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왼쪽)과 박근혜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주요 20개국(G20) 및 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등 외교 순방을 마치고 23일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이르면 이날중으로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빈소를 찾아 조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26일 국회의사당에서 거행되는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도 직접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 순방 마지막 날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현지에서 보고받은 박 대통령은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타계에 최고의 예를 갖춰 애도를 표하고 있지만 그동안 두 사람의 껄끄럽기만 했다.
YS는 퇴임 뒤인 1999년 정부의 ‘박정희 기념사업’ 지원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민주 헌정을 중단시킨 박정희씨를 찬양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을 자극하게 됐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근혜 부총재는 “자신이 하면 옳다고 주장하고 남이 하는 것은 부정하는, 반사회적 성격의 인물이 다시는 정치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YS를 힐난했다. 그는 탈당 시사 등 강경 대응으로, 당 총재의 ‘YS 비판’ 공조까지 얻어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 22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 한아세안 정상회담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YS는 2007년 대선 경선 국면에서도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하면서, 박 대통령과의 소원한 관계를 드러낸 바 있다. 이어 상도동계 중진이던 김덕룡 의원을 비롯한 YS 측근들의 ‘MB 지지’가 줄이으면서 박근혜 당시 경선후보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012년 김문수 당시 대선 경선후보를 격려하면서도 YS는 “아주 칠푼이다. 별 것 아닐 것”이라고 박 대통령을 폄하했다. 당시 “사실상 유신의 제2인자였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에는 결격사유가 있다”는 발언도 했다. 뿐만 아니라 ‘독재자의 딸’이란 비판도 사석에서 자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사적으로 두 사람의 대립은 필연적이다. YS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YS는 정권으로부터 초산테러를 당하거나, 국회의원직을 제명당하는 등 폭압에 시달렸다.
반면 박 대통령은 3년전 대선 후보시절 “5·16은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것”, “인혁당 판결은 (재심으로 바로잡힌 게 아니라) 두 가지” 등 선언으로 박정희정권을 꾸준히 옹호했다. 최근에는 이승만·박정희 독재에 비판적 기술이 담긴 검·인정 한국사 교과서들을 국정화하는 일도 추진 중이다.
양자간 대립은 대를 이어 지속되는 양상이다. 2012년 YS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새누리당에 공천 신청을 했다 탈락했다. 당시는 박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장악하고 있던 때다.
이때 YS도 격노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당사자 현철씨는 “선대로부터 내려온 무자비한 정치 보복”이라고 박 대통령을 맹비난하면서 탈당했다. 뿐만 아니라 8개월 뒤 치러진 대선 때는 야당의 문재인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등 박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분명히 세웠다.
현철씨는 최근까지도 SNS를 통해 “조선총독부 철거를 반대하고 5·16을 혁명이라고 떠드는 세력들이 바로 교과서 국정화의 주역들”, “집권당 원내대표를 마음대로 자르고…정치 개혁은커녕 계속 유신하고 있네” 등의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