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사용이 보편화 하면서 사용자 간 이모티콘을 이용한 대화도 늘었다. 나아가 이모티콘 캐릭터는 친숙함을 무기로 사람들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한 이모티콘 문화를 살펴봤다[편집자 주]<기사 게재 순서>
① 부정적인 이모티콘, 사용해도 될까요?② 이모티콘과 함께 하는 이모지 씨의 24시간
③ 이모티콘으로 전망하는 UFC 서울대회
부정적인 이모티콘들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유사기호를 뜻하는 '아이콘'(icon)의 합성어인 '이모티콘'(emoticon)은 온라인에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그림말을 의미한다.
'캠퍼스라이프'가 대학생 364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메신저 이모티콘 사용 이유'를 조사한 결과, 41.1%가 '감정 표현'이라고 응답했다. 페이스북 코리아가 TNS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인스타그램 이용자 73%는 이모티콘을 자기 표현 도구로 활용했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지난 4월 인스타그램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이모티콘 10가지를 선정했는데, 눈물, 엄지 척, 사랑 등 감정을 드러내는 이모티콘에 대한 호응이 가장 좋았다. 이모티콘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철환 적정마케팅연구소장은 "이모티콘은 말하는 사람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직접 만나 얘기할 때 표정이나 말투로 상대방 말의 진의를 알 수 있듯 모바일에서 대화할 때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상대방 글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메신저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할 때, 대부분은 부정적인 이모티콘보다 긍정적인 이모티콘을 많이 주고받는다. 그러나 최근 이용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이모티콘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 iOS 9.1 정식 업데이트 버전에 추가한 '손가락 욕' 이모티콘. 피부색은 인종에 따라 여섯 가지다
애플은 지난달 21일 아이폰의 운영체제(OS)인 iOS 9.1 정식 업데이트 버전을 배포하면서 184개의 이모티콘을 추가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그 중에는 상대방을 모욕할 때 쓰는 '손가락 욕' 이모티콘도 포함됐다.
페이스북은 같은달 8일 기존 '좋아요'(like) 외에 '사랑해요'(love), '재밌어요'(haha), '기뻐요'(yay), '놀랍네요'(wow), '슬퍼요'(sad), '화나요'(angry) 등 반응 이모티콘 6개를 새로 만들었다. 우선 스페인과 아일랜드에서 시범 적용한 뒤 전 세계로 확대할 예정이다.
왜 부정적인 이모티콘에 대한 요청이 많아졌을까.
김유승 미국 드폴대학(광고홍보학) 조교수는 "긍정적인 감정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에도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내 감정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서 디지털 상에서 부정이든 긍정이든 폭넓은 감정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해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이모티콘은 솔직한 감정 표현을 돕지만 자칫 상대방에게는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줄 수 있다.
직장인 배민주(35, 여) 씨는 "후배가 SNS에 엽사사진을 올렸다. 장난삼아 '찡그린 얼굴' 이모티콘을 보냈는데, 그 후 아무 말이 없었다.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아 후배에게 미안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이 '버즈피드'와 이모티콘 인터뷰를 가졌다. 비숍은 '푸틴 대통령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사진=버즈피드 캡처
지난 10월 호주 의회에서는 자국의 외무장관(줄리 비숍)이 8개월 전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와 이모티콘 인터뷰를 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잔뜩 화난 얼굴' 이모티콘으로 묘사한 일을 두고 뒤늦게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와의 외교관계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일부 의원의 지적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 유념해야 할 점에 대해 조언했다.
김유승 조교수는 "이모티콘은 문자보다 감정 전달이 빠르고, 더 크게 와닿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는 누구한테 보내느냐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이모티콘이 친숙한 10~20대가 '슬퍼요' 문자와 '슬퍼요' 이모티콘을 비슷하게 느끼는 반면 이모티콘이 익숙지 않은 이용자는 '슬퍼요' 이모티콘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이모티콘을 남발하면 상대방이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철환 소장은 "모바일 메신저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이모티콘만 날리면 성의 없게 느껴진다. 글을 중심으로 대화하되 이모티콘을 양념처럼 곁들이면 메시지의 뜻을 구체화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최재용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장은 "SNS에서 공감 버튼만 누르면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이왕이면 문자가 포함된 답글을 함께 써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기사>