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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5월, 현대기아차는 자사의 디젤 SUV 차량 12개 차종, 87만대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리콜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차량들이 에어컨 등을 작동할 때 배출가스인 질소산화물(NOx)을 과도하게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는 인증 조건에 에어컨 가동 등의 관련 기준이 없어, 현대기아차에 리콜 의무가 부과되지는 않았다. 대신 환경부 권고에 따라 자발적으로 리콜을 실시했다.
그런데 환경부에 따르면, 자발적 리콜 결정으로부터 4년이 지난 10월 현재, 결함 시정을 받은 차량은 전체 리콜 대상 차량의 61.7%에 불과했다. 리콜 대상 차량 3대 중 1대 이상, 87만대 중 33만대가 여전히 질소산화물 과다 배출 상태로 운행 중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리콜률은 80%가 넘지만, 2011년에 실시한 배출가스 저감에 관한 리콜은 유독 호응이 적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발적 리콜이라고 성의없이 하지는 않았고, 몇 번이나 연락을 했지만 리콜을 받지 않은 고객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사실 배출가스 장치 관련 결함 시정은 배출가스 저감으로 인한 대기질 개선 효과는 있지만, 개별 차량의 주행 성능이나 안전 문제와는 큰 관련이 없어 차량 소유주가 시간을 내서 결함시정을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배출가스 저감장치(EGR) 가동률을 정상치로 올리는 경우, 그만큼의 출력이 저감장치 작동을 위해 더 들어가게 되고, 이것은 결국 출력이나 연비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이번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건도 2011년 현대차 리콜처럼 결함 시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EA189 엔진을 장착한 국내 폭스바겐 차량 12만5천여대에 대해 전량 리콜을 명령한 환경부도 리콜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환경부 홍동곤 교통환경과장은 "리콜률이 떨어지는 문제를 개선을 하기 위해, 리콜을 마친 차량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폭스바겐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차량 뒷면에 부착될 스티커는 홀로그램 형태로 한 번 붙이면 다른 곳에 다시 붙일 수 없도록 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동아일보와 자동차커뮤니티인 ‘보배드림’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리콜 대상이 된 아우디·폭스바겐 차량 소유주 121명 가운데 96명(79%)이 “리콜을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리콜을 기피한 응답자의 86.5%가 '성능과 연비 저하 우려'를 이유로 꼽은 것으로 전해진다.
많은 폭스바겐 차량 소유주들이 결함 시정을 받을 경우, 연비나 성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어, 이번 폭스바겐 리콜이 2011년 현대기아차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폭스바겐코리아에 배출가스 개선 방안과 리콜 전후의 연비변화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포함한 리콜 계획서를 내년 1월 6일 이전까지 제출하도록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