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원이요? 자식 잃은 부모의 바람이 뭐겠습니까? 아이를 찾는 거죠."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 이금희(47) 씨는 1일 빛바랜 노란 리본이 나부끼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새해를 맞았다.
단원고 2학년이었던 딸 조은화 양을 찾지 못한 이씨 등 미수습자 가족들과 희생자 가족들은 이날 팽목항 인근 오봉산에 올라 새해 첫 일출을 바라봤다.
이씨는 "우리의 시계는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섰다"며 "새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 단지 소망이 있다면 딸 대신 내가 바닷속에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이후 두 번째 새해를 맞은 이날이 참사 626일째라며 팽목항은 희생자를 떠나보내는 공간이 아니라 미수습자 9명을 기다리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이날, 가족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또다시 해를 넘긴 권오복(61) 씨도 착잡한 심경은 마찬가지다.
진도체육관 가족 대기소를 거쳐 팽목항에 온 뒤로 딱 네 번 서울 신도림의 자택을 다녀왔다는 권씨는 이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기다림 속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작년에 새해 해맞이를 하고 나서 호된 감기에 걸렸었는데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나갔다"며 "우리는 매일 '4.16'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 1봉지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라는 권씨는 "이제 팽목항에는 자원봉사자의 발길조차 드문드문하다"며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도 건강이 좋지 않아 이곳에 꾸준히 머무는 사람은 나 혼자"라고 말을 이었다.
하늘이 도와야만 온전한 세월호 선체 인양이 이뤄질 것이라는 권 씨는 구름 뒤로 숨어버린 해를 향해 가족이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연말을 맞아 오랜만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한 팽목항에서는 전날 오후부터 2015년을 떠나보내는 세월호 가족들의 해넘이 문화제가 열렸다.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가족들은 팽목항 분향소에서 진도VTS(해상교통관제센터)까지 약 2.2㎞ 걸으며 촛불의 띠를 연결했다.
팽목항뿐만 아니라 사고해역 인근의 동거차도,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안산 화랑유원지,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세월호 가족들의 송구영신 행사가 진행됐다.
진실을 밝히려는 희생자 유가족도, 장례라도 치르려는 미수습자 가족들도 저마다 새해의 소망으로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빌었다.
이들과 함께 새해 해맞이를 함께한 진도 주민 하준완(47) 씨는 "2년째 팽목항에서 엄동설한을 보내는 세월호 가족들을 보면 가슴이 찡하고 안타깝다"며 "이들의 가족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