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바이오사업을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선정하고 지난 5년간 2조3천억을 투자하면서 국내 신약산업이 구미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눈부신 외형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송도1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2020년까지 1조8천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등 전자와 반도체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진 삼성그룹은 지난 2010년대초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 것으로 판단, 바이오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 바이오산업의 토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잘나가는데 굳이 바이오산업으로 눈길을 돌린 건 궂은 날에 대비한 선제적 투자이자 미래대비책의 성격이 짙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지분 51%)을 대주주로 2011년 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고 이듬해 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의 지분 90%보유)의 자회사로 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해 회사의 외형을 갖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내부.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 삼성 바이오 쌍두마차 2016년부터 사업 본궤도두 회사는 삼성그룹 바이오산업의 쌍두마차이다. 바이오로직스는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nation·계약제조회사)가 주력으로 다국적 제약사들로부터 물량을 수주해 신약 등 의약품제조를 대행하는 회사이고, 바이오에피스는 난치병이나 불치병을 다스릴 수 있는 신약의 복제약을 제조해 판매하는 바이오시밀러 회사다.
두 회사의 연구소와 제조공장은 모두 인천 송도에 있다. 바이오로직스는 1,2공장을 건립해 1공장에서는 이미 제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3공장은 연말에 착공할 예정이다. 생산능력은 송도1공장 3만 ℓ, 송도 2공장 15만 ℓ, 송도 3공장 15만 ℓ로 3개 공장이 모두 가동에 들어가는 2020년에는 CMO분야에서 세계 수위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이 분야의 세계 선두기업들은 스위스의 론자로 20년전부터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해왔고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 바이오사업부도 CMO사업에 특화돼 두 회사가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해당분야 1등 기업군이 많지 않은 만큼 향후 수익성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4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 회사들이 그동안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지 않았었고, 시장이 개화하기 전 삼성이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제조전문업체와 협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CMO제3공장은 연말 착공하더라도 완공과 까다로운 품질보증절차 등을 감안할 때 제품생산이 이뤄지기까지는 최소 5년이 걸린다.
◇ 바이오에 5년간 2조 3천억원 투자삼성그룹이 지난 5년동안 두 회사 설립과 공장건설, 연구개발에 쏟아부은 돈만 2조3천억원이나 되고 3공장 건립비용까지 감안하면 3조원이 훌쩍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가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의 외형을 갖추는 시기였다면 올해부터는 성과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어서 2015년을 거치면서 점차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삼성은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부터 수백억원의 매출을 내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제1공장에서만 1천억원대의 매출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내년부터 제2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매출규모가 급증하게된다.
바이오로직스보다 출발이 늦은 바이오에피스는 내년초 첫 수확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바이오에피스가 진행중인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제조사업은 총 5가지다. SB2, SB3, SB4, SB5, SB8 등으로 이 가운데 진행상황이 가장 빠른 품목이 SB4인데 삼성의 복제약 1호인 셈이다. SB4 일명 베네팔리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의 복제약으로 20일 유럽의약청이 이 약의 승인을 유럽위원회에 권고한 상태여서 승인이 확실시된다. 내년이면 본격 시판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류마티스관절염과 건선 등 자가면역질환치료제 2개를 더 개발중인데 SB2는 국내와 유럽에 허가신청된 상태이며, SB5는 3상 결과가 나왔다.
다음으로 유방암 치료제인 SB3도 3상이 진행중이고 비도세포암과 대장암 치료제인 SB8은 1상이 진행중인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공장 내부.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 바이오시밀러 1호인 'SB4' 내년초 시판
제약사가 의약품 개발에 성공하면 임상실험을 진행하게 되는데 1상은 건강한 사람을 상대로 투약해 몸속의 흡수상태나 잔류여부를 검사하는 과정이고 2상은 약효를 검사해 얼마의 양이 필요한지를 가늠하는 단계, 3상은 부작용과 안정성 측면의 검사를 의미한다.
통상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신약마다 용량과 투약주기는 정해져 있어 2상은 건너뛴다고 한다.
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SB4가 시판되는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기 시작하고 오는 2020년까지 약 1조원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바이오산업은 영업이익률이 신약은 50%, 바이오시밀러는 40%안팎으로 고부가가치산업이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입지를 굳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개 약품을 개발해 상품화하기까지 꼬박 7~10년이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한순간 가시화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의학이 발달하고 소득수준이 증가하면서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고가의약품 지급여력이 커져 향후 바이오산업의 전망은 매우 밝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바이오 수익률 40~50%, 세계시장규모도 급성장 전망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2000년대초 사업이 태동하기 시작했고 세계 시장규모는 2020년 230억달러(한화 24~25조원)로 규모가 작지 않고 향후 전망이 더 밝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금까지는 그룹내부 자금으로 바이오사업 투자재원을 충당했지만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내년에는 미국 나스닥시장에 우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장해 국제투자자금을 조달해 사업규모를 더욱 확대시킬 예정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에피스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고 그 시점은 내년 상반기중이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