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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인 유전자에 녹아있는 '공동체 의식'…푸드밸리의 산학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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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기획특집 ④] 허울뿐인 농공단지, 특성화가 활로다

우리나라 농공단지는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도농 간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농어촌의 일자리 창출과 농외소득원 개발을 목적으로 1984년부터 조성됐다. 그러나 농공단지 정책을 시행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국의 많은 농공단지는 지역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은 커녕 밤만 되면 우범지대가 되는 애물단지가 전락했다.

전남CBS는 농공단지 출범 30년을 맞아 국내 농공단지들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농공단지가 농어촌의 소득원으로 다시 활력을 찾는 방안은 없는지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특히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등 해외의 모범사례를 통해 어떻게 하면 농공단지를 효자단지로 만들 수 있을지 그 해법을 10회에 걸쳐 찾아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왜 서자 취급하는가!" 허울뿐인 농공단지 30년
② "공해배출·지역에 부담만 주고…" 애물단지된 농공단지
③ 식품농업의 실리콘밸리…네덜란드 '푸드밸리'의 신화
④ 네덜란드인 유전자에 녹아있는 '공동체 의식'…푸드밸리의 산학협력

전세계 식품농업 클러스터의 대명사 네덜란드 푸드밸리.

푸드밸리에서는 이웃으로 살면서, 또는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서, 친목모임에서 만나서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식품분야의 기초과학에 있어서는 유니레버나 하인즈 등 대기업들이 공동 투자해 정보를 공유한다.

푸드밸리지구 버나드 캠퍼린크 해외투자 디랙터는 "한국이나 일본 등의 기업들은 자체 연구소를 두고 기술을 잘 공유하지 않는다. 하지만 푸드밸리는 기초 분야 연구에 있어 경쟁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 예를 들면 프리슬레 캄피나나 네슬레, 유니레버, DSM등 대기업들은 경쟁관계에 있지만, 기초분야 연구에 대해 공동 출자해 이 지역 연구소에서 함께 연구한다. 기초 분야 연구는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추후 생산품은 서로 다르더라도 핵심적인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함께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와헤닝언UR연구센터(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 와헤닝언UR

1876년 설립된 와헤닝언대학은 농식품분야 세계 1위, 세계대학순위 70위 대학이다. 네덜란드 최고 대학으로 네덜란드 학생 선호도 1위를 자랑한다.

이 대학은 특히 지난 1997년 '생명과 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푸드밸리 설립을 주도했고, 현재도 푸드밸리의 심장부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대학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네덜란드 농업연구청(DLO)과 농업 관련 고등기관들과 통합해 지난 1998년 '와헤닝언UR'이라는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와헤닝언 UR 쿠프만스(S.J Koopmans) 박사는 "와헤닝언UR의 크게 두가지 파트로 나뉘어진다. 한쪽은 와헤닝언 대학 파트다. 이곳은 농업분야 기초과학을 연구한다. 농업과 식품 과학, 수의학, 환경공학, 식물학, 사회학 등이다. 다른 한쪽은 응용과학을 연구하는 파트입니다. DLO라고 불리는데, 이파트는 기초과학은 연구하지 않고, 외부 기업 등에서 연구 수주를 받아 프로젝트 연구를 진행한다. 여기에서는 식품과 바이오기반 연구, 기생충과 박테리아 연구, 알터라 연구, 국제 식물 연구, 농업경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두 파트는 분야별로 서로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일하는 DLO의 기생충과 박테리아 연구 분야는 대학 파트의 수의학 분야와 흡사해서 서로 협력한다"고 말했다.

와헤닝언대학과 농업연구청(DLO) 등은 와헤닝언UR내에서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그러나 같은 연구시설을 사용고 연구실적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면서 밀접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래식당 내 계산대. 바닥에 체중계가 설치돼 식당 이용객의 식사 전후의 체중변화를 관찰한다(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와헤닝언UR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어떤 연구센터 이상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외부 용역을 통한 연구실적의 연간 매출액이 지난 2013년 기준 6억 5천7백만€, 우리 돈으로 8천억 원이 넘는다.

고용인원은 대학쪽이 2천6백여명, DLO 쪽이 2천5백여 명으로 전체 5천1백여 명에 이른다.

네덜란드 내 30여 곳에 연구소 등 부속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브라질과 칠레, 중국, 아프리카, 중동 등에 각각 사무소를 두고 있다.

전체 9천1백여 명의 학생 가운데 21% 가량이 외국 학생들로, 이들의 출신 국가는 113개에 달한다.

이 같은 와헤닝언 UR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같지만, 사실상 독립적인 형태로 운영된다.

와헤닝언 UR 쿠프만스 박사는 "기업에서 우리 DLO에게 연구 수주를 하지 않으면 DLO는 망한다. 정부가 우리를 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구 용역을 꾸준히 수주해야 한다. 그러나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많은 이윤을 남기려고 하지 않는다. 설비를 와헤닝언 대학과 함께 공유하기 때문에 DLO를 운영하는데는 큰 돈이 들지 않고,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네덜란드 경제와 사회적 이익을 우선으로 두기 때문에 많은 이윤을 추구하기 보다는 농업 연구 발전에 목적을 두고 일하고 있다. 프랑스에도 우리와 같이 기업들의 연구를 수주해 운영하는 '이메라'라는 연구소가 있다. 그러나 이메라는 정부에서 월급을 주기 때문에 연구 수주를 하지 않아도 월급이 나온다. 우리 DLO와는 좀 다르다"고 말했다.

와헤닝언대학 내에 있는 'FUTURUM'(미래식당) (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와헤닝언UR의 눈에 띄는 시설 가운데에는 'FUTURUM'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다. 우리말로 미래 식당이 있다. 이 시설은 겉보기에는 대학내 조그만 구내식당 같은 곳이지만, 사실은 연구소와 같은 곳이다.

식품업체의 요구에 따라 신개념의 식품과 신제품, 시설 등을 식당내에 실제 배치해 소비자의 반응을 관찰한다.

푸드벨리지구 아놀드 리링 홍보이사는 "이 곳 미래식당은 연구시설로써 하루에 약 4백여 명의 대학 구성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의 동의아래 그들이 식당 안에서 하는 모든 행동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이들의 이동 동선이 어떤지, 어떤 음식을 고르는지, 음식을 먹을 때 표정의 변화나 체온의 변화, 체중의 변화 등 이용자들이 식당안에서 하는 모든 활동들을 모니터하고 자료화한다. 또 식당 조명이나 테이블, 음악, 공기 등 을 바꿔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기도 한다. 그 이유는 키코맘과 하인즈 등의 식품기업들이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미리 연구하기 위해 이곳에 의뢰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푸드밸리 내 NIZO 연구소(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 NIZO 연구소

푸드밸리에 있는 수많은 식품 연구소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연구소가 니조(NIZO) 연구소다. 니조연구소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완전히 독립된 연구기관으로 푸드밸리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곳이다.

니조 연구소는 네덜란드 낙농업체들이 식품 안전성과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1948년에 공동으로 설립했다.

본사와 연구 개발 시설은 푸드밸리에 있지만, 전 세계 곳곳과 연계해 운영되고 있다. 니조의 직원은 125명으로 이들은 대부분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대학 졸업 이후 채용된 이들도 있고, 다른 낙농업계 기업에서 스타우트된 이들도 있다.

NIZO연구소 애드 줄리앙 대표(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니조 연구소 애드 줄리앙 대표는 "니조 연구소의 설립 초창기에는 네덜란드 낙농업계 관련 연구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외 식품 산업의 변화 요구에 발맞춰 국제적인 연구소로 거듭나게 됐다. 2009년에 이르러서는 경영권 인수를 통해 저를 위시한 현 이사회가 소유한 완전한 독립된 식품 계약 연구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니조 연구소는 1990년대 초부터 케찹과 커피, 유아식과 임상식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식품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응용해 왔다. 니조에서 하고 있는 모든 작업이 박테리아와 단백질 가공과 관련된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니조 연구소의 전문가들은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외에도 전 세계의 공장들을 방문해 제품가공과 원가절감, 안전 유지 및 품질 개선에 대해 조언하는 컨설턴트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니조 연구소는 또 식품 생산용 실험공장을 갖추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대중에게 개방된 식품 실험 공장 가운데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다.

NIZO연구소 내 식품 생산용 실험공장(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니조 연구소 애드 줄리앙 대표는 "니조 연구소는 설립 이후 줄곳 식품산업 분야에서 활동해 왔고, 현재의 성공과 명성의 비결은 바로 고객의 지적 재산권을 지키고 비밀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고객을 위해 우리가 해온 프로젝트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니조는 이제껏 우리의 고객에게 안겨 준 수많은 훌륭한 혁신을 홍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면도 있다. 하지만 몇가지 밝힐 수 있는 사례가 있는데, 니조 연구소는 Gouda(고다) 치즈의 안전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작업에 핵심 멤버로 참여했고, 고다 치즈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난으로 어려운 시기에 네덜란드가 주요 치즈 수출국을 발돋음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또한 현재 유럽 전역에 팔리고 있는 리어다마 치즈와 같은 새로운 치즈의 개발에도 관여했다"고 말했다.

푸드밸리내 TNO연구소(사진=전남CBS 박형주 기자)

 

◇ TNO 연구소

푸드밸리에서 NIZO 연구소 못지않게 주목받는 식품연구소가 TNO 연구소다.

푸드밸리에서 와헤닝언UR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의 연구소로, 5천여 명의 연구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약 30년 전 네덜란드 정부가 세운 연구기관으로 식품 관련 중소기업들의 기술 혁신을 돕고 있다.

TNO 연구소 로랄드 비셔스(Ronald W. Visshers) 식품 영양 분야 수석 고문은 "약 30년 전세계적으로 굉장한 경제위기가 있었다. 당시 네덜란드 정부는 ‘투자가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방안’이라고 여겼다. 따라서 기업들이 투자하고 창업할 수 있도록 정부 자금과 기술 지원을 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통해 고용을 증진하고 창업을 장려함으로써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것이다. TNO는 당시 그러한 정부 정책의 방향에 따라 식품 관련 창업 기업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자 설립됐다. 당시 정부는 TNO에 2가지 과제를 줬는데, 하나는 창업 기업이 세계적인 기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고용과 같은 사회적인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TNO는 그러나 당시에는 운영 자금의 90% 상당을 정부가 지원했지만, 현재는 정부 지원이 30% 정도로 줄었다.

특정 기관이나 기업에 예산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규제하는 유럽연합(EU) 차원의 최근 규정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TNO는 현재 나머지 70% 운영비는 산업기관들과의 협력이나 개인투자자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벌어들이고 있다.

TNO 연구소 로랄드 비셔스 수석 고문은 "TNO는 현재 거시적인 분야로 연구 영역을 보다 확대하고 있다. 사람들이 점차 농촌보다는 도시로 몰려듬에 따라 도시에서 어떻게 건강한 삶을 살 것인가라든지,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개발, 고령화에 따른 건강 증진, 수명 연장 등이 바로 그것이다"고 말했다.

TNO 연구소는 세계적인 시장 수요에 대응한 연구를 하고, 그 결과물인 자체 개발 기술을 전세계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식품안전성의 문제와 건강증진, 식품업체의 창업을 위한 등록에서 기술까지 전 분야에 걸친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한다.

또 정부가 요구하는 각종 식품정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식품개발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정부를 대상으로 식품정책과 기술컨설팅, 정보제공, 안전성, 건강, 창업등록 등 전분야에 걸쳐 컨설팅과 연구를 진행하는 종합 식품 연구소인 셈이다.

TNO 피터 반 디켄(Peter Van Dijken) 식품영양건강 분야 상무이사는 "TNO에는 중소기업이나 창업자를 지원하는 전담부서가 있다. 거기에는 이에 대한 오랜 노하우를 가진 경험자들이 많이 있다. 일종에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부서다. 가령 어떤 창업기업이 해조류에서 새로운 단백질을 추출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하면 그 부서는 관련 정보나 기술을 제공하는 한편 수익성 분석 등 사업 계획까지 컨설팅해준다.
또 그 사업이 미래 비전이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TNO에서 투자 형식으로 초기 사업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TNO연구소 로랄드 비셔스 수석 고문(右)과 피터 반 디켄 식품영양건강분야 상무이사(사진=전남CBS 정정섭 아나운서)

 

◇ 푸드밸리의 성공 요인, 정보 공유와 상호 협력

사실 이들 와헤닝언 UR이나 NIZO연구소, TNO연구소는 모두 식품농업분야를 연구하는 경쟁기관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때로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푸드밸리 공동체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한다. 네덜란드인들의 공유와 협력 정신이 푸드밸리에도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다.

TNO 롤란드 비셔스 식품영양 수석 고문은 "네덜란드는 세계 최대 농업 수출국이다. 이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네덜란드에는 이를 위해 기업체와 대학, TNO와 같은 연구기관, 정부, 소비자 등 사회 구성원들의 다자간 협력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다자간 협력은 네덜란드인의 유전자 안에 녹아있다. 구성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기존의 것을 혁신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궁극적인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풍차이고,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 회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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