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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땜질식' 처방…벼랑으로 치닫는 누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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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예산, 여전히 1조 8천억원 가량이 부족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만 3~5세 영유아 보육사업인 누리과정이 지난해에 이어 2년째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국 3~5세 130만명의 영유아를 무상 보육하는데 필요한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은 어린이집 2조 1323억원과 유치원 1조 8916억원 등 총 4조 239억원에 이른다.

공립유치원은 원아 1인당 학비 6만원과 방과후 학비 5만원이 지급된다. 어린이집(국공립 및 민간)과 사립유치원은 원아 1인당 학비 22만원과 방과후 학비 7만원이 지급된다.

이 중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어린이집 예산이다.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우회 지원을 위한 목적예비비 3천억원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어린이집 예산 1조 8천억원 가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각 시도교육청의 입장이다.

시도교육청은 어린이집 예산 전액을 정부가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여기에 서울 등 일부 지방의회는 더 나아가 유치원 예산마저 전액 삭감했다.

삭감된 유치원 예산을 유보금으로 갖고 있다가 정부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주면 한꺼번에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 보육대란 언제 일어나나?

보육대란이 현실화할지 여부는 다음달 20일쯤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치원의 경우 보육료 결제가 이뤄지는 다음달 20일쯤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보육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유치원과 보육료 결제시스템이 달라 2월말까지가 마지노선이라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학부모들이 보육료 납부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누리과정은 법적으로 무상보육으로 규정돼 있어, 보육료를 개인에게 받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결국 보육료가 지급되지 않을 경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폐원사태도 벌어질 우려가 있다.

◇ 17개 시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 현황은?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의 내년도 예산 편성이 시도의회를 통과해 모두 확정됐다. 경기도 역시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도별 누리과정 예산 편성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광주·전남은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보육대란이 우려되는 이들 세 지역의 유치원생·어린이집 원생은 22.5%인 29만3천명에 이른다. 여기에 경기도까지 포함하면 64만7천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어린이집 예산 일부를 편성한 10개 시도 가운데 경남·제주 등 2곳은 2개월분만 편성했고 다른 곳은 6~9개월분 예산을 편성했다. 유치원 예산의 경우 대구·대전·부산 등 6개 시도가 6~8개월분을 편성했다.

◇ 지난해보다 상황이 어려운 시도교육청

지난해 말에도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간 갈등이 불거졌지만 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선에서 갈등이 봉합됐다.

올해 어린이집 소요 비용 1조7천억원 중 목적예비비로 5046억원이 지원됐고, 1조원 규모의 지방채가 발행됐다. 나머지 2천억원 가량은 시도에서 추가 지방세를 지원받아 해결했다.

교육부는 내년에 3조9천억원의 지방채를 시도교육청이 발행할 수 있도록 승인했지만 시도교육청은 이미 한계상황에 처해 더 이상은 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시도교육청이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발행한 지방채 규모는 2012년 2조 769억원에서 올해 10조 6188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 누리과정,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무상보육인 누리과정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만 5세만을 대상으로 도입됐다. 보육료지원 액수는 현재와 비슷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에 5세까지 보육 및 교육을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고, 현 정부는 2013년에 3~5세까지 확대했다.

교육부는 누리과정 대상을 확대하면서 2011년에 만들어진 '중기(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추정치'를 근거로 들었다.

당시 정부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규모가 2011년 35조 3천억원에서 2015년에는 14조1천억원이 늘어난 49조 4천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4조1천억원 늘어난 39조4천억원에 그쳤다. 무려 10조원이나 차이가 날 정도로 추계가 크게 빗나간 것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시도교육청이 떠안도록 해 그 부담이 크게 늘었다.

시도교육청은 내년도 교부금은 41조 3천억원 가량 되지만 이같은 규모로는 인건비 등 경상경비 상승분을 충당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 10월 누리과정예산을 아예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못막는 방향으로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가는 등 시도교육청을 옥죄고 있다.

의무지출경비는 중앙부처가 시도교육청 등에 예산을 교부할 때 강제 편성하도록 한 경비다.

하지만 교부금에 대한 예산 편성권은 교육감에게 있는 만큼 정부가 임의로 강제 편성할 수 없다는 것이 시도교육청의 입장이다.

◇ 팔짱만 끼고 있는 교육부…대화 요구에도 묵묵부답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장관,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누리과정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회의를 21일 열자고 제안했지만, 정부·여당 측의 참석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전국 교육감들은 23일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장휘국 광주교육감)는 이날 서울시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책임 있는 답변을 듣고 근본적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 위해 공문으로 면담을 신청했다"며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이날 공동회견에는 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을 비롯해 서울(조희연), 강원(민병희), 인천(이청연), 전남(장만채) 교육감이 참석했다.

협의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여당이 땜질식 처방에 급급하고 있다며 '누리과정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의 의무지출경비로 편성하고, 중앙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비율을 내국세 총액의 20.27%에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27% 및 국세분 교육세 전액을 재원으로 한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매년 사용하지 못하고 이월·불용 처리하는 예산이 연간 약 4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교육청 예산운용을 개선하면 누리과정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는 회계기간이 3월~이듬해 2월까지로 행정기관(1~12월)과 다를 뿐더러, 불용액이라도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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