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차명주식 논란’이 있는 신세계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치고 수 천 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할 방침이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이명희 회장 소유인 1천억원대 주식을 임직원 명의 등 차명으로 보유해 온 사실이 드러나
(8월 10일자 CBS 단독보도 “국세청, 이마트 차명 주식 '무더기'발견”)해당 주식을 실명전환한 바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추징액은 2천억원대 규모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의 규모에 비하면 2천억원대의 추징액은 상당한 액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4천억원 이상을, SK텔레콤도 지난 2011년 1천억원이 넘는 액수를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지난 5월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1천억원 대의 차명주식을 발견한 뒤, 신세계건설 등 전 계열사로 세무조사를 확대하고 기간도 한 차례 연장하는 등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여 왔다.
(8월 26일자 CBS 단독보도 “국세청,이마트 이어 신세계건설로 세무 조사 '확대'”)
국세청 조사 결과, 신세계 측은 그동안 조직적으로 차명 주식을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문제가 된 '차명주식'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가 있는지 여부를 놓고 고심했지만, 결국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리고 이명희 회장에게 증여세 60~70억만 부과하기로 했다.
차명주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포탈 혐의가 문제될 수 있는데, 국세청은 주식을 사고 팔 경우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의 경우, 해당 차명주식이 거래된 적이 없어 양도소득세 포탈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CJ그룹과 삼성그룹은 차명주식이 거래된 점이 문제돼 조세포탈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한 국세청은 주식 배당 소득에 매기는 종합소득세의 경우, 차명 명의자였던 임원들은 실소유주인 이명희 회장과 동일한 종합과세 세율로 세금을 납부했기 때문에, 이명희 회장에게 세금을 적게 내려는 조세포탈의 고의가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임원들 명의로 대신 납부해온 세금은 국가가 돌려주는 대신, 이명희 회장 명의로 다시 세금을 내면서 가산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신세계는 이번에 추징될 2천억 원대의 세금에 대해 불복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신세계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지만 더 이상 사태가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받아들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구로 을) 의원은 “신세계의 경우, 차명주식 문제가 반복된 행태를 보인 점 등을 감안할 때 과거와 같이 아무런 처벌이 없이 ‘봐주기식’으로 지나가면 오히려 실명으로 전환하지 않고 차명으로 더 오래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게 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이는 경제정의와 금융실명제법 취지에 반하므로 법에 따른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채이배 회계사도 “국세청이 지난 2006년 세무조사 당시에도 차명주식에 대해 완전히 밝히지 못했던 '원죄'가 있다”며 “차명주식이 이병철 회장에게서 상속받은 재산이라는 신세계의 논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초 제기됐던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 등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CBS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이 이마트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과정에서 신세계그룹 전·현직 임원 명의로 된 차명 주식을 무더기로 발견하고, 계열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확대했다’고 2차례에 걸쳐 특종 보도했다.
CBS 특종보도 이후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CBS 보도를 근거로 신세계그룹의 1천억원대 차명주식 보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줄곧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부인해 오다가, 지난 6일 차명주식 37만 9,733주를 이명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