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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파이터' 남예현 "함서희처럼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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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는 26일 로드FC 중국 대회서 프로 데뷔전

여고생 파이터 남예현. 사진=로드FC 제공

 

'여고생 파이터' 남예현(17·천무관·인천 백석고 2학년)은 오는 26일 중국 상하이 동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FC 27 인 차이나' 대회 여성부 스트로급(52kg 이하)에서 얜 시아오난(26·중국)을 상대로 종합격투기 프로 데뷔전을 갖는다.

남예현은 2년 전인 고교 1학년 때 종합격투기에 입문, 지난 3월 로드FC의 아마추어 리그인 '로드FC 센트럴리그'에서 길민정에 1라운드 암바승을 거둔 게 경력의 전부다. 반면 시아오난은 7전6승1패의 종합격투기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중국 무에타이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실력과 경험 면에서 밀리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서 더 이를 악문다. 남예현은 "상대선수 경기 동영상을 봤는데 타격이 엄청 셌다. 처음에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럴수록 더 지기 싫더라. 제가 준비한 건 케이지 위에서 모두 보여주고 싶다. 화끈한 시합을 기대해도 좋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18일 중국 북경에서 있었던 '로드FC 27 인 차이나' 대회 기자회견 당시 일화도 들려줬다. 남예현은 "시아오난과 마주 서서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인사하려는 찰나, 상대가 고개를 홱 돌려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더 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믿을 건 오직 훈련 뿐이다. 남예현은 요즘 아버지 남기석 씨가 관장으로 있는 인천 천무관에서 매일 강훈련을 소화한다. 체육관에 여자선수가 없는 탓에 로드FC 밴텀급 파이터 최무송(20) 등 힘이 센 남자선수들과 스파링을 한다. 낮 12시 30분에 시작한 훈련은 밤 11시 30분에야 끝난다. 귀가 후 밴드운동과 스트레칭까지 하고 나면 새벽 1시가 훌쩍 넘는다. 남예현은 "몸은 피곤하지만 배려해주는 주변사람들 덕분에 견딜 만하다"고 웃었다.

다만 체중 감량은 고역이다. "제가 먹는 걸 엄청 좋아해서요. 시합 끝나면 고기랑 면이랑 과자랑 빵이랑 실컷 먹을 거예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팬이라는 17세 소녀는 수줍게 웃었다.

중국에서 프로 데뷔전을 갖게 된 만큼 마인드 컨트롤에도 신경을 쓴다. 남예현은 두 가지 생각을 머릿속으로 되뇐다고 했다. "제가 긴장하면 상대도 똑같이 긴장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긴장이 조금 풀려요. '원정경기이니까 져도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면 긴장이 덜 되는 것도 있고요."

닮고 싶은 선수로는 여성 파이터 함서희와 김지연을 꼽았다. 남예현은 "함서희가 지난해 UFC 데뷔전에서 자신보다 10cm 큰 조앤 캘더우드와 싸울 때 '강한 상대와 붙는 게 더 좋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런 배짱이 멋있다. 김지연은 복싱 동양챔피언 출신이라 쭉쭉 뻗는 타격이 일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시아오난(166cm)보다 9cm 작은데, 지난 기자회견 때 굽있는 구두를 신어서 사진으로 봤을 땐 꿀리지 않았다"고 웃었다.

◈ 가족은 나의 힘

천무관에서 훈련 중인 남예현 선수. 사진=문수경 기자

 

가족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그중 아버지는 남예현을 종합격투기로 이끈 스승이다.

남예현은 6살 때부터 아버지가 운영하는 실전격술도 체육관에 드나들면서 어깨 너머로 운동을 배웠다. 중학교 1학년 때는 교내 태권도부에 들어갔다. 중3 때 발목인대 부상으로 태권도를 그만두고 심적으로 힘들 때 그에게 종합격투기를 권유한 사람이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하셨어요. '부상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제 마음을 잘 잡아주셨어요. 덕분에 종합격투기 선수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죠."

남예현은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했다. "훈련할 때는 엄청 무서워요. 딸이라고 봐주는 건 없어요. 오히려 더 엄격해요. 채찍질이 있어서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도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 같아요. 평소 '자만하지 마라', '시합에만 집중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그런 가르침이 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고 생각해요."

어머니 김현주 씨 역시 최고 후원자 중 한 명이다. 남예현은 "(저희 엄마는) 다른 엄마들이랑 다르다. 상처 난 얼굴로 집에 가면 안쓰러워 하면서도 '네가 맞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신다"고 웃었다.

김현주 씨는 "얼굴에 상처가 안 나기 위해서라도 훈련을 더 열심히 하면 좋겠다"면서도 "대회 당일 떨려서 생중계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승패보다는 부상 없이 후회없는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1분 늦게 태어난 쌍둥이 동생 수현이도 응원을 많이 해준다. 남예현은 "이번에 시합 나간다니까 '너 지면 안 된다'고 반 협박조로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수현이가 제 걱정을 제일 많이 해준다"고 고마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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