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10여분 차이로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20대 총선 서울 서초갑 지역구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시작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김회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서초갑의 공천장을 놓고 두 사람의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가 시작된 것.
조 전 수석은 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한 친박(친박근혜)이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은 서초갑에서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원조 친박(원박)’이었지만 19대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친박계와 거리를 두게 됐으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의원 쪽에 더 가까이 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찌감치 서초갑에서 세 번째 국회의원을 준비하던 이 전 최고위원에게 조 전 수석이 도전장을 던진 형국으로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자료사진)
조 전 수석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976년 구반포로 이사 온 이래 서초는 지금까지 저를 키워주시고, 저의 성장을 지켜봐주신 곳”이라며 “서초는 저 조윤선의 뿌리 그 자체이며 저 조윤선은 명실상부한 서초의 딸”이라고 지역 연고를 강조했다.
또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으로서 정권 출범을 위한 준비과정을 함께 했고, 박근혜 정부 첫 내각의 장관으로, 또한 대통령 정무수석으로 국정의 중심에서 소임을 다했다”면서 “당정청을 두루 거치며 한 정권의 탄생과 성장을 함께 했다”며 정통 ‘친박’임을 자부했다.
그러면서 “이제 제가 해야 할 일은 국민들께서 박근혜정부에 맡긴 책무를 완수해 사랑받는 정부로 기억되도록 헌신하고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견고히 닦을 수 있도록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라며 “저를 키워주신 내 고향 서초에서 더 낮은 자세로 주민을 섬기며 새로운 정치의 길을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혜훈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자료사진)
10여분 뒤에는 조 전 수석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이 전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넘겨 받았다.
두 사람은 무대에서 내려오고 올라가는 동안 짧게 마주치며 악수를 교환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서초가 지금의 이혜훈을 키웠다”면서 “이혜훈만큼 서초를 사랑하고 서초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손바닥 보듯이 훤히 알고 있다”며 지역성을 강조했다.
또 “서초는 가장 앞장서 새누리당을 지지해주고 대한민국을 이끌어주셨다. 이제 서초도 다선 중진을 가질 권리가 있다”며 “당선 다음 날 부터 서초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 연습 없이, 혼란 없이, 낭비 없이 일할 수 있다"고 처음 출마하는 조 전 수석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은 “여당이라고 무조건 정부 편들지 않았고 진정한 보수 세력의 사명인 경제민주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께도 할 말을 했다”면서 “그것이 결국은 진정으로 대통령을 위한 길이라면 저 개인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다”고 현재 친박을 정조준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은 5분 간격으로 잇따라 당사 기자실을 찾아 취재진들에게 인사를 하는 등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