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방송 3주(6회) 만에 평균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마지막회(16회)에서 각각 평균 시청률 7.6%, 11.9%를 보인 전작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의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신원호 PD는 첫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 잘 될리 없다'고 했지만 '폭망'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엮어낸 쌍팔년도 배경의 가족극 '응팔'이 다양한 연령대 시청자의 공감을 사는 데는 탄탄한 캐릭터의 공이 크다. '응팔'의 등장인물은 모두 주변에 한 명쯤 있었을 법한 친근한 캐릭터다. 잘난 구석은 없지만 모나지 않고 어딘가 정이 간다.
등장인물이 빚어내는 현실적인 갈등구조도 '응팔'이 자극적인 소재 없이 선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동일이네 두 자매 성보라(류혜영 분)와 성덕선(혜리 분)이 허구한날 으르렁대는 모습은 두세 살 터울 자매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하다. 똑똑한 언니한테 치이고 막내 남동생 성노을(최성원 분)한테 밀리는 '둘째딸' 덕선이의 서러움은 둘째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응팔'의 최고 미덕은 모든 등장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쌍문여고 2학년 덕선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렇다고 다른 인물들이 들러리로 머무는 건 아니다. 쌍문동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다섯 가족과 덕선이를 비롯한 골목친구 5인방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없는 살림에도 남 도와주기를 멈추지 않는 동일(성동일 분), 졸부 3년 차지만 씀씀이는 지하셋방을 못 벗어나는 성균(김성균 분), 손 많이 가는 삼부자를 곁에서 챙겨주고 싶어 하는 미란(라미란 분), 자식을 위해서라면 체면도, 자존심도 버리는 일화(이일화 분),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친정어머니에게는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선영(김선영 분). 그리고 오덕후 기질이 다분한 6수생 김정봉(안재홍 분)과 드세 보이지만 알고 보면 여린 운동권 여대생 성보라까지.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은 나 자신임에도 드라마에서 주인공 외 인물들의 사연과 감정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응팔'은 어느 한 명의 이야기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모두의 인생이 소중하다'는 말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