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11일 오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 사태와 관련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정부에 노동관련법 개정을 유보하고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자진 퇴거 다음날인 11일 조계사 불교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야당과 노동계, 정부와 청년세대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마당을 열자"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말문을 연 도법스님은 "노동 문제는 미래 노동자인 청년들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뜨거운 화두"라며 "희망이 되는 노동의 길을 열어가는데 화쟁위는 물론 타 종교계와 재계 등이 폭넓게 참여하자"고 촉구했다.
노동법 개정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운동 경기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공정한 규칙과 심판이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만 격렬하게 필드에서 뛰고 있다는 것.
도법스님은 "정부와 의회가 심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정부조차 선수가 돼 뛰고 있다"며 "종교계가 중심을 잡고 선수들을 만나게 하고 합의를 도출해 희망이 될 수 있는 노동의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화쟁위 측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노총, 야당 등에서 동의를 얻었으며, 가톨릭 등 기타 종교계에 대해서는 참여 의사를 확인중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으로부터는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도법 스님은 "정부가 화쟁위를 마치 민주노총과 같은 편으로 규정한 것 같다"며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는 노동길을 위해서는 각계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처님도 살인마를 제자로···종교가 고통 떠나면 설 자리 없어"치외법권 논란과 관련해서는 "똑같은 일이 발생해도 같은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도법 스님은 "부처님도 살인마를 당신의 제자로 받아들이고 공동체 식구로 품어안았다"며 "불가피한 인연이 또 주어지면 이 길을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교가 고통의 문제를 떠나면 설 자리가 없다"는 도법 스님은 "싸움의 불길이 크게 타오르면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약자와 가난한 사람인 만큼 이들이 고통받지 않고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도록 풀어내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평화롭게 진행된 2차 민중총궐기에 이어, 19일로 예정된 3차 집회도 평화롭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양쪽 모두 견고한 상황에서 역량이 부족해 모두를 만족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소회를 밝힌 도법 스님은 "최상의 판결보다 최악의 합의가 낫다는 말처럼 앞으로 관계를 회복하는 길을 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한 위원장 자진 퇴거 이후에도 노동법과 관련해 중재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화쟁위원회의 약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화쟁위 측은 기타 종교계에 참여 의사를 확인한 뒤 정부 여당에 구체적인 대화 방법 등을 제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