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노란 목도리가 둘러져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역사교과서 국정화, 테러방지법, 한일 위안부 합의 등에 이어 솔솔 나오는 개헌 얘기까지, 현 정부의 국정화 문제는 결국 다음 정권 창출을 위한 장기집권 의지와 결합돼 가는 분위기입니다. 1982년 일본 자민당의 역사교육 장악을 위한 '검인정 파동' 실패 뒤 보수 정재계가 집결해 내놓은 첫 안이 개헌이었어요. 이 점에서 우리가 그 길을 밟을까 우려됩니다. 그렇게 지금 일본은 완벽하게 우경화됐으니까요."
지난 30일 서울 명일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심용환 역사 & 교육 연구소'의 심용환(39) 소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뒤 이어질 사태에 커다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이런 식의 종합적 기획이 있다면 나는 어느 선까지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란다.
지난 2000년 인문학 공동체 '깊은 계단'을 꾸린 뒤 운동가의 길을 걸으며 한국사 제대로 알리기에 힘써 온 심 소장은 스스로를 '소아과 의사'에 비유했다.
"저는 소위 '학사 나부랭이'입니다. (웃음) 다만 젊은 역사학도로서 인문학 운동가, 혹은 역사교육 활동가로 살며 대중적 지식인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을 품고 있죠. 학원 강사를 병행해 왔으니 쉽게 살려 했다면 매해 문제집만 분석했어도 됐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학계의 선진 연구성과를 왜곡하거나 은폐하지 않고 풀어내 대중과 소통하려 애써 왔어요. 대중 지식인의 길은 그런 것이라고 믿으니까요. 동네 소아과 의사가 꾸준히 트렌드를 파악해 아이들 치료에 적용하는 데 빗댈 수 있겠네요."
심 소장은 최근 책 '역사전쟁 - 권력은 왜 역사를 장악하려 하는가?'(펴낸곳 생각정원)를 내고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국정화가 뻔히 통과될 것을 알았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책무를 감당해 보자는 심정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희망을 만들어 보자는 마음이었죠. 역사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높아지면 지금의 광풍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희망.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넘어 역사교육 자체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컸어요. 현재 역사교과서를 두고 '왜곡됐다' '좌빨이다' '패배주의를 가르친다'는 뉴라이트의 주장은 아주 낮은 단계의 거짓말인데도 심각할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그 근본 배경에는 역사에 대한 심각한 무지가 있다고 봐요. 책을 통해 잘못된 역사 논쟁과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 책에 '역사학은 기본적으로 사실을 다루는 학문이면서 동시에 해석의 학문'이라고 썼다. 역사란 무엇이라고 보나.
= 역사는 오늘의 문제와 연결짓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를 접하면서 답답했던 건 정권이 "역사를 입시도구로만 쓰라"고 강요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왜 학생들을 거리로 끌어내냐"고 비판한다. 교사들에게는 "학교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가르치라"고 한다. 결국 역사를 우리의 삶과는 상관없는, 박물관의 박제된 동물로 만들려는 것이다. 되묻고 싶다. "그럴 거면 역사를 왜 공부하냐"고. 역사교육은 현재의 문제를 고민하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역사관을 제시하려면 사실적 근거를 가져야 하는데도, 뉴라이트는 사실을 왜곡하고, 없는 사실까지 만들어내면서 정치적 힘에 의지하려 한다. 이는 좋게 말해 심각한 규칙위반이지 역사학을 '정치공학'으로 여기는 작태다. 현재를 고민하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역사는 필요 없다. 묻고 싶다.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역사 교육을 암기 차원으로 놔두고 싶냐고, 특정 권력의 '앞잡이'로만 교육을 치부하려 하냐고 말이다. 민중의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바로 역사다. 인류 역사에서 권력의 수명은 짧다. 역사 서술의 목적, 관심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것이 돼야 한다.
'심용환 역사 & 교육 연구소' 심용환 소장. 지난 30일 만난 그는 "역사는 오늘의 문제와 연결짓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겨레신문사
▶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비판하는 데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뉴라이트는 학문이 아니라 권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첫째는 우상화 작업이다. 이는 북한 따라하기와 다름없다. '건국 이승만' '부국 박정희'라는 뉴라이트의 논리는 '건국 김일성' '수성의 군주 김정일' '미래로 나아가는 김정은'과 맥락이 같다. 묻고 싶다. 그러면 왜 전두환은 빼냐고. 저들의 논리대로라면 '완성자 전두환'이 포함돼야 한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뒤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건국, 부국을 이은 게 되니까. 뉴라이트가 전두환을 뺀 이유는 분명하다. 인기가 없으니까. 결국 뉴라이트의 논리는 학문적 성과가 아니라 신드롬에 근거한 주장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통일 대박론'도 마찬가지다. 통일을 하려면 먼저 북한을 이해해야 하는데도, 저들은 북한 혐오증을 조장해 분열을 만들고 있다. 현행 교과서에 북한에 관한 내용이 한 페이지다. 그마저도 '독재국가' '경제개발 실패'에 관한 것이다. 기존 교과서에도 반북정서가 강한 셈인데, 10대나 20대를 만나보면 북한 혐오증이 심하다. 해법은 사회주의 역사에 있다고 본다. 민주화 덕에 중간파인 김원봉, 여운형 등을 배우게 됐지만, 사회주의 역사는 여전히 금기다.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좌익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학생들이 "뜬금없이 나오니 이해가 안 된다"고들 푸념한다. 그러면 저는 "민주화가 덜 돼 이 정도에서 멈춰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사회주의 역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이해를 넘어 북한을 극복할 수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역사를 하나씩 쳐내면서 지금의 김일성 역사를 만들어냈으니까. 그래야만 통일 대박도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 역사학계는 분열과 대립이 아니라 경쟁과 소통, 융합의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발전해 왔다. 실패한 역사더라도 성찰을 통해 그 가치를 증언하고 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이 학문의 기본이다. '산업화냐 민주화냐'는 식으로 끊임없이 분열을 조장하는 뉴라이트의 역사관은 학문이 아니다.
▶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논리는 어떻게 다가오나.=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역으로 보면 1948년은 뜬금없는 숫자다. 역사적으로 시기를 나누려면 국내사와 세계사가 연결되는 지점에서 큰 의미를 지녀야 한다. 1945년이 중요한 이유는 파시즘 세력이 패망하면서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가 만들어졌다는 것처럼 말이다. 프랑스 역시 자국 역사의 분수령으로 공화정기념일이 아니라 1789년 프랑스혁명을 꼽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1948년은 의미 없는 해다. 48년이 뭐길래. 대답 좀 해줬으면 좋겠다.
▶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했다" "박정희가 근대화를 이룩했다"는 식의 영웅사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승만·박정희의 역사가 영웅사관에 기초해 쓰였다는 것은 칼라일(영웅사관의 대표 격인 영국의 역사가·1795~1881)에 대한 모독이다. 한 예로 칼라일이 대상으로 삼은 나폴레옹은 19세기 유럽의 자유주의·민족주의의 상징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영웅사관이 부분적으로는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이승만·박정희에 대한 서술은 영웅사관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른 '우상화'라는 데 문제가 심각하다.
사실 영웅사관은 엘리트주의라는 점에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이것이 우리 안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따져보면 우리 역사에서 엘리트주의를 벗어난 사례는 동학혁명과 독립협회뿐이다. 동학혁명은 7개월, 독립협회는 3년을 갔다. 대한민국에는 민중이 없어 보인다. 스스로 역사의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고, 끊임없이 영웅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신화로 이어져 온 것이다. 영웅사관에 머물러선 안 된다. 개인적으로 민중이라는 역사의 주체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전쟁ㅣ심용환ㅣ생각정원
▶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근본 배경은 뭐라 보는지.= 테러방지법 등에 이어 한일 위안부 합의, 솔솔 나오는 개헌 얘기까지 크게 봤을 때 국정화 문제는 국정화 논쟁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음 정권 창출을 위한 장기집권 의지와 결합돼 가는 것이다. 1982년 일본 자민당의 역사교육 장악을 위한 '검인정 파동' 실패 뒤 보수 정재계가 집결해 내놓은 첫 안이 개헌이었다. 이 점에서 우리가 그 길을 밟을까 우려된다. 그렇게 지금 일본은 완벽하게 우경화됐으니까.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보면 국정화 이상의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종합적 기획이 있나라는 의문까지 든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선까지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하나'라는 고민으로 그 실천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 국가·애국이라는 명분으로 모든 당위를 집어삼키는 모양새다. 역사학에서 국가란 무엇인가.= 사실 역사학에서 국가는 별 의미가 없다. 역사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발생하는 의미 있는 일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국가'가 아니라 '시간'에 방점을 둔 것이다. 국가는 문명, 민족의 하부단위다. 사회 구성원의 안녕을 위한 시스템일 뿐인 것이다. 국가가 역사 서술의 주체가 된다? 시스템이 역사를 만든다? 말이 안 되는 것이다. 1만 년을 흘러갈 역사를 100년도 못 갈 정권이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시스템인 국가의 역할은 결국 사회 구성원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데 있다.
▶ '역사전쟁'이라고 표현한 충돌의 근간에는 무엇이 있다고 진단하나.= 결국 그 충돌도 민주화의 결과가 아닐까.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민주화 세력이 정치권력의 10분의 3, 4 정도를 차지했는데, 거기까지였다. 주류가 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한 상태에서 정권이 바뀌었으니 기득권층이 민주화의 성과를 파괴해 자신들의 특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북유럽이 보편적 복지를 실현할 수 있던 데는 1930년대부터 사회민주당이 뿌리내리고 장기집권했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이 된 셈이다. 프랑스나 독일처럼 애초에 보수층의 수준이 높다면 모를까, 우리가 또 다른 김대중이나 노무현을 기다리기만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결국 대안은 좋은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라, 우리의 역사인식을 성숙시켜 민주화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저는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제가 스스로의 생각을 갖고 성장한 시기는 김영삼정권때부터다. 제 입장에서 우리 역사는 성장만 해 온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정권을 겪으며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박근혜정권 들어 역사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아이들 잘 키울 수 있는 나라로도 제 의견은 충분히 표현된다고 본다. 상식의 위기, 평범한 삶의 위기를 느끼다보니 역사에 대한 관심과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현 정권은 역사의 민주화에 역행한다고 봐야겠다.= 사실 지금 역사학계는 학문의 민주화가 이미 이뤄진 상태다. 다른 학문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성과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그 자체로 내버려 두고,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학문적 성과가 시민들의 관심사와 부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국가가 학계의 성과와 자율성을 인정해 주고 시민들이 이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국가는 시민들에게 그러한 도움을 주려는 의지가 없다.
▶ 역사교과서가 검인정을 넘어 자유발행제로 가야 한다는 입장인데.
=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경쟁을 통해 무엇이 나은지 비교할 수 있을 테니까. 그 안에는 진보적인 주장도, 보수나 중도적인 주장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공론의 장에서 긍정적인 논란을 부르고 평가 받으면서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번 책을 쓰면서 스페인(자유발행제 시행)에서 10년간 공부하신 한 교수님께 자문을 구했는데, "자유발행제를 해도 아무 문제가 안 된다"고 하시더라. 입시를 위한 내용은 자유발행제 교과서에도 다 들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가 입시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시민의 소양을 길러 주는 방편으로서도 자유발행제는 중요하다. 다양한 견해를 두고 토론할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자유발행제로 갈 때 과정상 진통은 있겠지만, 충분히 옳고 그름이 판가름 나고 뉴라이트는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확정 고시한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규탄 긴급 결의대회'에서 한 대학생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 강행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노컷뉴스)
▶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졸속 협상"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위안부 문제를 누가 이슈화 시켰나. 시민사회가 해냈고, 여성학계와 역사학계가 뒷받침했다. 무엇보다 그 극복하기 힘든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피해 할머니들이 스스로 나서셨다. 그분들이 버티면서 만들어낸 역사인 것이다. 국가가 한 것이 아니다. 이 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은 국가 대 국가가 할 수 없는 것이다. 국가는 이 문제에 대해 시작도, 요구도 하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당사자에 대한 최소한의 의견 수렴도 없이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박정희정권 때와 똑같다.
위안부 문제는 어쩌면 해결하면 안 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일본 역사가 바뀔 수 있는 좋은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여성계가 위안부 문제에 뛰어든 데는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여성에 대한 권력의 만행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위안부 문제는 동아시아의 보편의제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전쟁 배상 말고 그 어떤 강대국도 자신들의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서양에서도 이뤄지지 않은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사례가 위안부 문제인 셈이다. 합의를 보려면 100년, 200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합의를 봐야만 하는 이유다.
▶ 이번 위안부 합의를 통해 한국 사회 권력층의 그릇된 역사인식이 단적으로 드러난 격이 됐다.
= 상식 이하다. 동아시아적인 역사인식이 없다. 안중근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이유는 한중일의 평화를 깼다는 것이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권력층은 이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지금과 같은 냉전의 구조로 가면 가장 피 보는 건 한국이다. 없던 긴장도 만들어지고 있지 않나.
지금 중국과 일본, 러시아는 사이가 좋다. 북한과도 최근 20년간 연평도 등을 제외하면 안정적이다. 이슬람과의 대립으로 얼룩진 유럽과 미국과 달리, 전지구적으로 동아시아만큼 안정적인 곳이 없는 것이다. 동아시아 역내 평화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정권은 한미 동맹이라는 냉전주의적인 세계관에 매몰돼 '죽은 자식 고추 잡는' 식으로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보이고 있다.
▶ 역사의 주체로서 민중을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내 삶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공동체성의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학원강사 일을 하면서 10대, 20대 학생들을 접할 때면 '고상한 개인주의'를 절감하게 된다. 상대가 "나 안할래"하면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려는 합의를 찾지 않으려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비극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