2013년 5월, 도쿄 도 최초의 주민직접청구에 의한 주민투표가 고다이라 시에서 실시되었다. 결과는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무효 처리되고 말았다. 반세기도 전에 만들어진 도로계획을 재검토해달라고 하는 주민의 목소리가 행정에 닿지 않는다. 이런 사회가 어째서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것일까? 거기에는 근대정치철학의 단순하고 중대한 결함이 숨어 있다. “이 문제에 대답할 수 없다면 내가 하고 있는 학문은 거짓이다”라고 하며 주민운동에 뛰어든 철학자가 실천과 깊은 사색을 통해서 그려낸 새로운 사회의 구상이다.

2013년 5월, 일본 도쿄 도 고다이라 시에서 주민투표가 실시되었다. 고다이라 시는 50년 전에 수립된 도로 건설 계획을 작금에 와서 실행하려고 하면서 주민의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이 그 계획을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주민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직접 청구하여 실현시킨 것이다. 하지만 주민의 관여를 원치 않던 고다이라 시의 시장은 주민투표조례안이 시의회에서 이미 통과된 후에 별도의 조례 수정안을 상정했다. 그것은 투표율 50% 미만의 경우 투표를 무효로 간주하며 개표도 할 수 없게 하는 것으로, 이를 주민투표 한 달 전에 통과시켜 버렸다. 정작 시장 자신이 재선된 시장선거의 투표율이 37%였던 것을 감안하면, 투표율 50%의 성립요건은 투표를 무효화하려는 행정의 술책이었음이 틀림없다. 결국 투표율 35.17%로 투표는 무효 처리되고 개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민투표의 결과는 영구히 알 수 없게 되었고 행정의 정책 결정에 주민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10년 새해 벽두에 도쿄 도는 도로 건설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고다이라 시에 거주하는 철학자 고쿠분 고이치로(다카사키 경제대학 교수,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했을까』의 저자)가 우연히 이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마치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게 되었다. 도쿄 도 직원은 도로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비디오를 보여준 후 질의응답 시간이 되었지만 질문은 1인 1회로 한정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은 불성실하게 했다. 재질문도 금지되었다. 즉 일방적으로 설명만 할 뿐이었고 주민의 의견수렴이나 주민과 대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었다.

고쿠분 씨는 행정이 일단 정책을 결정하면 주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권자를 무시하는 정책이 행정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데도 이런 사회가 어떻게 민주주의 사회라고 불리는 것일까? 분명 이런 식으로 일을 해도 민주주의라고 표방할 수 있는 이론적인 속임수가 있다. 그 속임수를 파고들어가지 않으면 이 행정의 횡포를 근본적으로 뒤엎을 수 없다. 고쿠분 씨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주민투표운동에 참여하는 한편 철학자의 눈으로 이 문제를 분석하게 되었다.

이 책의 주장은 단순하다. 입법권만이 아닌 행정권에도 국민이 공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어 가는 것이다. 이로써 근대정치철학이 만들어 온 정치이론의 결함을 보완할 수가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실제로 일을 결정하는 행정기관에 접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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